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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두근거립니다. 지나는 사람들을 붙잡고 이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미친 사람이라고 오해를 받아도 괜찮습니다. 제게는 그만큼 기쁘고 가슴 벅찬 소식이기 때문입니다. 16일 저녁, 첫눈이 내리던 날 인천 영상공간 주안에서는 인천독립영화협회가 주최하는 콜트-콜텍 기타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꿈의 공장>과 <기타이야기> 상영회가 있었습니다. 이날 저는 '관객과의 대화'에 참석했다가 기쁜 소식을 들었습니다.

콜트콜텍기타노동자들과 함께하는 예술인들의 작품 업종의 특성상 수많은 문화예술인들이 콜트콜텍기타노동자들과 함께 해 왔습니다. 문화연대와 뮤지션들뿐 아니라 화가들도 함께 했습니다.
콜트콜텍기타노동자들과 함께하는 예술인들의 작품업종의 특성상 수많은 문화예술인들이 콜트콜텍기타노동자들과 함께 해 왔습니다. 문화연대와 뮤지션들뿐 아니라 화가들도 함께 했습니다. ⓒ 이동수

햇수로 8년을 길거리로 내쫓긴 콜트콜텍 기타노동자들의 투쟁일 기록판 콜트콜텍기타노동자들이 길거리로 내쫓긴 이후 싸워온 지 2013년 2월 21일, 날 수로 2486일째입니다.
햇수로 8년을 길거리로 내쫓긴 콜트콜텍 기타노동자들의 투쟁일 기록판콜트콜텍기타노동자들이 길거리로 내쫓긴 이후 싸워온 지 2013년 2월 21일, 날 수로 2486일째입니다. ⓒ 이동수

기타리스트 신대철씨가 소속된 록그룹 시나위 등 뮤지션들이 콜트-콜텍 기타 노동자들을 위한 공연을 엽니다. 12월 15일 오후 5시 서울 서교동에 있는 '예스24 무브홀'에서 공연이 열립니다. 그동안 수많은 뮤지션들이 함께해왔지만 이번 공연은 조금 특별합니다. 사정은 이렇습니다. 열심히 일만하던 콜트-콜텍 기타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만들고 난 뒤 잘나가던 회사가 갑자기 경영이 어렵다며 문을 닫아 2007년 길거리로 내쫓겼습니다. 노동자들은 그 뒤 안 해본 것이 없는 투쟁을 해왔습니다.

그러다가 기타를 만드는 업종의 특성상 수많은 뮤지션들이 이 소식을 듣고 함께하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에는 문화연대 활동가들의 노력이 컸습니다. 저 또한 '악질적인 법의 악용과 명백한 부당해고'라는 생각에 뒤늦게나마 이들과 함께해오고 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게 콜트-콜텍 기타노동자들의 모습을 그리고 무보수로 연대활동을 하는 뮤지션들의 모습을 그려서 작은 보답을 하는 것이었지요.

뮤지션들을 중심으로 이렇게 문화예술가들이 콜트-콜텍 기타노동자들과 함께하면서 부당해고의 문제점을 알리는 활동을 하자 박영호 사장은 2010년 콜트문화재단을 설립했습니다.

지난 11월 1일 콜트문화재단은 유명 기타리스트들을 모아 건국대 새천년관 지하공연장에서 'G6'라는 공연을 열었지요. 이에 콜트-콜텍 기타노동자들과 문화예술활동가들이 뮤지션들에게 콜트-콜텍 기타노동자들의 부당해고에 대해 알리는 호소활동을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시나위의 신대철씨가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상황을 잘 몰라서 공연을 수락했다. 계약관계도 있고 해서 취소할 수는 없다. 미안하다. 조만간 콜트-콜텍 노동자들과 함께하는 공연을 꼭 갖겠다'는 양해의 말을 올렸습니다.

12월 15일 콜트-콜텍 기타노동자 위한 공연 열기로... 신대철 약속 지켰다

기타를 칠 줄 모르던 콜트콜텍 기타노동자들이 뮤지션들의 도움으로 밴드를 결성했지요 창문조차 막아버린 공장에서 마스크도 제대로 쓰지 못하고 기타를 만들던 콜트콜텍 기타노동자들은 기타를 질 줄 몰랐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부당해고를 당한 후 싸움이 6년이 넘어서면서 뮤지션들이 이들에게 기타를 가르치고 밴드를 결성했습니다. 이름은 '콜밴'입니다.
기타를 칠 줄 모르던 콜트콜텍 기타노동자들이 뮤지션들의 도움으로 밴드를 결성했지요창문조차 막아버린 공장에서 마스크도 제대로 쓰지 못하고 기타를 만들던 콜트콜텍 기타노동자들은 기타를 질 줄 몰랐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부당해고를 당한 후 싸움이 6년이 넘어서면서 뮤지션들이 이들에게 기타를 가르치고 밴드를 결성했습니다. 이름은 '콜밴'입니다. ⓒ 이동수

처음 이 소식을 들었을 때, 콜트-콜텍 기타노동자들이나 저나 한편으로는 다행이고 그 마음이 고맙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과연 그와 함께 공연을 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반신반의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는 그대로, 콜트-콜텍 기타노동자들은 그들대로 바쁜 일정 속에서 날짜를 맞출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지요.

그동안 서울 홍대 앞 '클럽 빵'에서, 서울 인사동과 인천 갈산동을 오가는 길거리 유랑문화제에서, 홍대 앞 '차 없는 거리' 집중 문화제에서 수많은 뮤지션들이 콜트-콜텍 기타노동자들과 함께해왔습니다.

콜트콜텍기타노동자들과 함께하는 뮤지션들 수많은 뮤지션들이 콜트콜텍 기타노동자들과 함께하며 사측의 부당해고를 알리고자 했습니다.
콜트콜텍기타노동자들과 함께하는 뮤지션들수많은 뮤지션들이 콜트콜텍 기타노동자들과 함께하며 사측의 부당해고를 알리고자 했습니다. ⓒ 이동수

이들의 목록에 시나위 신대철씨도 올라갑니다. 더불어 저 또한 그들의 모습을 그려서 선물해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이로써 콜트-콜텍 노동자의 이야기를 알리는 공연이 하나 더 만들어질 것입니다. 더불어 부당함에 대해 눈감지 않고 그들의 목소리를 노래하는 이 땅의 뮤지션들의 역사가 한 페이지 더해질 것이라고 봅니다.

콜트콜텍 기타노동자들과 함께하는 뮤지션들 현장크로키 서로 힘내기를 바라며 콜트콜텍 기타노동자들과 함께하는 뮤지션들을 그려서 줬던 크로키 선물들 모음.
콜트콜텍 기타노동자들과 함께하는 뮤지션들 현장크로키서로 힘내기를 바라며 콜트콜텍 기타노동자들과 함께하는 뮤지션들을 그려서 줬던 크로키 선물들 모음. ⓒ 이동수

콜트콜텍 기타노동자와 함께하는 뮤지션들 현장 크로키 자발적으로 콜트콜테 기타노동자와 함게하는 뮤지션들은 꾸준히 지속적으로 공연에 참가했습니다.
콜트콜텍 기타노동자와 함께하는 뮤지션들 현장 크로키자발적으로 콜트콜테 기타노동자와 함게하는 뮤지션들은 꾸준히 지속적으로 공연에 참가했습니다. ⓒ 이동수

콜트콜텍 기타노동자와 함께하는 뮤지션들 현장크로키 콜트콜텍 기타노동자들과 함께한 여러 뮤지션들.
콜트콜텍 기타노동자와 함께하는 뮤지션들 현장크로키콜트콜텍 기타노동자들과 함께한 여러 뮤지션들. ⓒ 이동수

여기에 그동안 기타노동자들과 함께해온 수많은 뮤지션들과 문화예술 활동가들 그리고 시나위 신대철씨와 함께하고픈 기쁜 소식을 더합니다. 콜트-콜텍 기타는 1973년 설립 후, 승승장구하던 2007년 7월 경영악화를 이유로 노동자들을 정리해고했습니다. 그 1년 뒤인 2008년엔 인건비 인상과 노조 활동을 이유로 남아 있는 국내공장을 모두 폐쇄하고 인도네시아, 중국 등 해외공장을 만들어 놓은 상태입니다.

지난 2월 23일 대법원은 정리해고가 무효라며 콜트기타 노동자의 손을 들어줬지만 사측은 5월 31일자로 또 다시 2차 해고를 통보한 상태이기도 합니다. 이와 함께하는 콜트 대전공장인 콜텍 노동자들은 고등법원에서 승소하였으나 대법원에서 좀 더 자세히 영업손실을 낸 원인이 무엇인지 등을 따져보라고 파기환송되었지요.

두 번째 기쁜 소식은 이것입니다. 콜트-콜텍 기타노동자가 제게 말한 바에 따르면 법원에서 지정한 회계법인에서 나온 감정평가 결과가 노동자들에게 매우 유리하게 나왔다는 것이었습니다(관련기사 : "콜텍악기 손실, 총 순익의 3.4%에 불과" 정리해고 정당성 뒤집는 회계감정 나와).

"사측은 대전공장(콜텍)은 피고회사(콜트)와 구분되는 독립적인 사업부문으로, 콜텍에서 발생한 적자가 경영상에 긴박한 사유에 해당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감정평가 결과 이렇게(콜텍을 콜트와 구분되는 독립 사업장이라고) 나누어 볼 수 없다고 한 것이 그 하나고,  결정적으로는 재무구조가 건실하고 통기타 사업의 수익성이 좋아서 대전공장의 영업손실 상황이 경영상의 긴박한 사유에 해당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지요."

이는 결국 회계법인이 '사측의 주장이나 대법원의 우려가 실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해주고 있다는 것이지요. 게다가 공장이 없어서 재고용이 불가능하다는 콜트-콜텍 사측은 콜트 상호를 부동산업으로 등록해 놓고 친인척들을 이사와 감사로 올려놓은 기타제조 회사를 설립해서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난 상태라고 하더군요.

그러나 이 소식을 듣고 뛸듯 기뻐하는 제게 콜트-콜텍 노동자들은 최종판결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다고 하더군요. 그동안 노동관련 판결들이 노동자들의 처지보다는 사측의 이익에 치우친 사례들이 많았다는 우려를 여전히 갖고 있었습니다. 저는 순진하게도 여전히 위 내용대로라면 절대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없다고 이야기를 하면서도 콜트-콜텍 기타노동자들의 그런 마음을 이해하기에 더욱 마음이 짠했습니다.

콜트콜텍 기타노동자가 들고 다니는 부당해고소송관련 서류들 콜트콜텍 기타노동자들의 긴 싸움을 보여주는 부당해고 소송관련 서류들. 이곳에는 콜트콜텍 기타 사측이 현재 부동산사업을 빙자해서 회사를 설립하고 친인척들의 회사에서 기타를 제조하려는 꼼수가 드러나 있습니다.
콜트콜텍 기타노동자가 들고 다니는 부당해고소송관련 서류들콜트콜텍 기타노동자들의 긴 싸움을 보여주는 부당해고 소송관련 서류들. 이곳에는 콜트콜텍 기타 사측이 현재 부동산사업을 빙자해서 회사를 설립하고 친인척들의 회사에서 기타를 제조하려는 꼼수가 드러나 있습니다. ⓒ 이동수

콜트-콜텍 기타노동자들과 함께해오고 있는 많은 문화예술활동가들과 뮤지션들의 춥고 긴박했던 시간들이 지나쳐 갑니다. 늘 함께하지 못한 아쉬움에 마음을 졸이던 시간들도 있었습니다. 콜트-콜텍 기타노동자가 보여주는 가방 가득한 부당해고소송 관련 서류뭉치들이 그대로 그들의 삶을 드러냅니다. 햇수로 8년. 이제 새해에 이루어지는 최종 판결(2014년 1월 10일 예정)에서  콜트-콜텍 기타노동자들의 싸움이 그들의 해맑은 웃음으로 끝날 수 있기를!



#콜트#콜텍#기타노동자#부당해고#현장크로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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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간 작은책에 이동슈의 삼삼한 삶 연재. 정신장애인 당사자 인터넷신문 '마인드포스트'에 만평 연재중. 레알로망캐리커처(찐멋인물풍자화),현장크로키. 캐릭터,만화만평,만화교육 중. *문화노동경제에 관심. 현장속 살아있는 창작활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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