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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과 프랑스, 독일과 폴란드가 했던 것처럼 동북아 공동의 역사교과서를 발간함으로써 동서유럽이 그랬던 것처럼 협력과 대화의 관행을 쌓아갈 수 있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4일 서울 서초동 국립외교원에서 열린 '국립외교원 설립 50주년 기념 국제학술회의 개회식' 축사에서 한 말이다. 그는 이어 "동북아 평화협력을 위해 먼저 역내 국가들이 동북아 미래에 대한 인식을 공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발언을 두고 우리 언론은 박 대통령이 '한·중·일' 공동 역사교과서 발간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아직 중국측 반응은 나오지 않았지만, 일본측은 반응이 나왔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시모무라 하쿠분(下村博文) 일본 문부과학장관이 15일 기자회견에서 박 대통령의 제안에 대해 "대환영하고 싶다"는 뜻을 피력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18일 보도했다. 시모무라 장관은 "한중일의 담당 장관들이 대화할 수 있도록 박 대통령이 한국 내에서 지시해주면 (일본도) 적극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한중일 공동역사교과서를 만들자는데...

한·중·일이 공동역사교과서를 공동 발간하는 것은 쉽지 않는 일이다. 지금은 수면 아래에 가라앉아 있지만 중국 '동북공정'은 한일간 '역사교과서'·'위안부'·'독도영유권' 만큼 '뜨거운 감자'가 될 것이다. 하지만 한중일은 싸워야 할 상대가 아니라 함께 가야할 나라들이다. 이럴 때 역사교과서를 함께 만드는 것은 매우 필요하다.

마주 보는 한일사 1,2권
 마주 보는 한일사 1,2권
ⓒ 사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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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다행스러운 일은 한중일 역사교과서 공동 집필은 역사학자들과 역사교사들 중심으로 이미 시작됐다는 점이다. 일본의 역사왜곡 역사는 그 역사가 길다. 2001년에도 마찬가지였다. 일본이 역사를 왜곡할 때마다, 일장기를 태우거나 일본대사관 앞에서 시위하는 것는 우리 감정에 쾌감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일본 우익이 역사왜곡을 포기할 리 없다. 지난 13년 동안 일본 우익과 정부가 증명했다.

그러나 일본 안에도 우익의 역사왜곡을 비판하는 이들이 있다. 이들이 모여 만든 책이 <마주보는 한일사 1,2권>(2006, 사계절)이다. 한국의 '전국역사교사모임'(18명)과 일본의 '역사교육자협의회'(11명)는 지난 2001년부터 해마다 두 나라를 오가며 역사교육실천사례를 중심으로 교류를 했고, <마주보는 한일사>를 내놓았다.

<마주보는 한일사>는 선사시대에서 개항기까지 한국과 일본 역사에서 닮음과 다름이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 이어 오랜 시간 동안 교류 역사가 있음도 상기시킨다.

알고보면... 한일 역사는 닮음과 다름

마주봤지만 인식 차는 크다.  하지만 '조선통신사' 처럼 두 나라 필자들이 의견 일치를 본 것도 있다. 이는 한일공동역사가 가능하다는 희망을 준다. 출판사는 선사시대부터 개항기까지 5000년 한일사를 최초로 공동 저술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밝힌다. 책 속으로 들어가면 닮음과 다름을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덧무늬토기와 도도로키식 토기는 '쌍둥이'처럼 닮았다.

"신석기시대 한반도와 일본열도에서 살던 사람들은 각 지역마다 다양하고 특색 있는 토기를 만들어 사용하였다. 그런데 바다로 떨어져 있는 한반도와 일본열도, 이 두 지역에서 만든 토기 가운데 닮은 것이 있다. 마치 쌍둥이처럼 닮은 덧무늬토기와 도도로키식 토기가 그것이다. 이들보다 조금 늦게 만들어진 소바타식 토기와 빗살무늬토기도 세트처럼 보인다. 더 놀라운 사실은 어떤 토기의 경우는 바다를 사이에 두고 상대 지역에서 발견되기도 한다는 점이다. 일본 쓰시마 고시다카 유적에서 출토된 토기는 90퍼센트가 한반도 계통의 덧무늬토기이고, 부산 동삼동 조개더미에서는 도도로키식 토기가 나왔다."(1권 25~26쪽)

하지만 백제 금동미륵상과 일본 목조 미륵상은 비슷하지만 다르다. "백제의 보살상은 사색에 빠졌으나 강한 생동감이 엿보"이지만 "일본 고류지 보살상에는 내적으로 깊은 사유의 고요함이 배어 있다. 얼굴도 몸매도 차분하다. 숭고하고 적막한 사색의 경지를 있는 듯 없는 듯 나타내고 있다"고 한 한국 학자는 말한다. 닮음과 다름은 서로 공유할 수 있다. 하지만 '역사관' 하나되기 참 힘들다. 왜구에 대한 한일 역사학계는 치열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

한국 학계에서는 왜구를 당연히 일본인 해적으로 생각하여, 외세의 침략에 대한 민족의 항쟁이라는 관점에서 왜구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많다. 일본 학계에서는 1960년대 이후 후기 왜구를 중국 국내의 사정으로 인해 발생한 밀무역에 초점을 둔 상인으로 규정하는 연구가 일반화되었다. 그러나 1980~90년대 이후 왜구가 제주도 해민(海民)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가 이루어지기 시작했고, 왜구를 중국․조선․일본의 경계 지역에 살던 '국적과 민족을 초월한 인간 집단'으로 이해하려는 이론이 일본 학계를 중심으로 제기되었다. 그러나 대다수 한국 연구자들은 이런 견해들이 주로 15세기 중반 이후 왜구의 상황에 대한 연구에서 제기된 것이어며 사료적 근거도 충분치 않다고 비판한다."(1권 204쪽)

한국은 온돌 문화이고, 일본은 다다미 문화다. 한국의 '탈춤'과 일본의 '가부키'는 각각 문화의 꽃이다. 닮음을 통해 동질감을 가지고, 다름은 존중하면 된다. 사실 닮음과 다름은 동전의 양면이다. 달랐지만, 교류를 통해 닮는다. 하지만 다름을 완전히 잃어버리지 않는다.

이와 비슷한 책이 또 있다. <한중일이 함께 쓴 동아시아 근현대사 1·2>(2012, 휴머니스트)다. 지난 2001년 일본제국주의를 찬양한 <새로운 역사 교과서>(후소샤)가 나오자 한중일3국공동역사편찬위원회가 대응하기 위해 2002년 모임을 만들었다. <마주보는 한일사> 집필진보다 한 단계 발전한 것은 중국 역사학계도 참여했다는 점이다.

일본극우 역사왜곡...한중일 역사학계 손을 잡게 하다

이들이 만든 첫 작품은 2005년 나온 <미래를 여는 역사>였다. 처음이라 그런지 모든 역사를 같이 해석할 수는 없었다. 세 나라 역사학자들이 통일된 역사관을 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시 모여 6년이라는 긴 시간을 들여 <한중일이 함께 쓴 동아시아 근현대사 1·2 >를 펴냈다. 

<한중일이 함께 쓴 동아시아 근현대사 1.2권>
 <한중일이 함께 쓴 동아시아 근현대사 1.2권>
ⓒ 휴머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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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이 함께 쓴 동아시아 근현대사>는 '헌법·도시·철도·이주·가족·교육·미디어·전쟁' 따위 8가지 기억을 통해 세 나라 문화와 역사를 독자들에게 이해시키고 있다. 무엇보다 지배자 중심이 아니라 세 나라 민중의 삶을 다루었다. 세 나라 민중들이 어떻게 교류해왔는지, 서양 문물을 어떻게 체화시켰는지 살핀다. 1권은 3국 근현대사의 구조적 변동을 시대순으로 다루고, 2권에서는 3국 민중의 생활과 교류를 다룬다.

'한국전쟁'이 언제에 일어났는지도 모른다고 탄식하는 이 땅의 어르신들이 보기에는 달갑지 않은 책일 수 있지만. 한중일 미래세대가 함께 동북아 역사를 이해하는 데 밑돌이 되기에 충분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마주 보는 한일사 1·2> 전국역사교사모임 역사교육자협의회 지음 ㅣ 사계절 펴냄 ㅣ 각권 12000원
<한중일이 함께 쓴 동아시아 근현대사 1·2> 한중일3국공동역사편찬위원회 지음 | 휴머니스트 ㅣ각권 2만3000원



마주 보는 한일사 1 - 화해와 공존을 위한 첫걸음, 선사 시대~고려 시대

전국역사교사모임.일본역사교육자협의회 엮음, 사계절(2006)


태그:#한중일 역사교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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