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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지역 267개 교원·노동·농민·공무원·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친환경 학교급식을 위한 경기운동본부’(상임대표 구희현·이하 경기본부)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경기지역 267개 교원·노동·농민·공무원·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친환경 학교급식을 위한 경기운동본부’(상임대표 구희현·이하 경기본부)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 김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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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가 최근 재정난을 이유로 지난 2011년부터 매년 지원해오던 학생 무상급식 관련 예산을 내년부터 전액 삭감하기로 방침을 정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경기도는 지난 15일 '2013~2014년도 재정운용 계획'을 발표하고, 내년 세출예산에 대한 구조조정을 통해 5319억 원을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또 올해 취득세 등 세수결함이 45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다음 달 제1회 추경에 4435억 원을 감액 편성할 예정이다. 감액추경은 IMF 위기를 겪던 1998년 이후 처음이다.

경기도는 이 같은 조치와 관련해 재정난을 이유로 들었다. 경기도는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내년 세입이 올해 목표액(7조3241억 원)보다 3000억 원 감소할 것으로 추정되고, 복지·지방선거 예산이 3303억 원 증액될 정도로 재정난이 심화되고 있다"며 "재정난 극복을 위해 내년도 세출예산의 구조조정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경기도의 내년 세출예산 구조조정 대상에 학생급식비와 친환경농산물학교급식비 등 무상급식과 관련된 지원 예산 874억 원(올해 기준)을 전액 삭감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경기도는 민주당이 다수당인 경기도의회와 타협을 통해 지난 2011년 400억 원, 2012년 800억 원, 올해 874억 원 등 매년 친환경무상급식 관련 예산을 증액 편성, 일선 시·군에 지원해왔다.

논란이 일자 김문수 지사는 지난 16일 주례 간부회의와 별도의 보도자료를 통해 "무상급식은 정치나 철학의 문제가 아니라 예산의 문제"라며 "빚을 내면서까지 모두에게 무상급식을 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김 지사의 이런 입장 표명은 무상급식 관련 지원예산을 전액 삭감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해준 것이다. 김 지사는 그러면서 "(재정난 극복을 위해) 저희도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제 월급도 깎고 공무원들도 자진해서 수당을 반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야당과 교원 및 시민단체 등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경기지역 267개 교원·노동·농민·공무원·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친환경 학교급식을 위한 경기운동본부'(상임대표 구희현·이하 경기본부)는 무상급식 관련 예산 사수를 위한 행동에 나섰다.

경기본부 참여단체 관계자 등 50여명은 19일 오전 경기도의회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김문수 지사 규탄과 함께 무상급식 관련 지원예산 삭감계획 철회 등을 요구했다. 참석자들은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중간마다 김 지사의 퇴진구호까지 외쳤다.

이 자리에는 경기도의회 민주당 강득구(안양2) 대표의원과 박승원(광명3) 수석 부대표, 김상회(수원3)·김호겸(수원6)의원, 정의당 유미경(비례) 의원 등이 참석해 힘을 보탰다.

경기본부는 기자회견을 통해 "친환경무상급식이 정착돼 가고 있는 상황에서 갑자기 경기도가 지원하고 있는 무상급식 관련 예산을 내년에 전액 삭감하겠다는 김문수 지사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무상급식 관련 예산을 사수하기 위해 서명운동 등 범도민 투쟁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경기본부는 또 ▲ 김 지사는 무상급식 관련 예산의 원상복구는 물론 경기도 예산관리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할 것 ▲ 전시성·낭비성 사업과 개인의 정치적 입지 확보를 위한 예산을 전면 삭감하고, 재조정할 것 ▲ 친환경농축산업에 종사하는 농민과 축산농가의 생존과 발전을 위한 근본대책을 마련할 것 등을 요구했다.

구희현 상임대표는 "경기도교육청과 각 시·군이 50대 50 비율의 매칭 펀드 방식으로 실시되는 무상급식을 반대했던 김문수 지사는 자신의 브랜드인 친환경학교급식을 전국 최초로 실시하고 있다고 자랑하면서 지원해오던 예산조차도 깎겠다고 한다"며 "이는 김 지사의 '대통령 병'을 위한 노이즈 마케팅"이라고 비판했다.

구 대표는 이어 "현재 초미의 관심사는 내년도 세수부족에 의한 5000여억 원의 재정난인데, 이중에 중앙정부가 요구하는 복지예산 3000억 원이 들어있다"며 "따라서 김 지사는 아이들의 밥그릇을 뺏고, 친환경농업을 말살하는 잘못된 판단이 아닌 박근혜 정부를 상대로 예산투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당과 농민·교원단체 등의 날선 비판도 이어졌다. 민주당 강득구 대표는 "지난 16일 김문수 지사가 간부회의에서 '무상급식은 철학의 문제가 아니라 예산의 문제'라는 말을 했다는데, 예산에는 정책책임자의 철학이 담겨있는 것"이라고 공박했다.

특히 강 대표는 "무상급식은 경기도와 경기도교육청, 시·군 자치단체가 함께 하는 사업인데도, 김 지사가 기초자치단체나 경기도교육청과 한마디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무상급식 관련 예산 삭감 방침을 발표한 것은 독선과 오만"이라고 성토한 뒤 "경기도의회 민주당은 무상급식 관련 예산을 반드시 지켜내겠다"고 밝혔다.

무상급식 관련 예산삭감이 현실화될 경우 피해를 입게 될 농민단체 측도 목소리를 높였다. 신동선 전농경기도연맹 의장은 "친환경 무상급식이 정착단계에 접어든 상황에서 예산삭감이라니, 이게 웬 날벼락이냐"면서 "친환경농축산물을 생산하는 농민들은 김문수 지사의 결정을 인정할 수 없으며,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동식 친환경농업인경기연합회 회장은 "김문수 지사는 우리 농민들에게 친환경농업을 하면 친환경학교급식을 통해 판로를 확보해 주겠다고 약속해 어렵게 농사를 지어왔다"면서 "그런데 이제 와서 예산확대가 아닌 예산삭감이란 '핵폭탄'을 터트렸다, 도대체 상식이 있는 사람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울분을 토로했다.

김주영 전교조 경기지부장도 "혁신학교와 함께 무상급식이 견고하게 자리잡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갑자기 예산을 삭감한다고 하니까 황당하다"면서 "미래의 주역인 아이들의 건강을 훔쳐간 김문수 지사는 위험한 발상을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앞서 민주당 경기도당은 지난 18일 김영진 수석 대변인 논평을 통해 "경기도는 세수부족으로 인한 무상급식 예산 삭감이라고 강변하고 있으나 주장의 형식과 내용이 치졸하다"면서 "아이들 밥 먹이는 것으로 장난치면 안 된다"고 꼬집었다.

전교조 경기지부도 '돈이 모자란다고 아이들 밥값부터 삭감하나'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재정난으로 예산을 삭감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아이들 밥값을 먼저 삭감하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경기도의회 다수당인 민주당은 경기도가 무상급식 예산 삭감 방침을 거두지 않을 경우 김 지사의 최대 역점사업인 도민안방, 365민원전철, 경기국제보트쇼, 경기국제항공전 등의 예산 문제를 집중 공략하겠다고 벼르고 있어 경기도의 내년 예산안 심의과정에서 양측의 일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무상급식#친환경학교급식#친환경 급식운동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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