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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시장이 경전철 9개 신설 계획을 발표한 뒤, 서울에 지하철이 많은데 경전철이 왜 필요한지, 지하철 9호선·우면산 터널처럼 민간자본사업자만 배불리는 게 아닌지, 또 용인과 의정부 경전철처럼 세금먹는 하마가 되는지 등의 우려가 나왔다. <오마이뉴스>는 경전철 논란의 핵심에 서 있는 권오인 경제정의시민실천연합 국책사업감시팀장과 윤준병 서울시 도시교통본부장을 차례로 만난다. [편집자말]
 윤준병 서울시 도시교통본부장.
 윤준병 서울시 도시교통본부장.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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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 마시라."

50여 분의 인터뷰 도중 세 번, '걱정 마시라'는 말이 나왔다. 8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사무실에서 만난 윤준병(53) 서울시 도시교통본부장. 그는 시민단체들이 경전철 건설계획과 관련해 제기한 사업 적절성 여부, 재원 조달 가능성 등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며 자신감 있는 태도를 보였다.

그는 경전철 사업 논란과 관련해 잇따른 기자들의 인터뷰 요청에 응하랴, 신문에 기고해 사업 타당성을 설명하느라 분주하다. 그는 "시민들이 궁금해 할수록 잘 대응해서 (경전철 사업에 대한) 시민의 이해를 높여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시 계획안도 없이 공청회 할 수 없었다"

경전철 사업 발표 과정에 공청회, 토론회가 한 번도 없었다. 때문에 소통을 중시하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스타일과 다르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 점에 대해 그는 속사정을 털어놓았다. "(미리 발표하면) 지역마다 요구가 많아서 자칫하면 정치적 입김에 의해서 좌지우지될 수 있었다"며 "준비 과정에서 외부의 개입 여지를 없애야 한다는 게 포인트였다"고 설명했다. 또 이번 사업이 선거용이라는 주장에는 "시가 5년마다 세워야 하는 도시철도 계획 발표였다, 해야 할 걸 했을 뿐"이라며 "정치적인 의도가 있다고 매도하는 그들이 더 정치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7일 인터뷰에서 권오인 경제정의시민실천연합 국책사업감시팀장은 서울시가 경전철 사업을 급하게 서두르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관련기사:"전시성 토건사업 안 한다더니... 이명박·오세훈 따라가려 하나" ) 이에 대해서 그는 시급하게 추진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교통 복지의 사각지대에 있는 시민들에게 하루라도 빨리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는 뜻이다.

또 민간 자본을 끌어들이지 말고 시의 재정 사업으로 추진하자는 권 팀장의 주장에는 "시 재정 사업으로 9개 신설하려면 20년이 걸린다"며 "이는 도시철도 소외지역 주민들에게 20년 동안 불편한 교통을 감내하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비 3조 550억 원의 재원 조달 방안은 따로 제시하지 않았다. 지난 10년간 도시철도 예산이 매년 4700여억 원. 이 예산에서 경전철 사업비 3000억 원을 쓰는 것이기 때문에 추가 비용이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시민단체의 의혹 제기 방식을 비판했다. 그는 "시민단체들은 주장만 할 뿐 서울시에 확인한 적이 한 번도 없다"며 "시민단체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운 영역인가, 그게 과연 온당한 것인가"라고 말했다. 이어 웃으며 "퇴직하면 시민단체 감시연대를 구성해 그들의 주장이 얼마나 맞는지 확인하겠다"는 농담을 던기도 했다.

시민단체를 향해서 그는 "왜곡된 주장은 다수의 시민들에게 혼란시키고 오해를 유발할 수 있다"며 "미리 확인을 해서 건전한 비판이 될 수 있도록 당부를 드린다"고 말했다. 또 시민들에게는 "시민이 우려하는 민자 사업 폐해를 최소화하려는 시의 노력을 십분 이해해 달라"며 "이 과정에서 시민들도 공동의 노력을 모아 달라"고 말했다.

다음은 윤준병 본부장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사전 공청회 했으면 정치적 입김에 좌우될 것 같았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7월 24일 오후 2시, 서울시청에서 기자설명회를 열어 9개 노선, 총 85.41km의 경전철 건설 계획을 담은 '서울시 도시철도 종합발전방안'을 발표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7월 24일 오후 2시, 서울시청에서 기자설명회를 열어 9개 노선, 총 85.41km의 경전철 건설 계획을 담은 '서울시 도시철도 종합발전방안'을 발표했다.
ⓒ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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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에 인터뷰도 잦고 신문에 기고도 했더라. 경전철 사업 논란으로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 같다.
"시민들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어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인터뷰나 기고를) 하려고 한다. 이동권은 이제는 기본권의 하나로 격상시켜야 하는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서민들의 발을 확충하는 계획을 이번에 내놓았다. 이미 2008년도에 정부가 승인한 계획을 재검토했더니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문제가 많은 것처럼 보도되고 있다. 일부에서 선거용이 아니냐고 시비를 거는 것은 의아스럽기까지 하다. 선거가 가까워지니까 정치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 같다. 하지만 시민들이 궁금해 할수록 잘 대응해서 시민들의 이해를 높여야 할 것 같다."

- 이번 도시철도계획을 발표하기 전 '청책(聽策)워크숍'이나 공청회가 없었다. 소통을 강조한 박 시장의 스타일과는 달랐다. 왜 없었나? 일부러 안 한 것인가?
"이번 계획을 공표하기가 어려웠다. 정치적인 압력이 들어갈 개연성이 많아서다. 지역의 요구가 많아서 자칫하면 정치적 입김에 의해서 좌지우지될 수 있었다. 준비 과정에서 외부의 개입 여지를 없애야 한다는 게 포인트였다. 시는 이제부터 토론회, 공청회 할 것이다. 절차를 준비하고 있었다. (시민단체에서) 예정돼 있는 것을 미리 왜 안 했냐고 하면 앞뒤가 맞지 않다. 시 계획안도 없이 공청회를 할 수는 없지 않나. 이미 계획이 있는데 미리 안 했다고 지적하는 의도가 뭔지 모르겠다. 관심이 많다는 표현으로 이해하겠다.(웃음)"

- 이번 경전철 사업 추진이 내년 지방 선거 때문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제 집 앞에는 "민주당이 해냈습니다"고 적힌 플래카드가 걸려 있더라.
"선거 시즌이 다가오니까 그럴 수 있다. 하지만 행정을 담당하는 서울시가 정치적인 의도를 가지고 했다면 문제이지 않을까. 우리는 순수하게 객관적인 의도였다. 이 계획은 2008년, 정부가 승인을 했다. 도시철도법 제32조의2 제1항에는 5년마다 변화된 여건을 맞춰서 계획에 반영하라고 했다. 더군다나 용인·의정부·김해 경전철이 과다수요 예측 문제가 불거지면서 재검토 과정이 필요했다. 우리는 2008년 계획처럼 별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시가 5년마다 세워야 하는 도시철도 계획 발표였다, 해야 할 걸 했을 뿐이다. 정치적인 의도가 있다고 매도하는 그들이 더 정치적이다.

우리를 때리는 데는 다 의도가 있다. 2008년도 계획에선 시민단체도, 정치권도 아무 말 없었다. 지금은 2008년 계획보다 잘 하려고 문제가 됐던 내용을 검증하고 요금체계를 개선했다.  우리는 2008년 계획의 7개 노선에 정부 정책을 존중해서 3개 노선을 넣은 죄밖에 없다. 근데 뜬금없이 시민단체에서 들고 나오고, 정치권이 들쑤시고 있다. 내가 볼 때는 그게 다 정치적인 것이다. 그 전부터 제기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 어쨌든 재검토한 계획인데, 정말 서울시에 경전철이 필요할까? 박 시장은 도시철도 소외지역이 38%라서 경전철이 필요하다는데, 이 수치는 어떻게 나온 것인가?
"도시철도 역에서 걸어서 10분 이내에 도달할 수 있는 거리가 600m다. 역 기점으로 600m의 원을 그려서 보니 서울시 전체에서 배제되는 면적이 38%가 나왔다. 그걸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계획에 따라 경전철 사업을 하면 배제 면적이 10%가 줄어든다. 28%가 남는데 앞으로 교통 체계와 재정적인 판단에 따라 추가 사업이 가능할 수도 있다."

- 급하게 추진해야 할 만큼 당위성이 있는 것인가?
"물론 급하게 해야 한다. 왜냐하면 앞에서도 말했듯이 서민들이 가장 많이 의존하는 수단이 대중교통이다. 하지만 서민들이 주로 살고 있는 서북권, 동북권, 서남권은 교통의 사각지대다. 이 지역은 이동권 보장에서 배제돼 있었다. 그 동안에는 시의 재정 사업으로 이용 수요가 많은 지역에 우선 건설했다. 강남의 신분당선, 분당선이 그렇다. 형평성과 복지의 개념에서 접근한다면 시급성은 분명하다."

"9호선 민자 사업 경험있는데, 뭘 또 해보고 하냐"

 윤준병 서울시 도시교통본부장.
 윤준병 서울시 도시교통본부장.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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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 공사가 진행 중인 우이·신설선부터 한 뒤, 단계적으로 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서울시는 이미 민자 사업으로 9호선을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뭘 또 해보고 하자는 것인가. 경험이 있기 때문에 단계적인 추진은 별 의미가 없다. 용인·의정부·김해는 민자 사업을 한 번도 안 해봤다. 우리는 도시철도 건설·운영 경험이 있다. 노하우가 있으니 걱정 마시라."

- 빚이 26조인 서울시가 10년간 8조 원(시비 부담은 3조 550억 원)이 드는 사업, 가능할까?
"전혀 그런 걱정 마시라. 서울시 빚 26조 원에서 SH공사 임대 보증금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투자비 회수 시기가 돌아오면서 올해부터 서울시 부채는 감소할 것이다. 경전철 예산은 3000억 원씩 10년간 투입된다. 지난 10년 동안 지하철 건설에 매년 평균 4700억 원이 들었다. 이번 사업으로 4700억 원에 3000억 원이 추가적으로 들어 가는 게 아니다. 4700억 원 범위 내에서 운영되는 것이다. 중기계획상으로는 좀 더 늘려서 5000억 원으로 잡았다. 5000억 원 안에 3000억 원이 들어간다는 얘기다. 연 3000억 원 빚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 또 5000억 원을 빚 갚는 데 쓰지 왜 경전철 신설에 투자하냐고 말할 수도 있다(웃음). 도시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곳에는 써야 할 때 써야지. 그게 도시 행정이다. 시 예산을 빚 갚는 데만 써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 동일요금제 적용으로 민자 사업자에 줄 연간 보전금을 얼마로 예상하고 있나?
"시는 연간 300억~500억 원 정도로 예상한다. 여기에 노선 조정으로 버스를 감축하면 그 돈이 경전철에 재투자되면서 시 부담은 더 줄 것이다. "

- 민간 자본을 끌어들이는 이유가 뭔가? 전체 8조 가운데 절반인 국비, 시비가 4조 이상이 들어가는데, 이 재정으로 시 재정 사업으로 하자는 얘기도 있다.
"늦더라도 시 재정 사업으로 차근차근하면 9개 신설에 20년 걸린다. 소외지역에 산다는 이유로 20년 동안 불편한 교통을 감내하라는 것이다. 그런 불편을 조기에 극복하기 위해서 민자 사업자를 끌어들이는 것이다. 그렇다면 재정 사업은 폐해가 없나? 4대강 사업도 재정 사업이었다. 지극히 정치 논리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에 투자의 왜곡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 목소리 큰 놈, 정치 로비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이긴다. 재정 사업이 만능이 아니다. 민자 적격성 여부 심사와 시장 기능에 의해서 민자 사업은 걸러지는 장점이 있다. 정치 논리에 의한 투자 왜곡이 일어나지 않는다."

- 하지만 시민들은 민자 사업을 우려한다. 지하철 9호선, 우면산터널 등 전례가 있어서다.서울시가 우려를 불식할 수 있을까?
"그 동안 민자 사업에서 최소운영수입보장 등 독소조항이 있어서 우려가 있었다. 그런 제도를 악용한 사업자들의 잘못도 있다. 용인·의정부·김해 등 좋지 않은 인상을 가지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나쁜 선례가 있었기 때문에 그 문제들을 극복할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졌다. 같은 실수가 반복되지 않도록 나쁜 사례를 이미 다 학습했다. 지하철 9호선 사업 거치면서 엄청 체득을 했다. 이제는 그런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다. 걱정 마시라."

"시민단체는 잘못되면 사과 안 한다, 그게 온당한가"

-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소장이 용역보고서를 검토하면서 시가 비용을 은폐했다고 지적했다. 차량구입, 예비비 등 약 1조원 가량을 줄였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한 반박은?
"도시철도 기본계획은 중장기 계획으로 예비비는 '교통시설투자평가지침'을 적용해 직접 공사비의 5%를 반영했으며, 용지 보상비는 예비비에 포함하지 않고 별도 항목으로 작성했다. 홍 소장의 주장은 맞지 않다.

또 차량 구입비용과 관련해서 홍 소장이 제기한 2005년 건설교통부의 'Advanced AGT System의 적용성 분석 및 조사연구'에 제시된 AGT의 가격은 지멘스사의 VAL_208(독일산) 기준가로 금번 기본계획 용역에서 적용한 K-AGT(국산)와는 다른 차량이다. 차량구입비의 경우 민간투자 사업 적격성 검토를 기준으로 반영했는데, 신림선은 2005년 검토 당시 차량당 12억 원, 동북선은 2007년 검토 당시 차량 당 12억 원으로 책정했다. 이번 기본계획 용역보고서에는 동북선을 기준가로 연간 물가상승률을 감안해 차량가격을 14억 원으로 적용했다. 홍 소장은 용역보고서를 정확히 이해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주장했다.

서울시는 실제 사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모든 요소를 검토한 뒤 보고서에 넣었다. 근데 일부 시민단체들은 단편적인 내용을 확인도 안 한 상태에서 엉터리 통계라고 주장한다. 그 전에 우리에게 최소한 확인이나 문의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고 나서 잘못된 내용이라고 밝혀지면 사과도 안 한다. 그게 과연 온당한가. 시민단체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운 영역인가(홍헌호 소장과 경실련 등 시민단체들은 지난 2일 서울시가 공개한 '도시철도 종합발전방안 용역 보고서' 검토를 마친 후 비용 축소 논란을 포함해 입장 자료를 낼 예정이다)."

- 향후 추진 계획에 대해서 설명해 달라.
"공청회, 토론회를 계획하고 있다. 이후로 시 부서간 협의를 거쳐 서울시 안이 최종적으로 확정되면 국토교통부에 승인 요청을 한다. 국토교통부는 관계기관과 부처 협의 후 국가교통위원회 심의를 거쳐 계획안을 확정·고시한다. 이 계획에 따라 민자 사업자가 노선별 사업을 제안할 경우 한국개발연구원의 민간투자 적격성 조사를 거친다. 지금도 신림선, 동북선은 우선협상대상자가 결정돼 있다. 또 면목선, 서부선은 민자 적격성 심사가 끝났다."

- 경전철 사업을 걱정하는 시민단체와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이 사업은 시민의 발인 대중교통을 확충시켜 시민 편익을 증진시키고자 하는 목표가 있다. 도시경쟁력을 좌우하는 인프라 확충이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에 추진했던 것이다. 시민이 우려하는 민자 사업 폐해는 최소화하겠다. 시민단체와 시민들은 시의 노력을 십분 이해해 주고 공동의 노력을 모아 달라. 다만 사실이 아닌 왜곡된 주장은 다수의 시민들에게 혼란시키고 오해를 유발할 수 있다. 미리 확인을 해서 건전한 비판이 될 수 있도록 당부를 드린다."


#경전철 사업#박원순 서울시장#윤준병 서울시 도시교통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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