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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센터(지자체 문화센터 포함)·대학교 평생교육원·학부모회·부녀회·동호회·계모임, 심지어 운동을 위해 찾아간 휘트니스센터까지 회장과 총무가 없는 곳은 없다.

최근 휘트니스 센터에 입회를 하고 운동을 하던 정아무개씨는 입회와 동시에 자기소개를 하라는 말과 더불어 회장은 어느 분이고, 총무는 어느 분이라며 잘 기억해두라는 말을 들었다.

이후 회원들끼리는 별다른 호칭을 붙이지 않지만, 회장에게는 깍듯하게 존칭을 하는 것과 더불어, 곧 회식을 할 것이니 참석 여부를 알려 달라는 총무의 문자를 받았다. 위의 경우처럼 단순 친목을 위한 위의 경우라면 그나마 괜찮다.

초등학생 학부형들의 자발적인 학부모회는 학교의 행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학급 회장과 총무는 궂은 일 마다하지 않고 경비와 시간을 기꺼이 허락하며 다른 학부형들의 노고를 대신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는 항상 미안하고 고맙다. 그러나 면면을 살펴보면, 학교 자체에서 해도 될 일이거나 아니면 학부형의 도움이 없이도 일정부분 학교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이 많다. 이는 학교가 학부형들이 알아서 해 주길 바라는 경우와 학부형 스스로 아이들을 위해 대신 일을 하러 가는 것이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하면 아이들이 스스로 교실청소를 하지 못한다고 학부형들이 순번을 정해서 학교에 청소를 하러 가는 것이다. 이는 '아이들의 고사리 같은 손이 무슨 청소를 제대로 할 수 있겠는가? 그러니 우리가 가서 제대로 깨끗하게 해주고 오자'는 심리와 '청소로 인해 시간을 낭비하면 학원 일정에 지장이 많기 때문에 그냥 학교에 가서 해주자'는 두 가지 의미가 내포돼 있는 것이다. 물론, 깨끗한 환경에서 아이들이 공부를 하면 좋겠다는 선의의 의미가 더 많다는 것도 부모된 마음이다.

한번은 학급 총무가 연락이 와서 청소를 하러 가기로 했는데, 미리 담임선생님께 연락을 하지 않았는지, 갑자기 담임선생님이 학교에 일이 있으니 청소를 오지 말라고 했단다. 문제는 손이 여린 1학년만 아니고 4학년 학부형 중에도 간혹 청소를 하러 오라는 문자를 받는다고 한다.

이런 일은 대부분 총무가 맡는다. 회장은 주로 연륜이 있는 사람 혹은 회장 경험이 많은 사람을 뽑는다. 최종 의사결정권을 갖고 평소 자잘한 일은 없다. 대신 총무는 젊고 활기찬 사람을 뽑고, 주로 회비를 걷고 문자를 보내는 등 일이 많아서 총무 되는 것은 대부분 꺼린다.
학교의 경우는 그렇다 치더라도 여가생활과 자기계발을 위해 찾은 문화센터나 평생교육원의 경우는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신학기에 벌어지는 해프닝은 이렇다.

"회장과 총무 추천해주세요. 없으시면 회장님은 전임 회장님이 계속 하시면 좋겠고, 총무님은 일이 많으니 활기차고 젊은 OO님이 하시면 좋겠는데, 다른 분들 반대가 없으시면 박수로 정할게요. 박수 짝짝짝!"

해당수업을 맡은 강사는 급히 회장과 총무를 선출하고 선출된 임원은 인사를 한다.

대부분 총무를 맡은 사람의 어깨는 상당히 무겁다. 연락담당, 행사담당, 심지어 해당수업 강사의 잡무(복수, 음료수, 명절선물, 스승의날 선물 준비)도 맡아서 한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대학교 평생교육원이나 지자체운영 문화센터 포함하여 그렇게 첫 수업 풍경은 비슷하다는 점이다.

그리고 선거철이 되면 곳곳을 방문하는 정치인들은 경로당을 찾아갈 때도 회장, 총무의 연락처를 수소문하여 받아들고 "회장님" "총무님" 하면서 찾아온다. 그래서 정치인과 행정관련 업무가 발생하면 회장·총무를 찾는 전화는 바쁘기만 하다.

부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는 회장·총무의 역할을 해야 하는 단체나 모임이 있다. 그로 인해 다른 회원들은 편하기도 하다. 그럼에도 어디든 뽑는 회장, 총무는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일까. 안 그래도 조직화·서열화 되고 있는 우리 사회가 친목이나 여가생활을 위한 개인적 영역에도 침범하고 있는데, 우리는 너무나 일상화된 일이라서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반문해본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김수진님은 <울산 경상일보> 시민기자 입니다. 이 글은 <울산 경상일보>에도 송고됐습니다.



#회장#총무#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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