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모든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으므로 사퇴를 표명하라."
지난 22일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전주교구 사제들이 국가기관의 불법 대선 개입 사건을 규탄하는 시국미사에서 한 말이다. 그동안 일부 시민들이 촛불집회 등에서 '박근혜 OUT'과 '박근혜 하야'를 촉구했지만 종교계기 집회를 통해 대통령 하야를 촉구한 것은 처음이다.
사제단은 시국선언문에서 ▲ 대통령은 국가기관의 불법 대선개입의 총책임을 지고 국민 앞에 사과하라. ▲ 대통령은 정의롭고 공정한 진상규명을 통해서 책임자를 처벌하라. ▲ 이 모든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으므로 사퇴를 표명하라 등을 촉구하면서 다음과 같이 선언했다.
우리의 이 촉구가 들어지지 않으면 "그가 그들의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거든 교회에 알려라. 교회의 말도 들으려고 하지 않거든 그를 다른 민족 사람이나 세리처럼 여겨라."(마태 18:15-17)는 성경의 말씀처럼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하는 시국기도회와 시국미사를 계속할 것이며, 더 이상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아님을 선언할 것이다. "들을 귀가 있는 대통령은 들어라."-<오마이뉴스> 정의구현사제단 "박 대통령, 사퇴 표명하라"박창신 원로신부는 강론에서 "이번 사태의 핵심인 이명박 전 대통령을 구속해야 하며 책임있는 박 대통령도 퇴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오마이뉴스>는 전했다. 그만큼 현 시국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방송3사에서는 시국미사가 열렸다는 자체를 볼 수 없었다.
KBS <뉴스9> "연평도 도발 3주년"은 있어도 "대통령 하야" 촉구는 없어
KBS<뉴스9>는 연평도 포격 3주년을 하루 앞둔 때문인지 <북 해안포 기지 강화…"청와대 불바다" 위협>와 <'연평도 포격' 3주기…도발 막으려면?>를 연이어 보도했다. <북 해안포 기지 강화…"청와대 불바다" 위협> 기사는 "내일이면 북한이 연평도를 포격한 지 3년이 된다"며 "KBS는 연평도 넘어 북한 지역 촬영에 성공했다. 서해 최전방 해안포 기지를 강화하고 있는 북한이 오늘은 청와대까지 타격하겠다고 했다"고 보도했다.
<인터뷰> 북한군 서남전선사령부 대변인담화 : "연평도 불바다가 청와대 불바다로, 통일대전의 불바다로 이어지게 된다는 것을 순간도 잊지 말아야 한다."우리 군은 연평도 포격 도발은 무고한 국민들이 희생된 반인륜적 행위였다고 반박하고 또다시 도발한다면 지원세력은 물론 지휘세력까지 응징하겠다고 경고했습니다<뉴스데스크> "중국발 스모그"보도하면서 '시국미사'는 외면
MBC<뉴스데스크>는 중국발 스모그 기사로 시작했다. 첫번째 기사인 <중국발 스모그 한반도 습격…고농도 미세먼지 '주의'>에서 "중국발 미세먼지가 서해를 건너 오늘밤부터 우리나라에 상륙하겠다"면서 "건강을 위협할 정도로 짙은 미세먼지가 내일 하루종일 중부지방을 뒤덮을 것 같다"고 전했다.
기사는 시민과 국립환경과학원 직원 인터뷰를 내보내면서 "중국 대륙을 뒤덮은 거대한 스모그가 서해를 건너는 모습이 인공위성에 포착됐다"며 "띠를 이룬 먼지 떼가 황해도를 거쳐 수도권으로 곧장 이어진다"며 중국발 스모그를 자세히 보도했다.
이어 <'청정 공기' 중국 남부까지 스모그 몸살…난방철 우려 확산> 기사에서는 "중국의 이 대기오염 물질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겨울 난방을 하지 않아 상대적으로 공기가 깨끗한 중국 남부지방 하늘도 스모그로 덮고 있다"며 중국 현지 상황까지 전했다.
이날 <뉴스데스크>는 <훈련 중 미군 2명 사망…한미 합동 포격 훈련 전면 취소>, <다시 고개드는 연탄가스 중독사고…난방비 부담 속 '참변'>, <공무원들이 관용선 기름 도둑질…운항 일지 조작도>, <도박자금 마련하려 교회 턴 10대…고가 음향장비 노려> 등 사건사고 기사를 집중 보도했지만, 사제단의 "대통령 하야" 시국미사는 보도하지 않았다.
SBS "주님 죄송합니다"는 전했지만 "대통령 물러나라"는 전하지 않아
SBS<8시뉴스>는 <차기 전투기 F-35A 확정…40대 도입 8조 3천억 원>로 시작했다. 이어 <수도권 전역 뒤덮은 미세먼지..내일 낮 최고치>, <꽉 닫힌 지갑..가계 흑자 사상 최고 '불황형 흑자'>, <모레부터 요란한 비..올 겨울 춥고 눈 많이 온다>, <반값 세일에 새벽부터 긴 줄..'줄 세우기' 마케팅>등 기사를 전했다. 하지만 시국미사 기사는 없었다.
<'주님 죄송합니다' CCTV에 인사…교회 턴 10대> 기사는 "한 청년이 교회에 들어가 자연스럽게 엘리베이터를 타고 어디론가 들어간다"며 "잠시 뒤, 큰 상자를 안고 나타난다. 교회 방송실에 설치된 1천만 원에 가까운 디지털 스피커였다"고 전했다. 이어 "18살 이 모 군은 지난 4월부터 수도권 일대 대형 교회 14곳을 돌며 고가의 음향 기기만 골라 훔쳤다"면서 "총 피해액이 1억 2천만 원 가까이 된다. 음향기기를 훔쳐 나가면서 CCTV를 향해 절을 하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JTBC<뉴스9> '대통령 사퇴 촉구 미사' 파문
방송3사가 박대통령 하야 촉구 시국 미사를 외면한 반면 JTBC<뉴스9>는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전주교구가 박근혜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하는 시국미사를 열었다"며 "대통령의 사퇴를 요구한 미사는 처음인데요. 새누리당은 종교의 정치개입이라며 반발했다"고 보도했다. <뉴스9>는 <'박 대통령 사퇴 촉구 미사' 파문..새누리 "종교 정치개입">기사에서 연규영 신부(천주교 정의구현 전주교구 사제단) 강론을 직접 전했다.
"진실을 요구하는 수많은 국민들의 요구를 묵살하고 고집불통의 독재 모습을 보이는 대통령은 이미 대한민국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이 아님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이어 "천주교 정의구현 전국사제단은 내년 1월 총회를 열고 대통령사퇴 요구에 대한 전체입장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전한 후, "새누리당은 종교본연의 업무보다 정치에 개입하려는 모습을 보이는데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비판했다"며 새누리당 반응까지 보도했다. 특히 "미사를 마친 뒤 거리행진과 촛불문화제에 참여한 사제단은 전주와 익산, 정읍 등에서도 시국 미사를 열어 대통령 사퇴 요구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보도헸다. 시청자들은 이 보도를 통해 시국미사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을 것임을 예상할 수 있었다.
이날 방송3사가 전한 뉴스 개수는 KBS<뉴스9>가 날씨 포함 35개, <뉴스데스크> 35개, <8시뉴스> 34개였다. 서른 개가 넘는 기사를 내 보내면서 신부들이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기사를 철저히 외면한 것이다. 통탄할 일이다. 보도하지 않는다고 "대통령 하야하라"는 묻히지 않는다. 이유는 이 말씀 때문이다.
"이미 환하게 켜진 진실을 그릇이나 침상 밑에 둘 수는 없다. 숨겨진 것은 드러나고 감추어진 것은 알려져 훤히 나타났다.(루카 8:14-15)"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오블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