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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도 마을 앞 바다  가두리 양식장과 배들이 떠 있다.
하태도 마을 앞 바다 가두리 양식장과 배들이 떠 있다. ⓒ 이재언

하태도 개요

하태도를 가기 위해서는 목포에서 서남해안의 최남단 가거도에 가는 쾌속선에 올라 중간 기착지인 흑산도를 거쳐서 상태도를 들른 다음에 하태도에 도착한다. 소요시간은 3시간 20분 정도. 1993년 5월 13일 필자가 이곳 하태도를 방문할 때에는, 오는 데만 이틀이 걸렸다. 목포에서 출발하여 흑산도에서 일박한 후, 새벽에 출항하는 여객선 새마을호를 타고 다시 3시간 정도 걸려야 도착했다.

하태도 가는 뱃길이 편리해질수록 섬의 문화가 얼마 만큼 발전했으며, 또 얼마나 옛모습을 잃었으려나 싶어 궁금해졌다. 그런데 2012년에 이곳을 다시 방문했을 때는 1960~70년대의 유물인 종선이 아직도 등장하는 것이 아닌가. 도리어 정겹기까지 했다. 하태도에 도착하면, 여객선에서 종선으로 옮겨 타야 섬에 닿는다.

사람 손길이 덜 미쳐서 아직도 청정함을 잃지 않은 섬. 하늘을 그대로 담은 듯한 푸르고 투명한 바다, 공기도 사람도 청정한 섬 하태도는 옛모습을 대부분 잃지 않은 섬이었다. 자연이 훼손되지 않아 태고적 아름다움을 여전히 잘 간직하고 있었다. 면적 2.31㎢, 해안선 길이 11.8㎞의 하태도는 목포 남서쪽 120㎞ 지점에 있으며, 하태도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것은 1650년 경으로 밀양 박씨 박행서가 흑산도에 거주하다 처음으로 섬에 들어와 살았다고 한다.

하태도는 생김새부터 특이하게 생겼다. 북동쪽으로는 돌출부가 길게 뻗어 있고, 남쪽으로는 깊게 만입되어 있다. 지도나 하늘에서 보면 마치 악어머리처럼 생겼다. 섬의 북쪽은 길게 벋은 악어의 코끝이고 포구가 들어선 선착장은 벌리고 있는 악어의 입 부분이다. 승선장이 있는 방파제는 톡 튀어나온 것이 마치 악어이빨 같다. 큰 이빨과 작은 이빨…. 해안의 대부분은 암석으로 이루어져 있고, 서쪽과 남쪽은 높은 해식애가 발달해 있다.

섬의 대부분은 산지로 이루어져 있다. 반도처럼 길게 뻗어 나온 산자락에는 나무가 드물어 마치 대관령 목장을 옮겨놓은 듯 초원의 언덕이다. 우묵하게 휘어져 들어간 지형에 장부래 해수욕장이 있다. 태도 세 섬 중 유일한 해수욕장이 이곳 하태도에 있는 것이다. 해수욕장 주변을 따라 돌담을 두른 집들이 올망졸망 모여 있다.

하태도의 유일한 해수욕장  겨울에는 바람이 정면으로 불어와서 마을에 모래 투성이가 된다.
하태도의 유일한 해수욕장 겨울에는 바람이 정면으로 불어와서 마을에 모래 투성이가 된다. ⓒ 이재언

북쪽 해안에 돌출한 2개의 갑(岬) 사이로 깊숙한 만이 형성되어 브이(V)자 모양의 선창과 그곳에 터를 잡은 마을은 안온한 느낌을 준다. 선창이 만들어지기 전에는 북서풍이 불면 기프미에 배를 피신시켜 보호했다고 한다. 두 개의 방파제가 있는데, 그 사이에는 물양장이 있다. 바깥쪽 방파제에는 테트라포드로 방파제를 보호하고 그 안에 부교와 부잔교가 있는데, 주로 안쪽 방파제가 이용된다.

하태도 둘러보기

필자가 타고 있던 종선이 테트라포드가 심어져 있는 안쪽 방파제에 닿았다. 방파제에 내려 동쪽 정면을 바라보면 내연 발전소가 있다. 그 뒤로 하얀 등대가 보인다. 방파제에서 오른편으로 길게 이어진 섬의 북쪽에는 모래사장, 그 뒤로 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마을은 이곳 선착장이 있는 북쪽 해안의 만 안쪽에 집중되어 있다. 양쪽으로 길게 형성된 물양장(物揚場). 물양장 주변은 그물과 부표 등 각종 어구들로 복잡하다. 몇 채의 창고가 있고 멸치저장 통과 전복양식 도구들, 심지어 보트까지 보인다.

경사진 옆으로 조그마한 재래식 방파제가 있다. 채 5m도 안될 것 같은 길이에 돌을 쌓아 사이사이에 시멘트를 바른 방파제 위에는 배를 묶을 수 있는 돌이 하나 꽂혀 있다. 그 옆으로 약간의 모래밭이 있다. 능선으로 이어지는 섬은 온통 잡초뿐, 나무라고는 드물다. 능선을 타도 될 것 같고 중간에 보이는 길을 따라가도 재미있을 것 같다. 마을이 있는 왼쪽 부분은 그래도 나무들이 제법 있다. 그 앞 바닷가에는 작은 배들이 산만하게 정박해 있다. 바다 속이 훤히 들여다보일 정도로 바닷물이 참으로 맑고 깨끗하다.

마을은 윗길과 해안길로 갈리는데 어느 방향으로 가든지 길은 다시 만난다. 오른쪽 해안길을 가다보면 또다른 방파제가 나타난다. 길이는 짧지만 상당히 넓은 방파제다. 그 옆에는 하태도리라는 마을표지석이 있다. 길 따라 왼편으로 꺾어 들어가면 바로 마을과 해수욕장이 있다. 태도군도 중 유일한 백사장이다.

마을로 가는 계단을 오르면 두 개의 기둥과 맞닥트린다. 이 기둥은 학교 교문을 대신한다. 바로 흑산초등학교 하태분교장이다. 한때 160여 명이 다녔고 필자가 처음 방문한 1993년도에서 18명이었으나 지금은 학생 3명인 초미니 학교로 축소되어 1982년에 하태분교장으로 격하되었던 것이다. 모래흙 운동장에는 교사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고 계단 앞에 조회대가 있었다.

계단 양 옆에 두 개의 조형물이 있었는데, 책 읽는 소녀상과 함께 이승복 소년상이었다. 구시대적 잔유물이 여태껏 남아 있어, 시간을 한 30년쯤 뒤로 되돌려놓은 것 같았다. 화단 옆 계단을 타고 올라서면 바로 교실. 이곳에서 뒤로 돌아서면 바다가 보인다. 전복 양식장과 섬의 북쪽 산이 바라다 보이는데, 그 오른쪽에 있는 섬이 중태도다. 재학중인 학생은 3명에 불과한데도, 학년차이가 나서 두 명의 선생님이 있다 한다. 거의 개인지도 차원의 바람직한 교육을 받고 있을 것 같다.

하태도 보건진료소  진료소 마당에 미역을 말리고 있다.
하태도 보건진료소 진료소 마당에 미역을 말리고 있다. ⓒ 이재언

학교로 가기 전 오른쪽으로 큰 길이 있는데, 주요 관공서가 있는 길이다. 흑산도태도출장소와 보건진료소가 있다. 태도출장소에는 철새지원센터가 입주해 있는 것으로 보아, 이 섬 이 갖는 생태학적 가치가 클 것이라는 기대치를 갖게 했다. 그리고 보건진료소에는 찜질방을 겸영하고 있었다. 고령의 주민들이 많다는 것이리라.

하태도는 옷말, 고랑, 석멀이 합쳐 한 마을을 이루고 있다. 예전에는 옷말에만도 100여 가구 정도의 많은 사람들이 살았지만 지금은 6가구에 불과하다. 배가 닿는 선착장에는 10가구 정도가 산다. 해수욕장을 끼고 있는 장굴에 20가구, 골창은 장굴로 내려오는 골짜리 마을로 8가구가 있다.

높은 곳까지 집이 들어서 있어 윗마을 아랫마을로 자연스레 구분이 갔다. 곳곳에 집이 산재해 있지만, 폐가가 더 많았다. 일시적으로 뭍으로 떠난 사람들의 집도 적지 않아 마을은 고즈넉하기 짝이 없었다.

바람이 거세어 높은 돌담속에 갇힌 주택  이제는 폐가가 되었다.
바람이 거세어 높은 돌담속에 갇힌 주택 이제는 폐가가 되었다. ⓒ 이재언

최고의 낚시터 하태도

하태도의 인근 해역은 북상하는 제주난류가 통과하는 지점으로 남해와 서해의 빠른 물살이 수시로 교차하기 때문에 갯바위 낚시나 선상 낚시 모두 환상적인 천혜의 낚시터이다. 그래서 섬 전체가 포인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유명한 낚시터가 많다.

맑고 깊은 청정해역에 풍부한 어종이 모여들어 한 해 500여 명의 낚시 애호가가 이곳을 다녀간다고 한다. 하태도의 간여, 큰여섬, 강섬이 하태도의 유명한 낚시 포인트이다. 초여름부터 10월까지 돔과 농어가, 추석 전후인 10월 초순부터는 열기와 우럭이 잘 잡힌다. 11월 중순부터 3월까지는 감성돔이 잡히는 본격적인 낚시 시즌이다. 입이 떡 벌어질 만큼 크기가 큰 감성돔이 잡히는 하태도는 낚시 마니아들이 선호하는 곳이다.

낚시로 유명한 곳인만큼 주민 자치적으로 섬에서 200m 떨어진 해상 이내에서는 주낙과 삼중망 등 불법어업을 삼간다고 한다. 조황과 안전을 고려한 현명한 운용이다. 본도에서 떨어진 간여나 조류가 빠른 곳에서는 12물이나 2물까지 낚시가 잘 되며, 본섬의 만곡진 해안에서는 보편적으로 5~10물에 잘 된다. 낚시터에 따라 썰물이 좋은 곳도 있으나 대체로 밀물 초반이 좋은 편이다.

마을 해변가에서  작은 전복 알맹이를 까는 주부
마을 해변가에서 작은 전복 알맹이를 까는 주부 ⓒ 이재언

하태도 특산물

하태도의 특산물로 낚시하기 좋은 수많은 어종과 함께 홍어를 빼놓을 수 없다. 홍어는 흑산군도뿐만 아니라 태도군도 주변에서도 조황(釣況)이 좋기 때문이다.

210년 전, 우이도 사는 문순득씨가 이곳에서 잡은 홍어를 사러 왔다가 표류하는 바람에 해를 거쳐 오키나와 필리핀까지 갔다가 3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왔던 실화가 있다. 이 이야기가 정약전의 <표해시말>에 수록되어 있을 만큼 예나 지금이나 홍어는 이곳에서 빼놓을 수 없는 특산물이다.

또한 하태도에서는 해조류가 발에 채일 만큼 지천으로 널려있다. 양식을 하지 않은 순자연산 미역과 톳, 돌김들을 섬 주위 갯바위에서 채취하는 것이다. 해녀가 많은 섬이어서 한때 50명이 넘었지만, 지금은 20명도 채 되지 않고, 그나마 60대 이상이라 점차 줄어들고 있다. 한 사람이 하루평균 전복과 소라, 해삼 등을 40~50㎏씩 채취하고 있다.

하태도 민속

백사장 옆에는 숲에 싸인 당이 있다. 대자연에 대한 고마움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섬사람들이 자연을 깍듯하게 숭배해온 오랜 샤머니즘의 전통에서이다. 해마다 구정이 돌아오면, 하태도 사람들은 설날부터 초사흘까지 당제를 정성껏 지낸다. 제물을 올려놓고 하태도에 어류와 해조류의 풍년이 들기 바라며 온갖 재앙이 없기를 기원하는 이 제사는 마을 전체가 벌이는 전통 민속행사와도 같다. 당제를 끝내면서 허수아비를 바다에 띄워 보내는 의식을 행하는데, 섬에서 볼 수 있는 독특한 제례풍습이다.

하태도 지리

하태도는 전라남도 신안군 흑산면에 딸린 섬으로 면적 2.7㎢, 해안선 길이 11.8㎞ 인구는 73가구 153명이다. 목포 남서쪽 120㎞ 지점에 있다.

하태도 가는 길

남해스타호,  목포―하태도, 1일 1회, 3시간 20분 소요. 목포 8시 출발, 하태도 11시 20분 도착.

덧붙이는 글 | <전남일보>에 실렸습니다.



#하태도 #종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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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 연구원으로 2019년까지 10년간 활동, 2021년 10월 광운대학교 해양섬정보연구소 소장, 무인항공기 드론으로 섬을 촬영중이며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재정 후원으로 전국의 유인 도서 총 447개를 세 번 순회 ‘한국의 섬’ 시리즈 13권을 집필했음, 네이버 지식백과에 이 내용이 들어있음, 지금은 '북한의 섬' 책 2권을 집필중

이 기자의 최신기사책 '북한의 섬'을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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