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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표지 창작과 빈 병
책표지창작과 빈 병 ⓒ 북포스
글쓰기 관련 책을 가끔 읽는다. 아무리 읽어도 그 원리는 똑같다. 다독, 다작, 다상량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 이런 책을 읽는 것은 마음 다잡기라 할 수 있다. 느슨해지는 마음을 벼리는 일이다. 더불어 글쓰기 관련 책을 읽다 보면 똑같은 원리를 가지고 다양하게 풀어가는 것을 보는 것 또한 흥미롭기 때문이다. 2012년 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서로 선정된 배상문의 <창작과 빈병> 역시 그 중 하나다.

배상문의 <창작과 빈병>(북포스)은 한 마디로 예비 작가를 위한 생산자로서의 책읽기에 관한 책이다. 달리 말하면 작가 지망생을 위한 책 읽기로 '글쓰기 실력이 눈에 띄게 달라지는 100가지 노하우'가 들어 있다. 100권의 책을 소개하고 저자의 의견을 덧붙인 형식이다. 100권의 책 전체를 소개한 것이 아니라 저자가 읽고 글쓰기에 관련된 내용을 발췌해 소개하면서 글쓰기 관련 책을 가장 많이 읽었다고 자부하는 저자 자신의 글쓰기 노하우를 피력하고 있다.

참고로 저자 배상문은 열여덟 살 때 스티븐 킹의 <신들린 도시>를 읽고 충격을 받은 후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단다. 10년이 넘도록 1000권의 책을 읽으며 '제대로 된 글을 쓰기 위한 욕망에 붙들려' 있다. 제1부 '작가의 눈'에서부터 제4부 '우보천리'까지 유익하고도 재미있게 구성되어 있다.

"나는 작가지망생을 위해 이 글을 쓰고 있다. 지금부터 백 권의 책, 달리 말하면 백 명의 작가를 당신에게 소개하려고 한다. 일반적인 책 소개와는 조금 다르다. 순전히 작가 지망생을 위한 책 소개다. 서평도 아니고 독후감도 아니다. 감상이 아니라 생산을 위한 독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게 그거 아니냐고? 물론 아니다. 같은 책을 읽어도 감상자와 생산자는 책에서 전혀 다른 것을 본다. 감상자의 눈으로 천 권을 읽는 것보다 생산자의 눈으로 백 권을 읽는 게 글쓰기에는 더 도움이 된다. 그걸 체득하자는 게 이 책의 목표다"(머리말 중)

저자는 '미치도록 좋아하는 작가를 열 명도 가지지 못한 사람은(설령 현업작가일지라도) 작가로 간주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가 거론하는 이가 내 생각엔 정말 형편없는 작가일지라도 눈빛을 반짝이며 열 명의 이름을 내셍긴다면 기꺼이 그를 작가로 인정할 것 같다'고, 누구를 좋아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남의 책을 읽고 그 작가에게 흠뻑 빠져 본 '직접경험'은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남의 글 읽는 것은 재미가 없고, 내 글 쓰는 것만 좋아하는 사람은(극소수의 천재를 제외하고) 작가로 성공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글쓰기는 한마디로 '유혹'이다. 매혹된 경험이 없으면 유혹할 기술도 없다"는 것이다. 미치도록 매혹된 작가나 책이 있어야 유혹할 수도 있다. 그러니 창작을 위해선 '빈 병'을 채우는 일부터 해야 한다. 빈 병에서는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 내용물을 채워 넣어야 한다. '창작'을 원한다면 '빈 병'부터 채워라. 어떻게? 이 책은 바로 그것. '어떻게'에 대한 내용이다.

<창작과 빈 병>은 글쓰기 관련 책을 가장 많이 읽었다고 자부하는 저자의 노하우가 꼼꼼하게 실려 있다. 창작을 위해선 빈 병부터 채워야 한다는 것과 수많은 책을 읽는다 해도 규칙적으로 글을 쓰지 않으면 소용없다는 것. 지금까지는 작가=책이었지만 앞으로는 '작가= 책, 블로그, 트위터, 팟캐스트'가 된다는 것. 모방은 독창성으로 가는 지름길이니 필사하고 암송하나 등등 재미와 유익한 정보가 성실하게 담겼다.

작가는 읽는 사람이고 쓰는 사람이다. 입력이 있어야 출력이 있다. 그러나 작가는 무엇보다도 쓰는 사람이다. 쓰는 사람은 읽기조차도 일반적인 독자들처럼 감상으로서의 독서보다는 생산 재생산을 위한 독서여야 한다는 것이다. 작가 지망생이야 더더욱 생산을 위한 독서가 중요한 것은 물론이다. 나는 종종 읽기와 쓰기 그 경계에서 자주 조바심친다. 꼭 내 마음의 고민과 흡사해 공감을 주는 글이 있어 옮겨 적어 본다. 황인숙의 <나는 고독하다>(문학동네)의 일부다.

"오 년 전에 나는 내 방의 벽에 이런 글을 써서 붙였었다. 밤 9시부터 아침 9시까지는 절대로 책을 보지 말 것. 밤을 새워 책을 읽는 것이 언제부터인가 가슴 뿌듯하기는커녕 수업시간에 농땡이를 친 것처럼 버젓치 못한 울적함을 느끼게 했기 때문이다. 새벽녘에 잔뜩 기진맥진해져서 잠이 들고 하루 종일 피곤해 하다가 기껏 회복하면 또 책을 읽기나 하고 이게 무슨 삶이란 말인가? 그 책이 추리소설이건 잡지건 아는 이들의 작품이건, 셰익스피어의 것이건 시학이건 성경이건, 세상에 다시없는 걸작이건, 아, 다 좋다. 그 책을 읽는 동안 나는 세상만사 다 잊고 행복했고 뭔가 지식과 정보가 늘어났을 것이고 감정은 고양되었을 것이고, 다 좋지만...문제는 내가, 나도, 글 쓰는 사람, 작가라는 것이다. 이렇게 허구한 날 남의 책만 읽고 나는 언제 글을 쓸 것인가?"

역시 글쓰기 방법은 '빈 병' 채우기와 글을 많이 써 보는 것 외에 지름길이 따로 없다. 알짜배기 자료를 구비하고 있는 것도 도움이 되지만 직접 써보는 것보다 못하다. 아무리 열악한 환경에도 쓸 사람은 쓰고 안 쓸 사람은 안 쓴다. 책을 열 권 읽은 사람과 백 권 읽은 사람이 다르듯이 결국 "많이 써 본 놈이 결국 작가가 된다"

"황대경씨의 글이 사모관대를 하고 패옥을 한 채 길가에 엎어진 시체와 같다면, 내 글은 비록 누더기를 걸쳤다 할지라도 앉아서 아침 해를 쬐고 있는 저 살아 있는 사람과 같다"(<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중)고 했던 연암 박지원의 무한 자부심. 언어의 연금술사이고 싶다. 해서 읽기와 쓰기 사이 그 경계에서 시소를 타는 나는 오늘도 읽고 또 읽고 쓰고 또 쓰는 수밖에.

'빈 병'을 채우고 쏟고 또 그렇게. 글쓰기로 고민한다면? 그 '빈 병'부터 채워라. 글쓰기는 유혹이다. '매혹된 경험이 없으면 유혹할 기술도 없다' 그것을 체득하는 글쓰기 노하우 100가지를 담고 있는 이 책을 권한다.

덧붙이는 글 | 책: <창작과 빈 병>
저자: 배상문
출판: 북포스
발행일: 2012.3.30
값" 17,000원



창작과 빈병 - 글쓰기 실력이 눈에 띄게 달라지는 100가지 노하우

배상문 지음, 북포스(2012)


#배상문#창작과 빈 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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