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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먼 방북을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진 온라인 베팅 업체 '패디파워' 누리집 .
로드먼 방북을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진 온라인 베팅 업체 '패디파워' 누리집. ⓒ '패디파워' 누리집 갈무리

이른바 '코트의 악동'이라고 불리는 미국 프로농구(NBA) 선수 출신인 데니스 로드먼이 19일(아래 현지시각) 올해 들어 세 번째로 평양을 방문했다고 AP통신을 비롯한 외신들이 보도했다.

북한은 장성택 처형 이후 세계로부터 공포 정치의 시작이라는 비난과 함께 온갖 우려를 받고 있다. 이러한 북한 정권 입장에서는 또다시 로드먼과 김정은 제1비서의 일상적인 친분을 과시하는 사진을 전송함으로써 북한 정권에 대한 잘못된(?) 이미지를 희석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이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북한 정권이 하나 놓치고 있는 것이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로드먼에 관한 서방 국가 특히, 미국 시민들의 이미지가 그렇게 좋지가 않다는 점이다. 좋게 평가하여 나온 말이 '코트의 악동'이지 그가 수차례의 음주 운전을 비롯한 여러 범죄들을 저질러 왔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바로 북한 정권이 간과하고 있는 것이 이 부분이다.

19일, 미국 최대 발행 부수의 일간지인 <USA투데이>는 로드먼의 방북과 관련하여 "반역(treason)과 여성 문제, 마약 복용, 도박 등으로 수백만 달러를 탕진했다는 이유로 자신의 고모부를 처형한 북한의 젊은 독재자 김정은이 로드먼을 다시 초청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농구계의 전설로 알려진 로드먼도 '반역죄'를 제외하고는 이와(장성택과) 유사한 성향(tendency)을 가지고 있다"고 기사 첫머리에서 보도한 사실은 이를 잘 반영하고 있다.

자유분방을 넘어선 로드먼의 거침없는 행동이 오히려 아직도 일부 미국의 청소년들 사이에서 우상으로 취급되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그가 늘 시가(담배)를 입에 물고 거침없는 욕설 투의 말을 섞어가며 기자들에게 인터뷰하는 모습은 아주 개방적인 미국 사회에서도 문화적 일탈의 최첨단을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장성택의 해임을 결정한 노동당 중앙위 정치국 확대회의 결정문에서 다음과 같이 밝힌 바 있다.

"장성택은 자본주의 생활양식에 물젖어 부정부패 행위를 감행하고 부화 타락한 생활을 하였다. 장성택은 권력을 남용하여 부정부패 행위를 일삼고 여러 여성들과 부당한 관계를 가지었으며 고급 식당의 뒷골방들에서 술놀이와 먹자판을 벌렷다. 사상적으로 병들고 극도로 안일 해이된 데로부터 마약을 쓰고 당의 배려로 다른 나라에 병 치료를 가 있는 기간에는 외화를 탕진하며 도박장까지 찾아다니었다."

쉽게 말하자면 장성택의 실각이나 처형 원인 중의 하나가 이른바 '병든 자본주의 생활양식'에 물들어 있다는 것이다. 물론 로드먼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나 그가 살아온 방식이 병들고 극도로 타락한 것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그의 삶이 미국 사회에서도 자본주의적 생활양식의 표본이 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로드먼 방북, "스포츠 도박업체가 전적인 지원"... 북한, 부작용 고려해야

더욱 분명한 사실은 방북을 행하는 로드먼이나 이를 추진하는 단체들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자선 단체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번 방북 이벤트도 아일랜드에 소재한 온라인 스포츠 도박 베팅 업체인 '패디파워(Paddypower)'가 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또한, 로드먼은 자신의 별명을 본뜬 '나쁜 녀석(Badboy)'이라는 브랜드로 보드카 주류 업체 광고 모델로 활동하면서 방북 등 자신의 활동을 교묘히 상업적으로 활용해 왔었다.

하지만 로드먼이나 그의 방북을 받아들이고 있는 북한 당국은 이러한 만남은 단지 스포츠 행사 교류를 통한 민간 교류 차원임을 끊임없이 강조하고 있다. 로드먼 역시 북한에 미국의 농구 기술을 전수해 주기 위해 가는 것이지 다른 뜻은 없다는 점을 이번 방북 인터뷰에서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단지 김정은 제1비서는 '평생의 친구'일 뿐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그의 방북 후 언론 인터뷰 등 일거수일투족에서 그의 바람과는 달리 북한 정권, 특히 김정은 제1비서의 사생활에 관한 온갖 내용들이 흘려 나오는 등 단순한 스포츠 교류 이상의 파문을 낳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늘 미국을 비롯한 서구의 언론들은 북한에 대해 '폐쇄적인(reclusive) 국가'라는 토를 달면서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어쩌면 북한도 이점에 있어서 답답하거나 억울한 점이 분명 존재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고 지도자와 미국 농구 선수가 서로 웃고 즐기는 사진을 대내외에 보여줌으로써 이것이 북한에 대한 나쁜 이미지를 바꿀 수 있는 호기가 될 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러한 정치적인 의도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북한은 과연 '데니스 로드먼'이라는 대상이 적절한 것인지를 반드시 따져 보아야 할 것이다. '코트의 악동'의 방북 이후에 미국이나 서구의 언론들이 이 문제아의 방북을 가십거리로 희화화해서 보도하고 있는 현실이 북한에 대한 이미지 개선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우려되는 사실은 이러한 부작용에도 이른바 최고 지도자의 선호라는 이유로 이런 서방 세계의 반응에 대해 진실하게 보고하고 문제점을 지적하는 북한 관료들이 없어보인다는 점이다. 정말 그러하다면, 북한은 AP통신을 비롯한 서구 언론들이 누차 강조하는 '은둔하는' 폐쇄적인 독재 국가를 넘어 점점 국제 사회로부터 고립을 면하지 못할 것이다.


#데니스 로드먼#북한 정권#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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