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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현지시간) 실비오 베를루스코니(78) 전 총리의 상원의원 제명 결정을 앞두고, 이탈리아 정가가 요동치고 있다. 베를루스코니는 자신이 대주주인 방송사 미디어셋을 통해 700만 유로(약 105억원)를 횡령한 혐의로 징역 4년형을 선고 받아 상원의원직을 상실할 위기에 처한 상태.

베를루스코니, 제명 막기 위해 안간힘

 대법원에서 세금횡령으로 징역형이 확정된 이탈리아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
대법원에서 세금횡령으로 징역형이 확정된 이탈리아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 ⓒ 위키피디아 공동자료 저장소

이같은 상황에 대해 베를루스코니는 예민한 반응을 보이며 시시각각 다른 입장을 내놓고 있다. 또 베를루스코니 제명으로 정계부패척결에 나서겠다던 민주당(PD)의 경우,  원로급들이 돌연 제명처리를 20일 정도 연기해 베를루스코니 스스로 거취를 결정케 하자는 의견을 내놓아 야당의 다른 의원들이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결속이 예상되던 베를루스코니의 자유국민당(PdL) 내부에서는 베를루스코니에게 정계은퇴를 권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9일 결정을 앞두고 국회 상임위는 레타 총리(민주당)과 관련자들을 참석시켜 4일 임시모임을 갖고, 베를루스코니 처리에 대해 회의를 진행했다.

베를루스코니는 어떤식으로든 상원의원직 제명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베를루스코니는 지난 8월 30일에는 "만약 민주당이 나를 제명시킨다면 연립정부는 해체될 수밖에 없고, 이 나라의 민주주의는 끝날 것"이라며 사면 협박성 발언을 했다. 그는 논란이 되자 31일 급히 발표문을 내 "기자들의 실수였다. 현재 연립정부 탄생에 일조한 사람으로서 정부가 차질 없이 임무수행을 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말"이라고 해명했다.

앞서 8월 28일, 베를루스코니는 자신의 제명을 논의할 국회 면책 사법위에 경고성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만약 자신을 제명시킬 경우,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 있는 유럽인권재판소에 이탈리아 사법부를 제소할 것임을 알린 것. 유럽인권협정 7조에 따르면 범죄를 저지를 당시 그 현장에 없던 사람은 유죄판결을 받을 수 없으며 형사상 가중처벌을 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베를루스코니는 "자신의 사업체인 미디어셋의 세금탈루는 실무자의 잘못이며 자신에게 그 책임이 없기에 이탈리아 대법원의 판결이 부당하다"는 것.

베를루스코니는 좌익판사들이 자신을 음해한다고 호소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정계진출시부터 끊임없이 문제가 된 마피아 연관설 때문이다. 그는 정계진출을 베네데또 크락시(B.Craxi), 줄리오 안드레오띠(G.Andreotti) 등의 도움으로 시작했는데, 이 두 인물들은 전직 총리들이자 대표적인 마피아 연루 정치인들로 실형을 받은 인물들이다.

그외에 그의 사업동료들과 최측근 친구인 페델레 콘팔로니에리(F.Confaleonieri), 마르첼로 델 우트리(M.Dell'Utri), 빅토리오 망가나로(V.Manganaro) 등은 모두 마피아의 대표적인 단원들이며 마피아 연루사업 및 비리 혐의로 실형을 받은 인물들이다. 이러한 내용들은 국내언론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국내 언론 대부분 베를루스코니가 소유한 언론을 참고해 기사를 쓰기 때문에 이와 같은 내용이 소개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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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베를루스코니는 지난 8월 31일 오전 이탈리아 헌법개정을 요구하는 시민단체 겸 정당(Referendum Radicali)과 공식적으로 연대를 선언하며, 헌법개정요청서에 서명을 마쳤다.

이 단체는 마르코 빤넬로(M.Pannello.83)가 대표이며, 이혼 낙태의 합법화, 양심적 병역거부인정, 원전반대, 마약의 개인사용허가, 정신병동 전면폐쇄, 성 전환자의 권리합법화, 선거제도의 개혁 등에 대한 헌법개정을 요구하는 급진적 단체이자 정당으로 3명의 의원을 국회 사법위에 진출시켰다. 베를루스코니는 이들과 연대하면서 "나는 41개의 재판을 받아온 사람이다. 그 많은 송사 가운데 정작 나를 구속시킨 사건은 단 하나도 없었다. 그 만큼 결백하다. 좌익판사들이 나를 음해하는 것이 문제다. 50만명의 시민들의 서명을 받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 발언은 유럽재판소 제소를 진행하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징역형 받은 정치인은 협상 대상이 아니다"

그렇다면 결전을 앞둔 이탈리아 정계 상황은 어떨까

죠르지오 나폴리타노(G.Napolitano.88) 대통령은 지난 8월 30일, 야당성향을 띠는 4명의 새로운 종신 상원의원들을 임명해 민주당 측에 힘을 실어주었고, 이같은 결정에 보수여당측은 노골적인 항의와 불쾌감을 표시했다. 종신의원들은 다음과 같다. 클라우디오 아바도(C.Abbado.지휘자), 렌쪼 삐아노(R.Piano.건축가), 까를로 루비아(C.Ribbia 핵물리학자), 엘레나 카타네오(E.Cattaneo.신경생태학자)

 이탈리아 레타 총리.
이탈리아 레타 총리. ⓒ 위키피디아 공동자료 저장소

한편 민주당은 8월 24일부터 31일까지 연례 정기행사인 전당대회를 통해 결속을 다졌다. (그러나 2일 현재 원로중진들의 돌변한 결정으로 민주당 내부는 큰 혼란에 처한 상태이다.) 일단 전당대회를 통한 공식적인 민주당 핵심의원들의 의견은 이렇다.

엔리코 레타(E.Letta 46) 총리는 "베를루스코니의 제명처리 진행이 별다른 문제 없이 진행될 것"이라는 설명과 함께 "그의 제명은 사법부가 관여할 법적인 문제이지 이것을 비약시켜 정치쟁점화할 사안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마태오 렌찌(M.Renzi 38) 피렌체 시장. 현재 민주당의 차세대 리더로 떠오르고 있는 그는 베를루스코니에 대한 강경발언으로 시민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은 바 있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시민정신이 있는 곳이라면, 대법원에서 징역형 받은 정당리더에 대해 제명표결을 논하기 이전에 일찌감치 그를 자기집으로 돌려보내는 게 상식이다. 이제는 베를루스코니를 끝내자. 우린 벌써 20년동안 베를루스코니만을 말하고 있쟎나!"

한편 법망을 잘 피해가던 베를루스코니에 대한 확실한 제명처리를 위해 조용히 그러나 확고하게 움직이는 핵심인물은 바로, 펠리체 카손(F.Casson. 59) 민주당 원내 부대표다. 8월 1일 베를루스코니의 대법원 징역형이 선고된 후, 미디어셋은 다음날인 2일, 카손 의원에게 인터뷰를 청했다. 미디어셋은 인터뷰에서 특별사면혜택이 있을지에 대해 언질을 얻고자 한 것이나 카손 의원은 법의 형평원칙을 강조하며 그런 기대를 일찌감치 묵살했다.

그후로도 카손 의원은 여러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징역형을 받은 정치인은 정치협상 상대로조차 인정할 수 없다. 대법원에서 징역형이 나온 자에 대해 특혜와 사면을 논하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모습"이라고 확실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또한 이런 내용을 정치협상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자유국민당과 결별해 민주당이 독자적인 정치노선을 걸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8월 30일 그는 발표문에서 "현행법으로 베를루스코니의 즉각적인 제명처리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카손이 언론의 관심을 받고 있는 이유는 현재 민주당 원내 부대표직 외에 선거위, 의원면책 탄핵 사법위의 핵심인물이며, 이탈리아 사법부의 종신고문위원으로서 국회에 진출한 몇 안 되는 법조인 출신 정치인이기 때문이다. (카손 의원은 1992년 2월부터 1996년 6월까지 검찰이 정치권 수사에 전면착수해 전직 총리 4명, 국회의원 440명을 수사함으로써 기성정치권이 전면 붕괴되는 역사적인 '정치개혁사건(Tangentopoli, ManiPulite, 일명 깨끗한 손)' 당시 안토니오 디 삐에트로(A.Di Pietro) 검사와 함께 핵심 역할을 했다. KBS 방송팀은 필자 주선으로 카손 의원을 인터뷰할 예정이다.)

과연 오는 9일 베를루스코니의 제명처리가 예정대로 실행될 것인지 연기될 것인지, 그에게 또다시 사면특혜가 내려질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베를루스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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