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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11년을 지옥 속에서 살았습니다. 이제 나는 돌아왔습니다. 나는 계속해서 살아갈 것입니다. 당신은 매일 조금씩 죽어갈 것입니다. 당신의 지옥은 이제 시작입니다." 

1일(이하 현지시간) 오후 미국 오하이오주 쿠야호가 카운티 법원. 판사 앞에 선 미셸 나이트(32)의 목소리는 떨렸다. 나이트는 터져 나오는 울음을 참으면서 준비해 온 진술문을 읽어 내려갔다. 중간 중간 지난 11년간의 악몽이 떠오르는 듯 말문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나이트의 뒤에는 그녀를 비롯한 3명의 여성을 납치·감금하고 학대한 아리엘 카스트로(53)가 주황색 죄수복을 입고 피고인석에 앉아 있었다.

<워싱턴 포스트> 등 외신들에 따르면 이날 마이클 루소 판사는 카스트로에게 가석방 없는 종신형과 징역 1000년을 최종 선고했다. 카스트로는 지난주 사형을 피하는 조건으로 자신이 저지른 악질적인 살인, 강간, 납치, 성적학대 등 총 937건의 혐의에 대한 유죄를 인정했다. 여기에서 살인은 카스트로가 나이트를 자신의 집에 감금한 채 강간해 수 차례 임신시키고, 아이가 유산될 때까지 굶기고 때려 태아를 죽인 것을 가리킨다.

21세, 16세, 14세 여성 납치·학대...딸 친구도 있어 

 1일(현지시간) 오하이오주 쿠야호가 카운티 법원에서 열린 최종 선고 공판에서 아리엘 카스트로가 미셸 나이트의 진술을 듣고 있다.
1일(현지시간) 오하이오주 쿠야호가 카운티 법원에서 열린 최종 선고 공판에서 아리엘 카스트로가 미셸 나이트의 진술을 듣고 있다. ⓒ CNN

2002년 카스트로에게 납치됐을 때 나이트는 21살이었다. 나이트는 카스트로에게 길을 물었고, 그는 그녀를 태워다주겠다고 했다. 나이트는 동네 학교버스 운전기사인 카스트로의 첫째 딸을 알고 지냈기 때문에 별다른 의심 없이 카스트로의 차에 탔다. 카스트로는 나이트의 어린 아들에게 선물로 강아지를 주겠다며 그녀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 하지만 카스트로의 집에는 강아지가 없었고, 그는 나이트를 즉시 묶고 감금했다.

이듬해, 16살 어맨다 베리(27)는 버거킹에서 일을 마치고 유니폼을 입은 채 집으로 오고 있었다. 차를 타고 가던 카스트로는 베리에게 버거킹에서 일하는 자신의 아들을 아느냐고 물었고, 베리는 "그렇다"고 답했다. 카스트로는 베리에게 자신의 딸을 보러 집에 가지 않겠냐면서 그녀를 집으로 유인했다.

당시 14세로 셋 중 가장 나이가 어린 지나 드지저스(23)는 2004년 납치됐다. 카스트로는 그의 가장 어린 딸 로지와 함께 학교에서 집으로 가는 드지저스를 발견했다. 로지와 드지저스는 친구였다. 두 소녀가 각자의 집으로 가는 것을 본 카스트로는 딸을 지나쳐 드지저스에게로 갔다. 그리고는 "집까지 태워주겠다"고 말했다. 체포 직후, 카스트로는 "어떻게 내가 내 딸을 지나쳐서 그녀에게 갔는지 이해가 안 간다"면서 "나는 섹스에 미쳤었다"고 말했다.

피해 여성 "누구도 내가 겪었던 일 겪어선 안돼"

 아리엘 카스트로에게 10여 년간 감금·학대당하다 풀려난 세 여성이 지난 7월 유투브를 통해 자신들을 도와준 이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왼쪽부터 미셸 나이트, 어맨다 베리, 지나 드지저스.
아리엘 카스트로에게 10여 년간 감금·학대당하다 풀려난 세 여성이 지난 7월 유투브를 통해 자신들을 도와준 이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왼쪽부터 미셸 나이트, 어맨다 베리, 지나 드지저스. ⓒ Youtube

10여 년간, 세 사람은 카스트로의 집에 갇혀 반복적으로 묶이고, 맞고, 강간 당했다. 감금돼 있는 동안, 베리는 카스트로의 아이를 낳았다. 아이가 태어났을 때 숨을 쉬지 못하자 나이트는 입에 숨을 불어넣어 아이를 살렸다고 CNN은 전했다. 베리의 아이가 태어난 2006년, 그녀의 어머니는 잃어버린 딸을 애타게 찾다 심부전증으로 죽었다.

세 사람은 서로를 의지했다. 나이트는 1일 진술에서 드지저스를 "팀메이트"라고 부르면서, "카스트로의 학대로 내가 죽어갈 때 나를 살려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나이트는 "카스트로는 일요일마다 교회에 다녀왔고, 집에 와서는 우리를 학대했다"면서 "나는 누구도 우리를 신경 쓰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카스트로는 우리 가족이 나를 찾으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그녀는 "그 누구도 내가 겪었던 일들을 겪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날 최종 공판에 베리와 드지저스는 참석하지 않았다. 세 여성은 지난 7월 초, 유튜브 영상을 통해 자신들을 도와준 사람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한 바 있다. 드지저스를 대신해 공판에 나온 그녀의 사촌 실비아 콜론은 "그녀는 웃고 수영하고 춤을 춘다. 그녀는 학교를 마치고 대학에 가고 사랑에 빠지고 결혼을 할 것"이라면서 카스트로를 향해 스페인어로 뭔가를 말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 말이 "신이 당신의 영혼에 자비를 내리실 것"이라는 뜻이라고 전했다. 베리의 자매인 베스 세라노는 "베리는 내면과 외면이 아름답고, 매일 매일 더 잘하고 있다"면서 "그녀는 딸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스트로 "나는 괴물이 아니라 아픈 사람일 뿐"

카스트로는 자신에게 주어진 형량을 받아들이면서도 억울함을 나타냈다. 특히 그는 여성들이 자신들이 당한 일에 대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카스트로는 최후 진술에서 "나는 이 여자들이 말하는 것처럼 그들을 때리지 않았다. 학대하지 않았다"면서 "나는 폭력적인 사람이 아니다. 나는 그들이 떠날 수 없게 잡아뒀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강간 역시 합의된 성관계였다고 주장했다. 카스트로는 납치 당시 그 누구도 처녀가 아니었고 성관계를 원했다면서, 그의 "행복한 집"은 "화목"했다고 말했다. 카스트로는 또한 자신을 "섹스 중독으로 고통 받는 아픈 사람"으로 표현했다. 이에 루소 판사는 "당신이 생각하기에는 그 집이 화목하고 행복했을지 모르겠지만, 미국인 중 누가 당신의 생각에 동의할지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나는 괴물이 아니다. 나는 평범한 사람이다. 나는 단지 아플 뿐이다. 나는 알코올 중독처럼 중독자일 뿐이다."

20여 분간의 최후 진술이 끝나자, 카스트로는 피해자의 가족들을 향해 "감사하다"면서 "나를 용서해달라"고 말했다. 루소 판사는 "당신은 너무 위험하다. 우리 사회에 나와 있을 자격이 없다"면서 카스트로에게 종신형을 선고했다.


#아리엘 카스트로#미셸 나이트#어맨다 베리#지나 드지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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