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의 대선 여론조작·정치개입 활동에 동원된 민간인 이아무개(42)씨의 계좌에서 국정원 자금으로 추정되는 돈 9200여만 원이 발견된 것으로 확인됐다.

12일 <한겨레>에 따르면, 2011년 11월부터 경찰의 국정원 사건 수사가 본격 시작된 지난 1월까지 이씨의 은행 계좌 2곳에 국정원 돈으로 추정되는 9234만 원이 입금됐다. 이같은 내용은 '경찰의 국정원 사건 관련 검찰 송치 기록'에 의해 확인됐다.

먼저 2011년 11월 24일부터 올 1월 28일까지 총 4925만 원이 현금입출금기를 통해 이씨의 씨티은행 계좌로 입금됐다. 경찰이 은행의 CCTV를 확인한 결과 이씨가 직접 입금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씨가 국정원에서 현금을 받아 자신의 통장에 입금했다고 보고 있다. 이씨는 적게는 5만 원에서 많게는 420만 원씩 29차례에 걸쳐 돈을 넣었다. 이중 3660만 원은 대선 전 8개월 동안 집중적으로 입금했다.

이씨가 입금한 시기는 그가 서울 강남구 일원동의 한 고시원에 머문 때와 일치한다. 그는 2011년 11월 18일 해당 고시원에 입주한 뒤 올 1월 5일 지인의 집으로 이사했다. 집이 부산이었던 이씨가 서울의 고시원에 입주한 것을 두고 '국정원 댓글 공작을 위해 거처를 옮긴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더불어 경찰은 이씨가 계좌에 입금한 돈 역시 국정원 공작을 위한 정보원비로 의심하고 있다.

지난해 5월 21일~6월 4일에는 정아무개씨의 계좌에서 이씨의 우리은행 계좌로 4309만 원이 이체됐다. 경찰은 이 돈 역시 국정원 자금이 정씨를 거쳐 이씨에게 흘러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역시 이 돈의 출처가 국정원이라고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관계자는 "이 돈은 정씨를 거쳐갔을 뿐이다, 400여만 원의 직접적 출처를 확인했지만 밝힐 수는 없다"고 말했다고 <한겨레>는 전했다.

드러난 입금액은 모두 9234만 원. 그러나 이씨가 계좌에 입금하지 않고 현금을 사용했거나 차명 계좌를 이용했을 가능성 등을 따지면 이씨에게 전해진 돈을 1억 원이 넘을 수도 있다는 의혹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씨가 관리하는 다른 국정원 조력자들에게도 이 돈이 분배됐을 수 있다고 경찰은 보고 있다. 한 명이 받은 정보원비로는 너무 많은 액수이기 때문이다.

경찰은 송치 기록에서 "이씨의 금전거래 규모가 (이씨의 주장대로) 주위의 도움이라고 단정하기 곤란하다"며 "이씨가 국정원으로부터 상당한 금액의 정보원비를 받아 이를 제2, 제3의 공모자들에게 재교부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