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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둥이 '김치볶음밥' 만들기
막둥이 '김치볶음밥' 만들기 ⓒ 김동수

학교급식량이 적은지, 막둥이는 학교만 다녀오면 배고프다고 합니다. 엄마가 피아노 학원을 가기 때문에 집에 오면 아빠보고 밥을 달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6학년이 되면서 한 번씩 자기 손으로 밥을 해 먹습니다. 해먹는 밥도 다양합니다. 볶음밥, 김치찌개, 된장찌개, 라면 등입니다. 점점 음식 솜씨가 좋아집니다. 얼마 있지 않으면 엄마보다 더 잘하는 날이 올수도 있습니다. 지난 수요일은 메뉴는 '김치볶음밥'이었습니다.

"아빠, 오늘은 김치볶음밥!"
"김치볶음밥? 할 수 있겠어?"
"그럼요."
"김치 썰 때 손 조심해."

"알았어요."

걱정이 되어 봤더니 생각보다 잘 썰었습니다. 많이 해본 칼질입니다. 언제 칼질까지 다 배웠을까요. 많이 컸습니다. 김치를 다 썰고는 프라이팬에 볶았습니다. 김치 볶는 솜씨 역시 대단합니다.

"막둥이 언제 김치를 다 볶아봤니?"
"엄마가 하는 것 봤어요. 아빠, 이렇게 하면 돼죠."
"막둥이가 아빠보다 훨씬 낫네. 후라이팬에 손 데지 않게 조심해."
"알았어요. 한 번도 데지 않았어요."

 막둥이가 김치에 밥을 넣고 볶고 있습니다.
막둥이가 김치에 밥을 넣고 볶고 있습니다. ⓒ 김동수

김치에 밥을 넣고 볶은 후 막둥이가 아빠는 생각도 하지 못한 일을 했습니다. 달걀을 푼 것입니다.

"막둥이 달걀은 왜 푸는데?"
"그것도 몰라요. 달걀 프라이 해야 잖아요."
"김치볶음밥에 달걀 프라이를 한다고?"

"그럼요. 김치볶음밥에 달걀 프라이를 얹으면 얼마나 맛있는지 몰라요. 아빠는 지금까지 그것도 몰랐어요?"
"응."

 김치볶음밥에는 달걀 프라이가 들어가야죠
김치볶음밥에는 달걀 프라이가 들어가야죠 ⓒ 김동수

 달걀 프라이를 맛있게 만들었습니다.
달걀 프라이를 맛있게 만들었습니다. ⓒ 김동수

푼 달걀을 프라이팬에 붓더니 달걀 프라이를 만들었습니다. 아주 얇게 잘 구웠습니다. 대단합니다. 아빠는 달걀 프라이를 잘 만들지 못합니다. 할 때마다 실패합니다. 하지만 막둥이는 정말 잘 만들었습니다.

"아빠보다 훨씬 낫네."
"아빠도 잘 만들잖아요."
"아냐. 아빠는 달걀 프라이는 정말 잘 만들지 못해. 막둥이가 만든 달걀 프라이 보기만해도 맛있겠다."
"아빠 다음에 제가 구워 드릴게요."
"다음에?"
"아니, 오늘 드세요."
"괜찮아. 막둥이 배고프잖아. 많이 먹어야지."


 막둥이가 만든 김치볶음밥. 먹음직 합니다.
막둥이가 만든 김치볶음밥. 먹음직 합니다. ⓒ 김동수

김치볶음밥 위에 달걀 프라이를 얹었습니다. 모양이 엄마가 만든 것보다 조금 못합니다. 하지만 배고픈 막둥이는 한 입 가득 넣었습니다. 보기만해도 배가 부릅니다. 먹성이 얼마나 좋은지 모릅니다. 옛 어른들은 먹는 모습을 보고 복받을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막둥이가 바로 그런 먹성입니다. 반찬 투정을 아예하지 않습니다. 고기가 있으면 먹고, 없으면 안 먹습니다. 오히려 반찬 투정은 아빠가 더합니다.

 한입 가득입니다.
한입 가득입니다. ⓒ 김동수

"막둥이 맛있어?"
"응."
"아빠는 막둥이가 먹는 모습만 봐도 배가 부르다. 맛있게 먹으니까."

"배가 고파 한 입 가득이에요."
"아냐 막둥이는 항상 한 입 가득 먹어. 어른들은 막둥이처럼 맛있게 먹는 것을 좋아하셔."
"아빠도 맛있게 드시잖아요."
"아니지, 막둥이보다 더 반찬 투정을 많이 하는데."
"앞으로도 반찬 투정하지 않고 맛있게 먹을게요."

벌써 다 먹었습니다. 아빠도 배가 불렀습니다.


#김치볶음밥#막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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