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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16일 오후 6시 22분]

 채동욱 검찰총장의 사퇴를 둘러싸고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한상희 건국대 교수와 참여연대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채 총장에 대한 법무부장관의 감찰지시 취소와 법무부장관 해임 등을 요구하고 있다.
채동욱 검찰총장의 사퇴를 둘러싸고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한상희 건국대 교수와 참여연대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채 총장에 대한 법무부장관의 감찰지시 취소와 법무부장관 해임 등을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채동욱 검찰총장의 '혼외 아들' 의혹 보도를 한 <조선일보>와 이 의혹에 대한 감찰지시로 사실상 사퇴를 압박한 법무부를 규탄하고 이 모든 과정에 청와대가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는 시민단체들의 기자회견이 이어졌다.

16일 오전 청와대에서 가까운 서울 청운효자동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참여연대는 채 총장에 대한 감찰지시를 사실상의 축출이라고 규정했다. 박근용 협동사무처장은 채 총장 축출을 현직 대통령 사임으로 결과를 맺은 미국의 워터게이트사건과 비교했다.

"워터게이트 사건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던 1973년 10월 20일, 닉슨 대통령은 리처드슨 법무부장관에게 아치볼드 콕스 특별검사를 해임하라고 요구했다. 당시 콕스 특별검사는 대통령 집무실의 녹음테이프까지 수사해야겠다는 방침이었다. 리처드슨 법무부장관은 부당한 지시는 따를 수 없다며 사임한다. 당황한 닉슨 대통령은 법무부차관에게 지시를 했지만 차관도 사임한다. 정의를 지키고 특별검사의 법과 원칙에 따른 수사를 보호하기 위해 법무부장관과 차관은 자신의 직을 걸고 막아냈다. 이 사건을 '토요일 밤의 학살'이라고 부른다."

박 사무처장은 이어 지난 13일 황교안 법무부장관이 채동욱 검찰총장 감찰 지시를 내린 일을 언급하면서 "청와대와 조선일보 같은 집권세력이 요구하는 걸 법무부장관이 거부하고 막아내기는커녕 이들과 일치단결해 검찰총장에게 '당신 나가시오'하는 것과 같은 감찰지시를 내렸다"고 규정했다. 그는 "법무부장관이 채동욱 검찰총장을 감찰하라고 지시한 지난 13일은 '13일 금요일의 학살'이라 부를 수 있는 아주 부끄러운 날이다"라고 말했다.

"검찰총장 축출 이유는 선거법위반 혐의로 국정원 기소했기 때문"

김진욱 변호사(참여연대 집행위원장)는 "이번 검찰총장 축출 사건은 '사법권력의 존재근거에 대한 학살'이라고 하는 게 가장 정확한 표현"이라고 규정했다. 김 변호사는 "검찰의 중립성을 추구하기 위해 검찰총장 임기제를 도입한 지 10여 년이 됐다"며 "대통령으로부터 독립돼 공정하고 정당한 검찰권력의 행사 기반을 만들려는 민주화 의지의 반영이었다"고 평가했다.

김 변호사는 "지금 일어나는 사태는 검찰총장을 사실상 축출해 임기제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어럽게 한발 한발 진전시켜온 민주화에 대한 거역이라는 점에서 사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 교수(운영위원장)는 "지난 대선 이후 국가정보원이 민주화로 이룬 87년 헌법체제를 정면부정하고 민주주의를 유린하는 행태에 대해 시민들은 촛불을 들어 규탄하면서도 검찰이 국정원장 등을 기소하고 공소유지하는 과정을 기대를 갖고 지켜봐 왔다"며 "그러나 이 '금요일의 학살' 사건으로 그런 기대는 모두 무너지고 말았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국정원에 대한 검찰 수사는 무소불위의 국정원을 개혁하고 이 나라의 정치를 바르게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었는데 비열한 정치공작으로 검찰권과 법질서를 흔든 사건"이라며 "이 정부는 과거 공작정치, 폭력정치로 점철된 유신시대로 되돌아가고자 하는 것이냐"고 물었다.

참여연대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검찰총장 감찰 지시는 진상규명을 위한 것'이라는 청와대와 법무부의 논리를 반박했다. 참여연대는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 지시가 사표를 종용하는 게 아니라는 법무부장관의 해명이나 사표를 수리하지 않았고 진실규명에만 관심있을 뿐이라는 청와대의 말을 믿을 사람은 없다"며 "감찰 지시는 '당신, 나가라'는 직설적인 말의 다른 표현일 뿐이고, 이처럼 중요한 일을 법무부장관이 청와대와 의논없이 결정했다고 볼 사람도 없다"고 단언했다.

"검찰, 정치검찰과 국민검찰의 기로에 서 있다"

참여연대는 "채 총장이 청와대의 눈 밖에 난 결정적 이유는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에서 법무부와 청와대의 압력에도 검찰이 국정원법 위반 뿐 아니라 선거법위반 혐의로 기소했기 때문으로 본다"며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재판 과정에서 검찰이 불법행위 관련 사실들을 법정에서 추가 공개하며 유죄판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니 청와대의 불만은 더 쌓였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법과 원칙에 따른 수사와 정당한 검찰권 행사가 청와대의 정치적 득실계산의 희생양이 돼선 안된다"며 "검찰은 최고권력자의 의중을 파악하고 따르며 중앙정보부의 위세에 눌려 살던 유신시대의 검찰로 돌아가거나, 이명박 정부 5년의 정치검찰로 돌아갈 것인가, 아니면 권력자들의 부당한 처사에 맞서는 소신과 기개 있는 검찰이 될 것인가 기로에 서 있다"고 진단했다.

참여연대는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채 총장에 대한 법무부장관의 감찰지시를 취소하라"면서 동시에 황교안 법무부장관을 해임하라고 촉구했다. 참여연대는 전국의 검사들을 향해서도 "시키면 시키는대로 청와대와 법무부장관의 부당한 지시에도 묵묵히 따르는 권력의 시녀로 전락할 것인지, 아니면 권력형 불법행위와 거악을 척결하는 국민의 검찰로 우뚝 설 것인지 지금 바로 행동으로 보여달라"고 호소했다.

언론단체 "광고 불매운동 등으로 <조선>에 항의" 

▲ 박석운 민언련 공동대표 "조선일보는 청와대 태평로 지부"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와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 전국언론노동조합 소속 회원들이 조선일보의 채동욱 검찰총장 '혼외아들' 의혹에 대한 보도형태를 규탄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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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와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 전국언론노동조합 소속 회원들이 16일 오후 서울 중구 조선일보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선일보의 채동욱 검찰총장 '혼외아들' 의혹 보도를 규탄하고 있다.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와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 전국언론노동조합 소속 회원들이 16일 오후 서울 중구 조선일보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선일보의 채동욱 검찰총장 '혼외아들' 의혹 보도를 규탄하고 있다. ⓒ 유성호

이번 사건을 보도한 <조선일보>에 대한 비난도 이어졌다. 80년 해직언론인협의회,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민주언론시민연합, 방송독립포럼, 새언론포럼, 언론광장,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언론단체들은 이날 오후 서울 태평로 조선일보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선일보를 단죄하고 응징하는 범국민적 운동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김종철 동아투위 위원장은 "보통 기사를 쓰는 과정으로 보면, 조선일보가 '채동욱 총장이 혼외 아들을 두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쓰려면 유전자검사를 통해서든지 아이 어머니 인터뷰를 통해서든지 사실관계가 확인된 뒤에 써야 한다"며 "그런데 이번 보도를 보면 의혹의 근거자료들이 제3자에 공개되지 않는 것들이 많아 그 배후를 의심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청와대가 채 총장 사퇴에 조선일보를 이용한 것이라면, 정치공작 일선에 언론이 동원되는 치욕적인 일"이라며 "이런 일이 재발 않도록 강력대처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기자회견문에서 이번 사태를 "정권의 청부를 받은 조선일보가 '임기제 총장 제거 공작'의 바람잡이로 나서 국정원 생산으로 의심되는 사생활 정보로 억지 여론을 만들어내고 공안출신의 민정수석이 나서서 퇴진을 종용한 것"이라며 "그래도 안 먹히자 임명권자인 박근혜 대통령을 대신한 법무부장관이 임기제 총장의 마지막 숨통을 조이고 있는 것"이라고 해설했다.

이들은 "'시녀 검찰', '정치 검찰'의 구시대로 역사의 시계바늘은 거꾸로 돌게 됐고 국정원 부정선거의 진상규명과 사법처리 또한 물 건너 갈 공산이 커졌다"고 전망하면서 "침묵으로 일관하던 청와대는 검찰 내의 반발과 국민적 분노가 비등하자 사태의 본질은 '공직자 윤리문제'라며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들 단체는 "여론의 왜곡과 조작으로 국민을 기만하고 동원하는 것을 주업으로 하는 무소불위의 타락한 언론권력체 조선일보의 퇴출을 요구하고 그 행동의 시작을 선포한다"며 "언론계의 총의를 모으고 민주세력과 연대해 구독거부와 광고 불매운동 등 모든 합법적 수단을 동원해 조선일보를 단죄하고 응징하는 범국민적 운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참여연대#채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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