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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파티(Tea Party)는 우리가 사랑하는 국가인 미국의 안전과 주권, 내부적 평온함에 도전하는 어떠한 이슈에도 경각심을 가지고자 하는 '풀뿌리(grassroots)' 운동이다."

미국 공화당 계열의 극보수 단체인 티파티 누리집에 있는 단체에 관한 설명이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지금 미국에서는 이 내부적 평온함을 깨는 원흉으로 티파티에 비난의 화살이 몰리고 있다. 원래 2009년 무렵 개인의 권리 강화와 이를 위해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보수주의 운동의 산물로 티파티 운동은 시작됐다. 미국 역사의 가치와 전통을 존중한다는 입장에서 시작해 점점 정치색을 띠면서 유색 인종 차별이라는 논란까지도 몰고 왔다.

지난 11일 발표된 미국 여론조사 전문기관 갤럽의 조사에서 미국 내 강경 극보수 단체인 '티파티(Tea Party)'에 대한 호감도가 30%에 그치고 비호감도가 처음으로 절반을 넘어 51%로 나타났다. 이렇게 최근 미 국민들에 의한 지지도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지만, 아직도 '티파티'가 미국 정치권 특히, 공화당 의원들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주로 흑인 계층의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복지라는 명목으로 중산층, 부자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행위가 부자들을 강탈하고 중산층을 진보적인 정부의 지배와 예속에 영원히 가두어 놓으려는 행위라고 주장한다. 그런 맥락에서 현재 오바마 정부와 가장 강력한 대결의 칼끝을 치켜들고 있다.

결국, 이러한 티파티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보수 공화당은 이들의 전략에 발목이 잡혀 2014년 예산안을 통과시키지 못해 연방정부 폐쇄라는 최악의 사태를 초래했다. 더불어, 함께 불거진 국가 부채 한도 협상도 이어가지 못해 미국을 국가 부도사태라는 초유의 낭떠러지로 몰아넣었다.

국가의 간섭을 물리치고 국민들의 내부적 평온함을 우선 가치로 한다는 티파티. 하지만 공교롭게도 국가 돈의 흐름을 막아 지금 미국 국민들의 안정과 평온함을 망가뜨리는 핵심 정치 집단으로 지목되고 있다.

공화당 휘두르는 실세 '티파티'에 납치당한 미국

특히, 일반적인 미국 국민들은 최근 연방정부 폐쇄 사태에 관해 "티파티가 공화당을 납치(hijack)했다"는 비난을 넘어 "미국을 인질로 잡고 있다"며 정치 단체 티파티에 대한 비난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공화당에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한때 정당 지지도가 26%를 밑도는 등 창당 이래 최대의 위기에 직면했다. 민주당 오바마 행정부와 대결하고자 협상 결렬이라는 강수를 두었지만, 결과적으로 연방정부 폐쇄에 따른 국민들의 피해와 국가 부도 가능성 불안이 그대로 공화당 비난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욱 큰 문제는 미국 국민 4명 중 한 명만이 공화당을 지지한다는 이 초유의 지지율 하락에도 별다른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오바마 행정부나 민주당과 타협을 하자니 티파티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고, 티파티를 등에 업고 강력하게 밀고 나가자니 일반 국민들이 등을 돌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풀뿌리 운동으로 출발했다는 티파티가 이렇게 공화당을 좌지우지할 만큼 크나큰 힘을 형성한 배경은 무엇일까? 인종차별주의적인 정책을 지향한다는 비판을 받는 데서 알 수 있듯이 티파티는 주로 미국 남부, 중부의 백인 밀집 지역을 주요 지지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들 지역에서 주로 저학력 층의 백인들에게는 '오바마케어'에 대한 반대 등 티파티의 이러한 주장들이 먹혀들어 가고 있다. 티파티는 특히 지난 2010년 선거에서 티파티 계열 후보들을 내세워 자신들을 지지하지 않는 공화당 후보들을 줄줄이 떨어뜨리며 공화당을 전율하게 하는 괴력을 발휘했다.

미 중·남부 백인 거주 지역 정치권력은 이미 티파티 손안에

이들은 자생 정치 단체임을 내세우지만, 조직력과 자금 동원력에서 공화당을 압도하면서 보수적인 백인 지역에 새로운 권력의 맹주로 부각했다. 사정이 이렇게 되니 공화당으로서는 티파티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더욱 큰 문제는 이들 보수 지역에서 티파티의 힘으로 당선되었거나 티파티에 소속된 공화당 의원들은, 티파티가 있는 한 재선이 확실함으로 더욱 강력한 차별성을 보이고자 극단으로 행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단적인 예가 공화당 지도부의 만류에도 티파티의 강력한 지원을 받는 테드 크루즈(텍사스) 공화당 상원의원이 지난 9월 25일 미 의회 상원에서 무려 21시간 19분에 걸쳐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한 것이다. 너무 긴 장시간 연설에서 그는 "오바마케어는 나치를 기쁘게 할 것"이라는 황당한 발언도 해가며 시간을 때우고자 동화책을 읽는 해프닝도 연출했다.

이에 <뉴욕타임스>는 "협력해서 문제를 풀라는 유권자의 마음도 모르는 행위"라며  "크루즈 의원은 스턴트맨처럼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을 좋아할지 모르지만, 그러나 그 빛이 사라지면 자기 만족에 그친 연설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결과는 판이했다.

공화당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율은 하락했지만, 크루즈는 이번 연설로 공화당 내에서 지지율이 급상승하며 차기 대권 주자 일순위에 올랐다. 특히, 미 NBC 방송은 "지난해 예산 협상은 오바마케어를 무산시키는 수단이 돼야 한다며 존 베이너 하원 의장에게 서한을 보낸 공화당 의원들 80명은 내년 선거에서 재선이 확실시 된다"고 보도했다.

즉 티파티 성향으로 분류되는 80명은 재선이 확실시되는 상황이니만큼 티파티 입장에서는 정부 폐쇄나 국가 부도 사태라는 인질을 잡고 벌이는 극단적인 게임이 잃을 것이 없는 승부수가 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런 점을 지적하며 수차례 연설에서 "인질 몸값(ransom)'을 바라지 마라"고 경고하고 나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티파티에는 이 말이 먹혀들지 않는다.

극우 세력의 위기감 대변하는 티파티

티파티는 자신들의 단체 이름을 1773년 당시 영국의 식민지였던 미국이 영국 정부의 증세 조치에 항의해 보스턴 항구에서 홍차 상자들을 바다로 던진 이른바 '보스턴 티파티' 사건에서 따왔다.

이 사건이 미국 독립전쟁을 촉발시켰지만, 현재 '티파티'가 본격적으로 정치 운동에 나선 것은 2009년에 미국의 금융 위기 여파가 본격화된 시점이다. 이후 이들은 오바마 행정부가 경기 회복을 위해 기업 구제금융 등 대규모 예산집행에 나서자 감세를 통한 작은 정부를 주장하며 본격적으로 행동에 나섰다.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시절 이후 미국의 보수적인 신자유주의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클린턴에 이어 오바마의 재선으로 이어지자 사회 권력의 중심축이 민주당 중심의 진보 세력으로 영원히 넘어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이들 극보수 세력의 등장을 가능하게 했다. 따라서 이른바 오바마케어로 대표되는 민주당 등 진보진영의 최대 복지정책은 티파티로서는 반드시 물리쳐야 하는 사안이 되고 만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티파티가 점점 힘을 얻어 갈수록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특히, 미국 재계는 전통적으로 규제 완화와 기업들에 대한 세금 감면 등 기업 친화적인 정책 기조를 가진 공화당을 지지해왔다. 하지만 최근 티파티 소속 후보들이 이러한 경기 부양 등 정부 지원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히고 나서면서 이들이 당선되면 재계의 이익이 위협받을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부 경제 단체에서는 이제는 자신들을 대변하는 후보를 독자적으로 내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공화당 내부에서도 티파티의 위력이 증가하면서 지도부의 존재감 상실에 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공화당의 정책 결정이 결국 티파티에 이끌려 다니고 있다는 여론의 비판에 마땅한 답을 내놓고 있지 못하다는 자괴감마저 흘려 나오고 있는 현실이다.

미 정치권은 간신히 공화당이 주도한 국가 부도사태와 연방 정부 폐쇄라는 위기를 넘기고 지난 12일, 초당적인 합의로 2년짜리 예산안을 공화당이 장악한 하원에서 통과시켰다. 하지만 티파티 그룹은 이번 합의안에 찬성하는 의원들은 내년 중간선거에서 지지하지 않겠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과연 미국민들은 내년에 치러질 의회 중간선거에서 이러한 극보수 단체인 티파티에 대해 어떠한 평가를 내릴지 벌써부터 관심이 쏠리고 있다.


#티파티#공화당#미국 중간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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