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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래들리 매닝 일병에 대한 미국 군사법원의 평결을 보도하는 CNN방송 갈무리
브래들리 매닝 일병에 대한 미국 군사법원의 평결을 보도하는 CNN방송 갈무리 ⓒ CNN

AP·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30일(한국시각) 미국 군사법원은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에 사상 최대 규모의 미국 군사 및 외교 기밀을 넘긴 혐의로 기소된 브래들리 매닝 일병의 이적 혐의(aiding enemy)에 대해 무죄 평결을 내렸다.

그러나 간첩 혐의, 절도, 컴퓨터 사기 등 군법 위반 행위 등 19개 혐의에 대해서는 대부분 유죄 평결이 내려졌다. 이날 데니스 린드 군사법원 판사(중령)는 이와 같은 평결을 메릴랜드주 포트미드 군사법정에서 열린 재판에서 이와 같이 발표했다.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주둔하며 정보 분석 업무를 맡았던 매닝 일병은 지난 2010년 위키리크스에 약 70만 건의 미국 군사 기밀을 넘긴 혐의로 체포됐다. 매닝 일병이 넘긴 정보에는 2007년 미군의 아파치 헬리콥터가 바그다드에서 민간인을 공격하는 영상,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등에서의 미군 작전 일지 등이 담겨 있었다.

정보가 공개되자 곧 엄청난 논란이 벌어졌고, 미군은 매닝 일병을 체포해 미결수로 수감했다. 매닝 일병은 지난 3월 사전 심리에서 진술서를 낭독하며 자신의 혐의를 처음으로 인정했다.

당시 매닝 일병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인명을 경시하는 일부 미군의 행태를 폭로하고 공개적인 토론을 이끌어내려고 정보를 유출했다"며 "(자신의 행동이) 미국을 위태롭게 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한 매닝 일병은 기밀 정보를 전하기 위해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스> <폴리티코> 등 주요 언론과 먼저 접촉을 시도했으나 대부분 답변을 하지 않거나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여겼고, 결국 위키리크스에 정보를 넘겼다고 밝혔다. 

군사법원은 매닝 일병은 체포된지 3년 만인 지난 6월 3일부터 재판을 열었고, 군 검찰은 매닝 일병에 대해 간첩죄와 반역죄를 포함한 22개 혐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미 군사법원, 예상 뒤엎고 이적 혐의에 '무죄'

검찰은 지난 25일 최후 변론을 통해 매닝 일병이 유명해지고 싶어서 기밀을 유출했으며, 이 자료를 알 카에다와 같은 적이 볼 수 있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사살된 알 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의 은신처에서 매닝 일병이 공개한 기밀문서가 발견됐다는 증거를 제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매닝 일병의 변호인단은 검찰이 주장한 혐의 가운데 기밀문서 불법 소지, 외부 무단 반출 등 10개 항목에 대해서만 혐의를 인정했다. 또한 매닝 일병은 전쟁의 부당함을 고발하려는 뜻이었으며, 적에게 제공하여 이롭게 할 의도는 없었다고 맞섰다.

재판을 맡은 군사법원의 데니스 린드 판사는 지난 18일 매닝 일병에 대한 검찰의 이적 혐의를 기각해달라는 변호인단의 요청을 거부했고, 최근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기밀 감시 프로그램을 폭로한 전직 중앙정보국(CIA)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 사태까지 맞물리면서 매닝 일병은 더욱 불리해졌다.

하지만 법원은 예상을 뒤엎고 매닝 일병의 이적 혐의를 무죄로 평결했다. 간첩 혐의, 반역죄, 절도 등 대부분 혐의가 인정됐지만 가장 핵심 항목인 이적 혐의가 무죄로 평결되면서 매닝 일병은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비록 종신형은 피하더라도 매닝 일병 측이 스스로 유죄를 인정한 10개의 혐의만으로도 최대 20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으며, 만약 린드 판사가 높은 형량을 적용할 경우 무려 100년 이상의 징역형으로 사실상 종신형을 내릴 수도 있다.

이날 재판은 미국은 물론 전 세계 주요 언론이 실시간 중계할 정도로 큰 관심을 모았으며, 법원 앞에서는 매닝 일병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단체들의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매닝 일병에 대한 선고 공판은 오는 7월 31일부터 시작된다.

그러나 매닝 일병의 변호인단은 만약 유죄 판결이 내려질 경우 항소를 진행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힌 바 있어 최종 결론은 대법원에서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한편 위키리크스는 평결이 발표된 뒤 성명을 통해 "이날 평결은 버락 오바마 정권의 위험한 국가안보 극단주의(extremism)"라고 비판했다.


#브래들리 매닝 #에드워드 스노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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