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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겉그림 〈손석희가 말하는 법〉
책겉그림〈손석희가 말하는 법〉 ⓒ 모멘텀
지금은 커뮤니케이션의 시대, 곧 '소통의 시대'다. 옛날처럼 생산품을 만들어 소득을 올리는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지식산업시대다. 그것은 단업이나 분업으로 가능한 게 아니다. '협업'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기업도 회사도, 그 어떤 직장도 마찬가지다. 소통은 그만큼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게 됐다.

이런 시대에 '소통의 달인'을 꼽으라면 누가 떠오를까. 그중 하나는 바로 손석희다. 예전에는 유시민과 심상정이 꽤나 잘 나갔다. 그들은 모두 토론의 달인이었다. 그런데도 손석희가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정치인들과 거리를 두고 제 길을 가고 있기 때문일까?

그건 손석희를 겉으로 치켜세우는 말일 것이다. 책 <손석희가 말하는 법>은 그가 지닌 진정한 가치를 '소통 그 자체'라고 설명한다. 이는 텔레비전 방송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그 누구와 대화를 하더라도, 그의 가치관은 확실하지만 중립성은 잃지 않고, 사람을 들추기보다 생각을 내세우도록 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러한 화법은 상대방이 '인신공격의 오류'를 이용해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는 것을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인신공격의 오류는 어떤 사람이 주장하는 논리가 아니라 그러한 논리를 주장하는 사람을 공격해 그 논리가 틀렸다고 주장하는 것을 말한다."(본문 47쪽)

책 <손석희가 말하는 법>에 나오는 내용이다. 손석희가 대화할 때 '사람'이 아닌 '생각'과 대화하도록 유도하는 바로 그 이유를 설명하는 부분이다. 이 책은 2001년 2월 3일 <시선집중>에서 나눈 브리지트 바르도와의 인터뷰를 토대로, 손석희가 왜 소통의 달인인지를 차분하게 분석하고 있다.

과연 무엇이 손석희를 소통의 달인으로 만드는 걸까? 텔레비전에서 대화하고 토론하는 그를 보면 무엇보다도 '차분함'이 드러난다. 상대방의 공격적인 발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는 줄곧 평정심을 유지한다. 아울러 '명쾌함'으로 상대방의 허를 찌르기도 한다. 그것이 그의 매력이지 않을까?

물론 그 두 가지 면만 있는 게 아니다. 이 책에 의하면, 손석희는 '사실 검증의 장에서 싸우고' '감정의 개입을 통제하고' '논리로 울타리를 치고' '상대방의 말로 상대방을 검증하게 하고' 그리고 '칼을 베지 않고 거두어서 승리를 완성하는' 스타일로 규정한다.

"벼랑 끝으로 밀린 박근혜 대표는 '저하고 싸움하시는 거예요?'하는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인다. 논쟁에서 신경질은 흥분이나 분노와 같이 패자가 보이는 전형적인 특징이다. 논리싸움에서 마지막까지 밀린 것이다. 그러나 손석희는 여기서 박근혜를 벼랑 밑으로 밀지 않는다. '지금 아무런 논거도 없이 막연히 한나라당은 앞으로 잘할 수 있다는 말만 하고 계시잖아요!' 하고 추궁하지 않는다. 손석희는 이렇게 말한다. 그렇진 않습니다. 질문을 바꿔보겠습니다."(본문 117쪽)

2004년 4월 9일, <시선집중>에서 손석희가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 인터뷰한 내용을 토대로 평가한 부분이다. 사실이긴 하지만, 그때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한나라당이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서 아무런 논거도 제시하지 못했다. 하지만 손석희는 그런 당 대표를 벼랑끝으로 내 몰지 않고서도 승리했다는 것이다. 

교회라는 조직사회에서 일하고 있는 나로서도 소통이 중요하다는 걸 절감한다. 그것은 크고 작은 회의를 지켜 볼 때에 더욱 그렇다. 이른바 토론의 주제에서 벗어난 자기주장에만 신경을 쓴 사람도 있고, 상대방의 인신을 공격하는 발언도 있고, 말문이 막혀 화를 내는 사람도 있고, 차분함과 명쾌함을 잃어버린 사람들도 있어서 그렇다. 물론 그것은 나도 예외이지 않을 것이다.

지식산업시대로 치닫고 있는 이때, 단업이나 분업보다는 협업을 해야 하는 이때, 손석희의 '차분함'과 '명쾌함'이 돋보이는 '소통의 대화'에 귀를 기울였으면 좋겠다. 바로 그와 같은 사람이 있는 곳에 '소통의 윤활유'는 더더욱 넘쳐날 테니 말이다.


손석희가 말하는 법

부경복 지음, 모멘텀(2013)


#부경복 #〈손석희가 말하는 법〉#시선집중#‘저하고 싸움하시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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