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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8일 오전 10시 7분]

무상보육이라는 토대가 어렵게 마련되었다. 그러나 아직 완성된 그림은 아니다. 지자체는 급격히 늘어난 무상보육 재정을 감당하지 못해 매년 중앙정부와 갈등을 겪고 있다. 이렇듯 무상보육 재정이 불안한 상태라, 사실 예산이 효율적으로 쓰이는가에 대해서는 관심을 두지 못한 측면이 있다.

영유아의 무상보육 사업에는 지자체의 보육예산과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등의 교육재정을 합해 10조 원이 훌쩍 넘는 재정이 들어가고 있다. 정부가 쏟아 붓는 재정이 제 효과를 발휘한다면 부모 부담이 그만큼 줄어야 하나,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이제는 한국 내 유아 교육의 구조적인 문제와 함께 영유아의 사교육시장이 공적 지원의 효율성을 잠식하는 문제에 주목해야 한다.

올해는 보육정책에서 두 가지 큰 변화가 있었다. 하나는 무상보육이 전면화된 점이다. 동시에 만3~5세 유아 대상으로 누리과정이라는 공교육 공통과정이 시작된 점도 눈여겨 봐야 한다. 누리과정은 어린이집과 유치원으로 이원화된 체계 내에 유아를 위한 동일 프로그램을 시행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하지만 성급하게 진행되다 보니, 현장의 다양한 의견수렴이 이뤄지지 않아 여러 문제를 안고 있다. 총 11개 분야로 초등학교 1학년의 교과 내용보다 많을 뿐 아니라, 따로 마련된 교사 지침서 내용도 교사의 수업 편의에 따르고 있어 우려가 높다. 무엇보다도 현장에서 그 내용을 모두 소화할 시간이 부족하다(김은주, 2013).

갓 시작된 누리과정 내용이 사교육 업체들의 새로운 시장이 되면서, 부모나 기관의 사교육 부담으로 전가되고 있다는 문제의식도 높은 실정이다.

무상보육은 정말로 '무상'일까?

최근 유아 교육비 실태조사를 보면, 만3세~5세까지 연령이 높아질수록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혈연에 의한 돌봄비가 줄어드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유아의 사교육비는 연령이 높아지면서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그림1 : 유아의 교육비 및 보육비(단위: 천원)]
 자료: 서문희·양미선, 참고 재구성.
 자료: 서문희·양미선, 참고 재구성.
ⓒ 새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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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부모 부담의 출발선을 영유아기로 낮춰 자녀 한 명당 양육비를 끌어올리고 있다. 특히, 영어유치원이라 불리는 반일제 이상의 유사기관을 이용하는 가정의 부담은 연령별 증가세가 뚜렷하다. 학원이나 학습지 비용도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무상보육의 구호에 맞게 부모의 추가 부담이 없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이용하는가에 따라 가계 부담은 5만 원에서 12만 원이 추가된다. 게다가 가계가 전적으로 부담해야 할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의 특별활동비가 발생하면서 연령별로 평균 8만 원~10만 원을 더 부담하게 된다.

이처럼, 정부의 무상보육 지원비가 기관 유형에 따라 다른 기본 보육비 및 교육비를 모두 커버하고 있지 못하다. 또한 기관 안의 사교육도 의무활동으로 들어와 있으나 이 비용 부담은 전적으로 가계의 몫이다. 이런 현실에서 정부의 누리과정 지원금은 가계 경제에 도움이 되나, 절약된 그 돈은 또 다른 사교육비로 지출되고 있는 형국이다.

[그림2 : 유아 사교육비 (단위:천원)]
 자료: 서문희·양미선, 참고 재구성.
 자료: 서문희·양미선, 참고 재구성.
ⓒ 새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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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보육이 학습지 시장을 먹여 살린다?

정부의 무상보육 정책으로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이용하는 유아는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만5세의 경우는 다르다. 2010년 만5세의 기관 이용률은 90.9%였으나, 2012년 81.9%로 9%p 하락한다.

[그림3 : 어린이집과 유치원 이용률(2010년과 2012년 비교)(단위:%)]
 자료 : 최은영, 2013.
 자료 : 최은영, 2013.
ⓒ 새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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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공통과정으로 누리과정이 전격 도입되면서, 초등 입학 전에 다른 아이들보다 더 앞서야 한다는 부모의 기대 심리에 의한 영어유치원 등으로의 이탈을 그 원인으로 들어볼 수 있다. 해당 사례의 대부분이 영어학원 등을 이용하는데, 그 부모들은 기관의 특별활동을 더 강화한 영어 학원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들 가정은 월 500만 원 이상의 고소득자들로, 한 달 총사교육비는 최소 96만 원에서 최대 275만 원까지 쓰고 있다(이윤진 외, 2012).

유아들이 가장 많이 참여하는 사교육 형태는 학습지다. 한국의 학습지 시장은 대표적으로 웅진 싱크빅, 교원구몬, 재능교육 등 4개사 중심의 구도로 형성되어, 2008년 기준으로 전체 시장의 77.8%를 차지하고 있다. 승승장구하던 이들 4개 학습지 업체들도 초중등 시장에서 입지가 약해지면서 매출도 2010년부터 계속 감소 추세였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학습지 시장의 매출이 감소하던 즈음, 영유아의 무상보육이 영유아로 확대되면서 2013년에는 전면화되었다. 업체들은 영유아 대상의 새로운 학습지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중심으로 시작된 누리과정용 교재는 물론 특별활동을 위한 프로그램을 공략하는 마케팅도 적극적이다(<연합뉴스>, 2012.9.7; <뉴시스>, 2013.4.13; <북데일리>, 2013.2.13). 이렇게 정부의 무상보육 확대기에 영유아의 사교육 시장도 급성장한 셈이다.

유아 공교육을 바로 세우려면

유아기는 초등 준비기이기 이전에 성장발달의 중요한 시기이다. 이 연령대에 사교육이 극성을 부리면서 인위적이고 형식적으로 편향된 학습이 많아지면 아이들의 정서는 물론 스트레스로 인한 발달장애마저 겪을 수 있다.

영유아기에 편중된 학습이 들어갈 경우 고른 뇌 발달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을 새겨들어야 한다. 창의성 발달 교구 역시 부작용이 클 수 있다. 정형화된 교구를 다루면서 오히려 아이들의 표현력이 제한되거나 창의성에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사교육없는세상, 2013).

최근 이뤄진 조사를 보면, 가구의 소득 수준과 무관하게 기관을 이용하는 만5세 아의 의무교육을 제공하는 것에 대해 33.4%는 반대하고 있다. 누리과정이 시행되고 있으나 추가비용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이윤진․이정원․김문정, 2012).

누리과정이 공교육 과정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앞으로 여러 면에서 수정되거나 보완되어야 한다. 누리과정의 보완 과정에서 정부의 무상보육 지원과 급성장한 영유아의 사교육 시장의 문제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현실적으로 누리과정이 사교육 시장에 크게 기대어 여과 없이 그 내용을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유아기를 잠식하고 있는 기관 내 특별활동이나, 영어학원 등 고가학원, 학습지 시장에 대한 정부의 대책도 마련되어야 한다.

성급하게 시행된 누리과정이 창의와 인성 교육의 목적에 부합하려면 학습 중심의 내용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아이들이 친구와 지역사회 안에서 마음껏 놀 수 있는 권리를 되찾아줘야 사교육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래야 아이들은 학습 부담에서, 부모는 경제적 부담을 덜고 웃을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참고문헌 및 자료]

교육과학기술부 보도자료, “3-5세 연령별 누리과정 완성․고시”, 2012.7.6.
김은주, “생태유아교육에서 본 누리과정 분석 및 유아교육과정 운영 자율화를 위한 제언”, 사교육없는세상포럼, 2013.
사교육없는세상, “학습지, 교구 등의 영유아교육상품 실태를 살핀다”, 2013.
서문희․양미선, "유아 사교육비 추정", 육아정책연구소, 2012.
이윤진․이정원․김문정, “5세 누리과정 이용 실태 및 요구조사”, 육아정책연구소, 2012.
최은영, “누리과정 재정 지원 현황”, 육아정책연구소, 사교육없는세상포럼 발제문, 2013.
최정은, 자녀양육비 부담 적신호, 2013년 8월 (한국사회 분노의 숫자 : 새사연, 2013), 1-2, 2013-15.
<뉴시스> "사교육업체들, 영유아 시장으로 눈돌려", 2013.4.13.
<북데일리> "2013년 교육시장 트렌드", 2013.2.13.
<연합뉴스> “교육기업 사교육 정체,경기 침체 -> 영유아 시장 진출 러시”, 2012.9.7.

최정은 기자는 새사연 연구원입니다. 이 기사는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새사연 www.saesayon.org)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재가공된 것이므로 완결된 보고서를 보고싶으신 독자는 새사연 홈페이지 방문을 부탁드립니다.



#무상보육#사교육#영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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