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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4개 시민단체가 9일 오후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상법개정안 후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4개 시민단체가 9일 오후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상법개정안 후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박근혜 정부가 공약한 대표적 경제민주화 법안 중 하나인 상법개정안이 후퇴할 조짐을 보이자 4개 시민단체가 일제히 규탄 입장을 밝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경제개혁연대, 참여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9일 광화문 정부 서울청사 앞에서 이같은 내용의 공동 기자회견을 했다. 시민단체들은 상법개정안이 박근혜 정부의 대선 공약사항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개정안 원안의 후퇴는 곧 경제민주화 포기라고 주장했다.

"상법개정안 후퇴, 재벌총수 기득권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것"

이번 상법개정안의 핵심은 기업 지배구조 개선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소액주주의 독립적 사외이사 선임 시스템 도입, 집중투표제와 전자투표제의 단계적 실시, 다중대표소송 도입 등을 경제민주화 공약으로 제시했다. 재벌 총수로의 부당한 지배력 집중을 법적으로 견제하겠다는 취지다.

인수위에서도 국정과제로 채택되는 등 순탄하게 추진되던 상법개정안에 제동을 건 것은 박 대통령 자신이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10대 그룹 회장단을 청와대로 공식 초청해 오찬을 했다.

그는 취임 6개월 만에 처음으로 대기업 총수들과 만난 이 자리에서 "입법이 쏟아지고 있는데 경제에 찬물을 끼얹는 입법이 되면 문제가 심각하다"면서 "독소조항은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발언은 경제민주화법, 상법개정안 등 경제활성화를 약화시킬 만한 요소가 있는 법안들에 사실상 제동을 걸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실제로 법무부는 공청회를 거쳐 상법개정안 내용을 정했지만 이날 이후 재공청회 일정을 잡았다. 기자회견에 나선 시민사회 인사들은 이 점을 지적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상법개정안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라면서 "재계 총수 오찬 발언으로 경제민주화 법안들이 후퇴할 것을 국민들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제대로 약속을 지켜서 경제민주화 입법에도 '신뢰 프로세스'를 작동시켜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한기 경실련 경제정책팀 국장은 "재계가 상법개정안을 반대하는 것은 재벌총수의 기득권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것"이라면서 "상반기에도 경제민주화 입법이 지지부진 했는데 상법개정안마저 후퇴하면 사실상 경제민주화를 포기하겠다는 얘기"라고 비판했다.

"경영권 위협에 투자·고용 줄어든다는 재계 주장은 엄살"

현재 상법개정안 중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감사위원의 분리선출 방식 도입이다. 통상 감사나 감사위원은 그 기능상 대주주 및 경영진에게서 독립적이어야 하는데 현행법에서는 이들의 선임과 해임을 사실상 대주주가 결정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법무부에서 내놓은 개정안은 이같은 결정에서 대주주의 실질적인 의결권을 3%로 제한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재계가 가장 반발하는 부분도 이 지점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재계는 경영권 방어를 위해 자금을 쌓아두어야 하므로 투자를 못 하게 되고 결국은 고용도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이날 모인 시민단체들은 자산총액 2조 원 이상의 대형 상장회사에서 감사위원회의 독립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포함되어야 할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대주주와 경영진의 전횡을 막아 재벌의 불법행위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라는 것이다.

김성진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부위원장은 "재벌들의 전횡적인 경영이 사회적인 문제인데 이는 회사 내부에 총수를 견제할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기 때문"이라면서 "재벌 총수들은 이것이 경영권을 위태롭게 하는 것처럼 말하지만 엄살이고 왜곡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경제개혁연대의 채이배 회계사는 "상법개정안에 대한 재계의 공격들이 대부분 허상에 가까운 내용"이라고 일축했다. 채 회계사는 "재계는 경영권이 불안하기 때문에 현금을 쌓아놓고도 투자와 고용을 못했다고 주장하지만 최근 투자 및 고용의 저조는 세계적인 경제의 불확실성 확대나 내수 부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경영권 방어를 위해 투자를 포기하고 현금을 쌓아두거나 자사주를 매입한다면 주가는 떨어지게 되고 이는 외부의 경영권 도전을 더욱 부추긴다"면서 "재계가 투자와 고용을 무기로 경영권 안정을 주장하는 것은 앞뒤가 뒤바뀐 것"이라고 주장했다.


#상법개정안#경실련#참여연대#민변#경제개혁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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