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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라온 주례 대행 문의글을 보고, 소신껏 답변을 달았던 적이 있다.

"굳이 하객들을 의식하여 잘 알지도 못하는 주례선생님을 모실 바에는 주례가 없는 결혼식 으로 진행하는 것은 어떤가요?"

이후 돌아온 답변에 나는 혼자 있었음에도 부끄러움에 몸을 숨기고 싶었다.

"당신 결혼이나 잘 하세요…."

사실 이런 저런 오지랖으로 욕을 먹었던 적은 한두 번이 아니다. 간혹 결혼식 순서 중 "이 결혼 반댈세!"와 같은 다소 엽기적인 퍼포먼스를 제안하는 예비 신랑·신부에게 "결혼식이 또 너무 장난스러우면 보기에 안 좋을 것입니다, 또는 부모님이 순간 당황해 한다면 재미 보다는 민망한 상황이 올 수 있습니다"라고 하자, 이런 말이 돌아왔다.

"그래도 한 번 하는 결혼식인데…."

그들의 마음이 어떤지 너무 잘 알지만, 그래도 반대를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너무 안타까웠다.

주례없는 결혼식은 가장 자유로운 결혼식이다

특별한 결혼식은 돈으로 만드는 게 아니다. 서툴더라도 본인이 직접 발로 뛰어 만들어야 특별함이 더해진다.
 특별한 결혼식은 돈으로 만드는 게 아니다. 서툴더라도 본인이 직접 발로 뛰어 만들어야 특별함이 더해진다.
ⓒ sx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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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주례없는 결혼식'이란 말 자체가 맞지 않는다. 과거 전통 혼례를 보더라도 '이러쿵 저러쿵 살아라'라고 말하는 주례는 존재하지 않았다. 단지 주례가 빠졌다는 이유로 주례 없는 결혼식으로 불리는 것이다. 그러니 주례가 없다는 말에 큰 고민을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어차피 전통결혼식에는 주례가 없었기 때문에…. 그런 의미에서 이미 내가 앞서 해봤던 몇 가지 팁을 공개하고자 한다.

① 신랑과 신랑 아버지의 동시 입장
결혼식 5분 전, 신랑 아버지는 홀로 혼주석에 앉아 긴장한 채 초조하게 결혼식이 시작되길 기다린다. 왜 신랑 아버지는 결혼식이 시작돼 신랑 어머니가 초에 불을 붙이고 자리에 앉기 전까지 홀로 앉아 있어야 할까. 이에 나는 과감히 신랑과 신랑 아버지가 함께 입장하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② 결혼 시작 전 축가
왜 하객들은 결혼식 시작 전에 식장에 입장하지 않고 주변을 배회할까? 그렇다면 그들을 입장 하도록 만들자. 전문사회자의 현란한 언변술도 통하지 않는 게 결혼식장이다. 개인에게 있어 가장 큰 축제인 결혼식의 서막을 알리는 축가를 맨 앞에 배치해보자. 그렇게 해본 결과 축가를 맡은 사람은 다소 민망해 했지만, 결혼식 전 풍성한 공기는 저절로 만들어졌다.

③ 영화 <러브 액츄얼리>를 연상케 하는 피켓 퍼포먼스
특별한 순서를 원했던 신랑과 신부에게 편지를 읽으며 눈물을 흘릴 바에는 피켓을 이용해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는 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난 둘만의 추억으로 피켓을 만들어보라고 했고, 현장에선 사회자의 내레이션과 어우러져 특별한 감동을 연출했다.

결혼식의 특별함은 돈으로 만드는 게 아니다

웨딩 꽃 장식 비용 관련 자료를 보고 있으면, 느끼는 것이 참 많다.  꽃장식을 하는 데 1000만 원이라는 거액을 쏟아부었다고 해서 결혼식이 특별해지는 건 아니다. 1000만 원 하는 드레스나 100만 원 하는 드레스나, 보는 사람들의 반응은 비슷하다.

"역시 비싼 게 좋긴 좋구나."

그러나 속마음은 그렇지 않다. 그냥 비싸니까, 좋아보일 뿐 그 이상의 좋은 평가는 내리지 않는다.

④ 편지 영상은 직접 만드는 게 좋다
업체에 맡기면 거의 대부분 천편일률적인 영상이 나온다. 틀은 정해져있고, 거기에 사진을 넣어 만드는 것이니…. 종종 어떤 업체들은 이를 두고서 '웨딩영상 30분 완성'이라고 홍보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은 절대 좋은 게 아니다. 현란한 효과는 편지의 내용을 읽는데 방해가 된다. 또한 이리 저리 굴러 다니는 사진은 감정의 효과를 극대화 하기보다는 방해요소가 된다.  충분히 읽고, 느끼고, 감동할 시간이 필요하다. 그것을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직접 정성들여 만들었을 때, 비로소 진한 감동의 순간이 만들어진다. 돈으로는 절대 만들 수 없는 특별한 추억인 것이다.

식을 너무 길게 하면 하객들 입에서 하품이...

1000만원짜리 웨딩드레스를 입거나, 몇 천만원짜리 꽃장식을 한다고 해서 결혼식이 특별해지는 건 아니다.
 1000만원짜리 웨딩드레스를 입거나, 몇 천만원짜리 꽃장식을 한다고 해서 결혼식이 특별해지는 건 아니다.
ⓒ sx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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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가지 염두에 둬야 할 것은 결혼식 진행 시간이다. 너무 길면 하객들이 지루해하기 마련이다. 과거 국제 결혼식을 진행한 적이 있었는데, 결혼식을 무려 1시간 동안이나 했다. 

물론 결혼식은 다소 지겨웠지만 일본인 신부와 한국인 신랑의 결혼식이었기 때문에 하객들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하지만 모든 긴 결혼식이 긍정적인 반응을 얻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지루함'을 피하는 몇 가지 원칙이 있다.

① 3.3.3...  3분의 법칙
모든 순서는 3분을 넘기지 말아야 한다.  만약 축가가 다소 길게 이어진다면 2절에는 변화를 줘야 한다. 그래야 하객들이 지루함 없이 축가를 들을 수 있다.

또 주례사, 혼인서약서 낭독 등도 마찬가지다. 단 편지의 경우는 5분을 넘기더라도 하객들은 집중해서 볼 수 있다. 편지 낭독은 잘 들리지 않아도 그 마음이 무엇인지 모두 함께 느낄 수 있는 순서다.

② 읽는 순서가 연속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서약서, 성혼선언, 편지, 축사…. 계속 뭔가를 읽는 것만큼 하객들을 미치게 만드는 순서도 없다. 대략 3분씩만 잡아도 12분이다. 12분 동안 들리지도 않고  반복되는 내용을 다 들어줄 사람은 아마도 부모님 빼고는 없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 읽는 순서 중간에 영상이나 축가와 같은, 분위기를 전환 할 수 있는 순서를 끼워 넣어야 한다. 이렇게 하면 집중력이 분산 되는 시점에 뭔가 집중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줘 다시 재미있게 결혼식을 관람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결혼식 전 신랑·신부와 미팅 때, 여러 가지 요구를 하는 이들이 있지만, 결국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많지 않습니다. 특별함은 본인이 만드는 것이지요. 누군가의 손이나 돈의 힘을 빌린다고 해서 특별해지진 않습니다. 조금은 서툴더라도 직접 고민하고 자신이 뭔가를 만들었을 때, 그 순간이 특별해지는 것입니다.

일부 사람들은 잘생기고 목소리 좋은 사회자를 앞세워 결혼식을 특별하게 만들려고 하기도 하는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목소리가 멋지로 애드리브가 강한 전문 사회자는 신랑과 신부에게 가야하는 하객들의 시선을 뺏는 불청객일 뿐이다.

결국 특별한 결혼식은 결혼식의 주인공인 신랑과 신부가 만드는 것이다.


태그:#결혼식, #주례없는결혼식, #특별한결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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