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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여름전쟁>의 표지.
 책 <여름전쟁>의 표지.
ⓒ 현실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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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2013년도 8월로 접어들었다. 길었던 장마가 끝나고, 폭염이 이어질 것이라는 기상청의 일기예보가 뉴스를 통해 보도된다.

자연스레 사람들의 관심사는 열대야와 무더위에 대한 걱정으로 수렴된다. 매미의 울음소리처럼 긴 생각의 끝에는, 해결책으로 '에어컨'이 떠오를지 모르겠다.

하지만 '에어컨'이 과연 최선의 선택일까. 리모컨을 들고서 전원 버튼을 누르는 간편함 덕분에, 그 뒤 시원해지는 쾌적함 덕분에 우리는 쉽게 잊는다. 에어컨이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것이 과연 시원함뿐일까, 하는 질문을.

지난 달인 7월에 국내 발간된 책 <여름전쟁>은 바로 그런 질문을 토대로 쓰여졌다.

저자 스탠 콕스는 미국 캔자스 주 토지연구소 선임연구원으로, 미래농업을 위한 연구를 하며 오랫동안 환경문제에 관한 글을 써왔다.

<여름전쟁>은 우리가 미처 돌이켜보지 못한 에어컨 사용의 이면을 들춰낸 책이다. 에어컨을 사용하게 되면서 변화하게 된 사회의 모습을 다각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 고찰은 때로 흥미롭기도 하며, 우려를 자아내기도 한다.

에어컨이 가져다준 삶의 변화들

에어컨이 개발된 이후로 지난 수십 년동안, 점진적으로 우리의 삶은 변해왔다. 저자는 <여름전쟁>을 통해 그 변화를 다양한 측면에서 차근차근 분석했다. 일단 우리 모두가 확실하게 느끼고 있는 점은, 삶의 질이 크게 향상되었다는 것이다. 더 이상 전처럼 더위에 지쳐서 축 늘어져 있을 필요가 없어졌고, 우리는 에어컨 덕분에 시원한 실내에서 일하고 쉴 수 있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문화적 측면에서도 달라졌다. 과거엔 바깥에서 뛰어놀던 아이들은 이제 건물 안에서 머물게 되었다. 또한 에어컨 덕분에 대형마트가 더욱 빠르게 확장될 수 있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창고형 대형할인매장은 에어컨이 아니었다면 있을 수 없는 공간입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이지도 못했을 것이고 그렇게 많은 돈을 벌어들일 수도 없었을 것입니다. 상전벽해가 따로 없어요. (중략) 네이플스는 작은 어촌이었던 과거의 네이플스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습니다."

"아르세노 교수는 대형마트를 '에어컨 문화의 본산'이라고 일컬은 바 있다. 플로리다 남부는 대형마트의 시대를 넘어 복합쇼핑센터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는데 쇼핑, 식사, 오락을 한자리에서 모두 즐길 수 있는 복합쇼핑센터 역시 에어컨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본문 48~49P 중에서)

그리고 또한 삶의 반경 또한 넓어졌다. 이전엔 더워서 주거하지 못했을 지역에서도 주택을 짓고 생활할 수 있게 되었으며, 여름을 덜 고생스럽게 보낼 수 있다. 주거공간뿐만 아니라 자동차와 열차에도 보급된 에어컨 덕분에 이동하는 순간까지도 쾌적해졌다.

국토가 넓은 미국에서는 이로 인하여 더운 지역으로도 진출이 확대되었고, 인구이동과 증가 역시 눈에 띄게 이루어졌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는 이러한 변화 때문에 미국 내의 유권자 정치지형까지도 달라졌다고 주장한다.

특히 "2000년 선거에서 각 주 선거인단이 공화당과 민주당에 던진 표수는 그대로 두고, (에어컨이 보급되기 이전인) 1950년대의 인구 분포를 적용한다면 실제 3표 차이로 대통령이 되는데 실패했던 민주당의 앨 고어 후보가 공화당의 조지 부시 후보를 18표 차로 누르고 당선되었을 것이다"라고 서술하는 부분에선 (비록 상상이지만) 에어컨이 만들어낸 커다란 역사의 변화에 아찔할 정도이다.

시원함의 이면, 에어컨은 전기 먹는 하마?

에어컨의 사용이 유발하는 문제로는 크게 경제적 측면과 환경적인 부분이 있다. 앞서 거론되는 것은 에어컨이 너무 많은 전기를 소비하게 되면서 경제적으로 위기를 낳는다는 점이다. 특히나 미국에서는 전체 전력 가운데 20% 가까이를 에어컨 가동에 사용했고, 이 중 절반이 넘는 전기가 상업 분야에서 소비되었다는 기록이 있다.

"현재 미국은 아프리카 대륙에서 살아가는 9억 3000만 주민이 모든 분야를 통틀어 사용하는 전기와 맞먹는 전기를 에어컨을 돌리는데 소모하고 있다." (본문 68P 중에서)

저자는 현재의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전기생산 시스템에서 이렇게 에어컨을 통한 냉방이 지속-확대되면 환경오염 문제도 심각할 뿐더러 전기생산 체계에도 무리가 온다고 지적한다. 실제 2006년 7월, 미국 미시간 주의 원자력 발전소에서는 격납건물의 온도 급상승으로 원자로 1기의 가동이 정지된 사례가 있다.

또한 무공해 발전의 대안으로 제시되곤 하는 원자력 발전소가 긍정적인 해결책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현재 미국의 전기소비량 상당부분을 원자력으로 충당하기 위해서는, 1만대 이상의 원자로가 추가로 건설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만큼의 원자로 추가건설은 천문학적인 폐기물 처리비용과 건설비용을 필요로 하기에, 경제와 환경 양 면에서 모두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미 에어컨 자체로도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은 심각한 수준이다. 냉매로 사용되는 물질은 오존층 파괴와 토양 오염을 유발하고, 현재 수준으로 오존파괴가 이어진다면 2050년 전후에는 폭염으로 사망하는 인구의 수가 미국에서만 연간 5천명에 달할 것이라고 저자는 분석하고 있다.

에어컨 사용-지구온난화 악순환, 이제는 끊을 방법을 찾아야

요약하자면, 에어컨 사용은 잠깐의 시원함을 보장하는 간편한 방법이지만 우리의 삶에 다양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악영향도 상당히 커서, 사용하면 할수록 지구온난화로 더욱 더워지기에 에어컨 없이는 살기 힘든 악순환에 빠져들게 된다.

비록 우리는 원전의 불량 부품 때문이라 이유는 다르지만, 여름철마다 전력난을 겪고 원전은 가동이 다수 중지된 한국의 현실을 생각해보면 이는 미국 만의 고민은 아닐 듯 하다. 또한 이제는 설치되지 않은 건물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우리네 일상에도 에어컨이 깊숙히 들어와있다. 아무런 고찰없이 그 시원함을 즐기기 보다는, 에어컨의 과다한 사용이 갈수록 더 뜨겁고 길어지는 여름의 원인 중 하나임을 자각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선풍기 사용량 늘리기, 증발냉각과 바람탑, 반사형 지붕과 지붕에 식물을 재배하기, 지열을 이용한 냉난방과 열회수 시스템. 저자 스탠 콕스가 현재 사용 중인 에어컨 대신 여름철 더위를 식혀줄 대안으로 제시한 것들이다. 에어컨처럼 안락하고 낮은 온도를 완벽히 보장해주지는 않을 방법들이지만, '공공 폭염대피소'의 운영이나 태양열을 사용하는 에어컨의 개발은 가까운 시기에 도입한다면 도움이 될 듯 보인다.

<여름전쟁>은 "당장 에어컨을 모두 끄자"거나 에어컨 사용을 도덕적인 책임의 문제로 끌어들이는 비약을 저지르지 않는다. 다만 차분하게 그 문제점과 원인·대안을 열거하고, 무엇보다도 '좋든 싫든 에어컨으로 온도를 조절해야만 하는' 미래사회가 도래하기 전에 에너지 문제와 환경을 생각해볼 기회를 마련해주고 있다. 책을 마무리하는 글에서 잘 요약되어 있듯이 말이다.

"열 부하 계산식 속의 이름없는 x와 y가 되기를 거부하는 순간부터 우리는 더 큰 회복력을 지닌 사람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바로 그런 회복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앞으로 다가올 수십 년은 적응하고 창조하는 인류의 능력을 시험할 가혹한 시험장이 될 것이다. 오늘날 인류를 더위에서 해방시켜준 기술도 그 시험을 대신 치러줄 수 없다." (본문 320P 중에서)

덧붙이는 글 | <여름전쟁 : 우리가 몰랐던 에어컨의 진실> (스탠 콕스 씀 | 추선영 옮김 | 현실문화 | 2013.07. | 1만6500원)



여름전쟁 - 우리가 몰랐던 에어컨의 진실

스탠 콕스 지음, 추선영 옮김, 현실문화(2013)


#여름전쟁#에어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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