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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야가 국가기록원에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이 없다고 결론 내린 가운데,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와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가 22일 오후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운영위원장실을 나서고 있다.
여야가 국가기록원에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이 없다고 결론 내린 가운데,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와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가 22일 오후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운영위원장실을 나서고 있다. ⓒ 남소연

[기사 대체: 26일 오후 5시 56분]

여야가 26일 짜 맞춘듯 'NLL 논란' 종식을 선언했다. 그러나 그 속내는 전혀 다른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먼저 'NLL 논란' 종식 선언에 나섰다.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1시 45분께 평택 해군2함대 인천함을 방문, "국민들이 이제 그만 좀 하라는 요구가 있다는 것을 새누리당도 알 것"이라며 "이제 정전 60주년 환갑을 맞은 이와 같은 분단의 시대에서 더 이상 NLL 논란을 하지 말자"고 제안했다.

이어, "NLL을 사수하고 수호하겠다라는 의지를 표명하자는 제안을 넘어서 NLL논란 영구 종식을 선언하자"며 "더 이상 NLL논란으로 쓸데없이 국론을 분열시키고 굳건히 지키고 있는 NLL을 오히려 흔드는 그런 못난 짓을 그만 두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그로부터 1시간도 채 되지 않아 '바통'을 넘겨 받았다. 그는 이날 오후 2시 20분경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제부터 새누리당부터 NLL 관련 일절 정쟁을 중단하겠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실종' 사태는) 검찰 수사에 모든 것을 맡기고 민생현장으로 달려가겠다"고 밝혔다.

회의록 '실종' 사태로 인해 최대 쟁점으로 부각된 정상회담 전후 부속자료 및 국가정보원의 정상회담 녹음파일 공개 여부에 대해서도 더 이상 논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지금 상황에서 부속문서만 열람하는 것은 정쟁을 더 격화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한 담보장치가 확보되지 않으면 열람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일각에서 주장했던 국정원 녹음파일 공개 추진에 대해서도 같은 잣대로 부정적 의사를 밝혔다.

여야, 입 맞췄나 했더니..."회의록 실종 수사 의뢰 후 교감 없어"

이처럼 여야 원내대표가 같은 날 잇따라 NLL 관련 정쟁 중단을 선언하고 나선 배경에는 정치권 공멸에 대한 '위기감'이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여야가 지난달 14일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결과 발표 이후 국정원 사건 및 정상회담 회의록 등을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이는 것에 대한 국민의 피로도가 높아지고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신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양당 원내대표 간 'NLL 논란' 종식에 대한 물밑 교감이 있지 않았냐는 의문도 제기됐다.

실제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지난 22~25일 전국 성인 1228명을 대상으로 정당지지율을 조사한 결과, 새누리당과 민주당 지지율은 동반 하락했다. 새누리당 지지율은 36%로 전주 대비 1%p 하락했고, 민주당 지지율은 18%로 전주 대비 2%p 하락했다. 무엇보다 이는 '한국갤럽'의 정당지지율 조사 중 올해 최저 수준이다. 반면, 같은 조사에서 지지정당이 없는 무당파는 43%를 기록했다.

그러나 양당은 이 같은 교감설을 부정하고 있다. 민주당 쪽 관계자는 "양당 원내대표 간 NLL 논란 중단 관련해 교감이 있긴 했지만 전날(25일) 새누리당의 회의록 '실종' 수사 의뢰로 끊겨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쪽 관계자 역시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최 원내대표의 긴급 기자회견은 회의록 실종 사태에 대한 검찰 수사에 보다 방점을 찍었는데 기자들의 질의응답이 NLL로 쏠려 있었다"고 말했다.

최 원내대표 역시 이날 기자회견 후 질의응답 중 "정쟁 중단과 관련, 전병헌 원내대표를 만나 얘기할 생각이 있냐"는 질문에 "새누리당이 선언했기 때문에 민주당도 적극적으로 호응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 원내대표의 'NLL 논란 영구 종식 선언' 제안을 미리 접하지 못했음을 짐작케 하는 발언이었다. 정성호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도 이날 오후 기자간담회에서 양당 원내대표의 NLL 논란 중단 선언에 대해 "희한한 일이다"고 평했다. 이 역시 양당 간 교감이 없었다는 설명이었다.

새누리의 진심 "통치행위 아니니 검찰 수사 똑바로 해라"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가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주요당직자회의를 주재하며 생각에 잠겨 있다.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가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주요당직자회의를 주재하며 생각에 잠겨 있다. ⓒ 남소연

결국,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각각 'NLL 논란' 중단 선언을 했지만 그 속내는 다른 셈이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이날 긴급 기자회견 중 상당 부분을 회의록 '실종' 관련 검찰 수사에 할애했다. 그는 "새누리당은 고심 끝에 전대미문의 사초(史草) 증발 사태와 관련하여 이를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검찰의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면서 한말씀 드리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무엇보다 그는 "우리 헌법은 '대통령은 국가의 독립·영토의 보전, 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진다(66조2항)',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문서로 한다(82조)'고 규정하고 있다"며 "참여정부에서 제정된 '대통령기록물 관리법' 역시 이러한 헌법의 정신을 구체화시킨 것이다, 따라서 (검찰 수사에서) 역사를 훼손한 국기문란 행위가 밝혀진다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한 처벌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설사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회의록을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치 않고 국가기록원에 이관치 않았다면 '통치행위'로 보아 기소 대상이 아니다"는 법조계 일각의 의견에 대한 반론이었다(관련기사 : 회의록 실종 수사, 새누리당만 손해?). 이후 이어진 'NLL 정쟁 중단' 선언 내용은 기자회견문 중 마지막 한 문단에 불과했다. 전체 맥락을 풀어보자면, 최 원내대표가 진정 말하고자 한 건 회의록 '실종'에 대한 검찰의 엄정한 수사였지 NLL 논란 종식이 아니었던 셈이다.

최 원내대표가 NLL 논란 종식을 위한 여야 간 쟁점 해소에 소극적이었던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민주당이 요구하는 정상회담 부속자료 열람에도 여전히 반대 의사를 밝혔고, 국정원 기관보고 '비공개' 여부로 파행 중인 국정원 국정조사에 대해서도 이렇다 할 언급이 없었다. 더욱이 새누리당이 단독으로 회의록 실종 수사를 의뢰한 것에 대해 민주당의 반발이 있음에도 '엄정 수사'만 강조했다.

윤상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 역시 이날 오후 기자간담회에서 새누리당의 '진심'을 명확히 드러냈다.

그는 "(NLL 논란을 종식할) 유일무이한 방법은 국정원의 음원(녹음파일)을 공개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쟁 격화를 방지할) 담보 장치가 마련되지 않는 한 정상회담 부속문서는 물론, 국정원 녹음파일도 열람하지 않겠다"는 최경환 원내대표의 발언과 뉘앙스가 달랐다. 다만, 그는 "야당이 (국정원 녹음파일 공개에) 반대하니 그대로 두고 끝내자는 건가"란 질문에 "여야가 합의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공개가 무의미하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전병헌 원내대표의 'NLL논란 영구종식 선언' 제안에 대해서도 "영구히 종식시키려면 방법을 말씀하셔야 한다"며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 'NLL 논란' 종식을 위해선 새누리당의 회의록 실종 사태 수사 의뢰부터 취하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정쟁 중단과 (회의록 실종) 검찰 수사 의뢰는 전혀 다른 문제"라고 일축했다.

민주당의 진심, "NLL 논란과 회의록 사전유출 및 대선활용은 별개"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전병헌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정전협정 체결 60주년을 하루 앞둔 26일 오후 경기도 평택 해군2함대에서 NLL 경비를 담당하는 인천함에 승선해 함교를 둘러보고 있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전병헌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정전협정 체결 60주년을 하루 앞둔 26일 오후 경기도 평택 해군2함대에서 NLL 경비를 담당하는 인천함에 승선해 함교를 둘러보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정상회담 부속자료 열람 등 기존 주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즉, 'NLL논란 영구종식 선언'을 제안했지만 그것이 곧 그동안의 요구들을 포기하는 것은 아니란 얘기였다.

정성호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 역시 이날 오후 기자간담회에서 "본인들에게 유리한 게 없으니까 (부속자료를) 보지 말자는 거냐"면서 "민주당은 국회 의결 당시 안건의 2항이었던 부속서류를 어떻게 하든지 가능한 다음 주 중에 열람하고 논란을 다음 주 안에 마무리 하려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NLL 영구종식 선언과는 별개로 정상회담 회의록 사전 유출과 대선 활용 의혹은 규명돼야 한다, 두 사안은 별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 원내대표의 기자회견에 대해서도 "너무 정략적인 처사로 이게 국회를 정상화하기 위한 선언이냐"며 "우리가 좋다고 받으면 국회의 위상과 야당의 존재 이유가 뭐가 되겠느냐"고 비판했다.

배재정 민주당 대변인 역시 이날 논평을 통해 "최 원내대표가 (전 원내대표의 'NLL 논란 영구종식 선언' 제안에) 호응이라도 하듯 NLL 정쟁 중단을 선언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면서도 "정쟁 중단 선언 이전에 진정성부터 보여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지난 24일 (회의록 실종과 관련) 여야 합의에 의한 엄정한 수사를 제안했는데도 어떤 협의나 절차도 없이 야당을 검찰에 고발했다"며 "이는 최 원내대표의 진정성에 의문을 품게 한다"고 말했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도 자신의 트위터에 "새누리 이 시각 이후 NLL 정쟁 일체 중단한다고 합니다, 병 주고 약 주는 꼴로 진정이라면 검찰 고소 취하부터 하세요"라고 꼬집었다. 또 전 원내대표의 'NLL논란 영구종식 선언'과 관련, "여야 지도부는 정치적 논쟁을 정치적 합의로 해결하는 것은 타당하나 반드시 새누리당의 검찰 고소가 먼저 취하돼야 합니다, 즉 선(先)취하 후(後) 합의 해야 합니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최경환#N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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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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