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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농사 짓는 청송의 오미자 농장이다. 아직 1년생이지만 생육이 좋아 내년에 수확을 기대하고 있다.
▲ 오미자 농장 필자가 농사 짓는 청송의 오미자 농장이다. 아직 1년생이지만 생육이 좋아 내년에 수확을 기대하고 있다.
ⓒ 남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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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 기사에서 밝혔듯이 청송에 산 지 1년하고 반 밖에 안 되었다. 그런 사람이 귀농 10계명을 얘기하는 것은 내가 생각해도 우습다. 그래도 귀농을 꿈꾸는 예비 귀농인들을 많이 만나다 보니 자연스럽게 귀농 10계명을 정리하게 되었음을 양해해 주시라. 물론 지난 1년 동안 시간만 나면 지역에서 농사 잘 짓는 사람들을 찾아 다녔다. 그리고 거의 매일같이 나의 귀농멘토를 붙들고 묻고 또 물었다(나의 귀농멘토는 20년 동안 토지공부에 몰두하고 10년 전 귀농해서 지금 성공적으로 정착한 사람이다).

물론 10계명 안에 모든 것을 다 담을 수는 없다. 그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10계명이라는 재미에 얹혀서 소개할 뿐임을 밝혀 둔다. 예비 귀농인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길 바랄 뿐이다.

1. 연고가 있는 곳을 '귀농 1순위'에 두라
무엇보다 고향이 좋다. 한 번 살아 봤던 곳은 모든 것이 익숙하다. 아직 내 알던 사람들이 산다. 비록 실패자의 모습으로 돌아 왔더라도 진솔하게 다가가면 그들은 나를 반겨 줄 사람들이다. 뿐만 아니라 농사는 내 힘으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 반드시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고향사람들이 그래도 좋다. 그러나 사정상 고향으로 갈 수 없다면 그래도 연고가 있는 곳으로 가라. 잘 아는 친지, 지인이 있는 지역으로 가면 덜 외롭고 알게 모르게 여러 가지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다. 농촌은 막상 저녁이 되면 적막강산이다. 마땅히 놀러갈 곳이 없다. 아는 지인들과 자주 어울릴 수밖에 없다. 사실 그러다 보면 알게 모르게 농사를 많이 배우게 된다.

2. 좋은 땅이 삼성이고 현대다
삼성 싫어하고 현대 미워하는 사람들에겐 좋지 않아 보일지 모르지만 비유를 하자면 그렇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흔히 대기업, 철밥통인 공무원, 신의 직장인 공공기관 이런 곳에 근무하는 사람들을 부러워 한다. 바로 '좋은 땅이 좋은 직장'이라는 말이다. 좋은 토지는 뭘 해도 된다. 성경에서 말하는 것처럼 30배, 60배, 100배의 결실을 가져다 준다. 좋은 땅은 웬만하면 농부를 배반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좋은 땅은 면역성이 좋아서 병해충에도 기본적으로 강하다. 나중에 그만큼 농부의 손이 적게 가도 농사가 잘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어쩌랴, 좋은 땅은 절대로 남에게 팔지 않는다. 자기 피붙이에게 준다. 피붙이가 아니면 그 지역 사람들이 먼저 차지하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이런 땅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비책이 있어야 한다. 비책을 묻기 전에 이 10계명을 다시 읽어보라. 이 속에 답이 있다(정히 궁금하시면 카페에 들어오시거나 쪽지를 보내시라).

3. 작물은 토지 조건과 함께 살펴야 한다
농사는 한 번 망치면 적어도 1~2년은 심대한 타격을 입힌다. 그 보다도 농사에 대한 의욕마저 잃을 수도 있다. 작물을 다시 바꾸는 것이 여간 번거로운 것이 아니다. 비용도 만만찮다. 처음에는 쉬운 작물을 택하고 차츰 단위 소득이 높은 작물을 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가능하면 그 지역에서 많이 하는 작물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여러 가지로 유리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간혹 생뚱맞게 그 지역과 전혀 상관이 없는 작물을 심으면 어떠냐고 물어 오는 사람이 있다. 심는 것은 자유겠지만 누구에게 농사법을 물어보며 나중에 판로는 또 어쩔 것인가. 자신있으면 하고 싶은대로 하면 된다. 또한 작물선택에 따라 토지조건도 달라진다는 이 상식을 잊어버리면 안된다. 자기가 심고 심은 작물만 고집하다가 토지 조건을 보지 못하면 나중에 농사를 망치게 된다.

4. 주말농장이 아니라 '주2일', 할 수만 있다면  '주3일' 농장을 해야 한다
귀농은 어느 날 갑자기 단번에 실행해서는 안된다. 사전 준비가 얼마나 철저하냐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 먼저 작은 텃밭 정도의 땅을 확보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흔히들 주말농장에 대한 얘기들을 많이 하는데 사실은 주말농장으로 농사를 이해하거나 배운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엄밀히 말하면 '주2일 농장'이 되어야 하고 본격적인 귀농을 앞둔 사람이라면 주3일농장의 수준으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농사를 제대로 배우기 힘들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다만 주말농장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주말을 이용해서 왕래하는 동안 그 지역을 이해하게 된다는 것이다. 비용이 많이 든다고 아까워 할 일이 아니다. 좋은 토지를 고르는 안목, 작물선택과 전망, 지역민들과의 사귐, 이 모든 것이 원활해진다. 1~2년 지나면 서서히 안목이 생긴다. 그때 땅을 사든지 본격적인 귀농을 실행에 옮기는 것이 좋다.

5. 귀농교육은 귀농하고자 하는 지역의 농촌기술센터에서 받으라
귀농을 결심했다면 무조건 교육과정에 입문해야 한다. 하지만 기왕이면 귀농하고자 하는 지역의 농촌기술센터에서 실시하는 귀농교육에 들어가는 것이 유리하다고 본다. 기본적으로 이런 교육과정에 입문해서 얻을 수 있는 건 무엇보다도 나와 형편이 비슷하면서도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사람들과의 비교를 통해서 내가 가진 역량이라든지 상황을 좀더 객관적으로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또 마음이 맞으면 동아리 모임을 통해 여러 가지 도움을 주고 받는 관계가 될 수도 있다.

연고가 약한 귀농인이라면 이보다 더 좋은 동지를 구하기 어렵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또한 이 교육과정을 통해 강사들과 공무원들과 사귐이 시작된다. 사실은 귀농의 모든 것이 여기서부터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농사의 기본부터 배우면서 흐름도 알고 농사에 대한 잘못된 상식도 교정 받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임을 잊지 말라. 역시 경비가 많이 든다고 생각할런지 모르지만 알고 보면 돈, 시간 모든 것을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이다.

6. 지역마다 귀농장려정책이 다르다
지자체의 형편과 사정에 따라 보조금 지원, 농가주택 건축, 수리 등 지원정책이 다 다르다.
기왕이면 좋은 조건으로 가는 것이 좋다. 지역에 따라서 귀농인들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기 위해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곳이 있다. 힘들어 여기저기 알아볼 것이 아니라 도 단위에서 발간하는 지자체별로 귀농정책 비교해 놓은 책자가 있다. 이런 것을 구해서 읽고 심층적으로 알아가면 된다.

7. 농기계, 농기구 등 영농 장비에 대한 공부를 미리 하는 것이 좋다
지역에서 살아보면 농촌에서 큰 소리 치는 사람은 이장 외에도 여럿이 있는데 그 중에 한 사람이 농기계를 소유하고 능숙하게 다루는 사람이다. 귀농인이 이런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려고 하면 사실 하늘의 별따기와 같다. 할 수만 있으면 농기계에 대한 기본적인 구조와 조작법에 대해 미리 알아두는 것이 좋다. 내가 바쁠 땐 남도 바쁘다. 조작법을 알고 있으면 급하면 농촌기술센터에서 임대해서 직접 할 수 있어야 한다.

8. 농가주택, 꼭 짓는다고만 생각하지 말라
내가 겪은 농촌 사람들 빈 집 있어도 잘 팔지 않는다. 의외로 외지 사람들 들어오는 걸 썩 반기는 분위기도 아니다. 자금이 넉넉하면 토지 구해서 지으면 된다(그러나 내 돈으로 짓지 말고 귀농자를 위한 정책자금을 잘 활용해야 하는데 대부분 1-2월에 신청이 이루어진다. 이 시기 놓치면 내년을 기다리든지 생돈 들여서 지어야 한다). 그럴 형편이 아니면 아주 허름한 집을 구해서 개보수하면 된다. 이것도 정책자금을 알아봐야 한다. 이도저도 안되면 농촌이라도 읍내에는 아파트나 빌라가 반드시 있다. 밭에는 콘테이너 한 두개 두고 바쁠 땐 거기서 생활하면서 농사일 하는 것이 현명할 수 있다.

9. 집과 밭은 가까워야 한다
우선 밭이 멀면 자주 가기 힘들고 그러다 보면 관리가 제대로 안된다. 잡초관리 제때 안 해 주면 금방 잡초가 무성해지고 산쪽에 붙은 밭은 뱀 때문에 밭에 들어가는 것이 점점 두려워진다. 또 나이 들면 왔다갔다 하는 것도 귀찮게 느껴지고 힘들게 느껴진다. 아무리 멀어도 30분은 넘지 않는 거리에 있어야 한다. 예비 귀농인들은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왜 그렇게 먼데 밭을 구했지?' 하지만 막상 땅을 구해 보라. 대문 열고 걸어 갈 수 있는 곳에 밭이 있는 사람은 토박이 뿐이라는 사실을.

10. 부지런함을 훈련해야 한다
농촌에서의 하루는 얼마나 빨리 가는지 모른다. 점심 먹고 나면 사실 일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게 느껴진다. 일찍부터 서두르지 않으면 하루 작업량이 의외로 적다. 특히 농사에 익숙하지 않은 귀농자들은 아무리 해도 능률이 오르지 않는다. 그래도 농장에서 버텨야 한다. 놀아도 거기서 놀아야 한다.


태그:#청송귀농, #오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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