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녹조라떼'의 계절이 찾아왔다. 남부지방에 비가 내리지 않는 마른 장마 현상으로 연일 33도가 넘는 무더위가 이어지고 보로 인해 강물의 유속이 느려지면서 예년보다 빨리 녹조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특히 이번 녹조현상은 대구 시민의 70%가 식수로 사용하는 강정고령보 상류쪽인 죽곡, 매곡, 문산취수장에 이르는 대구취수장 부근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낙동강 상류 쪽에서 녹조가 관측된 것은 지난 6월 초 달성보 하류의 박석진교에서다. 이후 장마로 인해 소강 상태를 보이다가 지난 8일부터 연일 찜통더위가 이어지면서 강정고령보 상류에서 문산취수장에 이르기까지 약 4km에 걸쳐 녹조현상이 나타났다.
지난 18일 오후 강정고령보 상류에서 죽곡취수장 쪽 자전거도로 밑에는 마치 녹차 덩어리를 풀어놓은 듯 녹조류가 강을 뒤덮었고 바위 틈에는 반죽을 한 것 같은 녹조 덩어리가 뭉쳐 있었다.
강정고령보 하류 쪽에는 보를 통해 물이 쏟아져 내리면서 녹조류가 죽은 사체로 보이는 물질이 떠올랐고 물에서는 악취가 풍기기도 했다. 녹조류 사체는 띠처럼 늘어져 떠내려가며 하나의 선을 이루었다.
녹조는 강정고령보 뿐만 아니라 죽곡취수장과 매곡취수장, 문산취수장에서도 나타났다. 매곡취수장에서 만난 한 주민은 "녹조현상이 나타난 것은 드문 일"이라며 "물이 흐르지 않기 때문에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국장은 "녹조가 무서운 것은 독성을 가진 남조류가 대량 증식해 우리 식수원의 안전을 위협하기 때문"이라며 "더욱 심각한 것은 대구시민의 식수원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 국장은 "대구시는 식수원 안전에 만전을 기하고 강정보 상류에서 많은 시민들이 행하는 수상레저 활동을 중단시키라"고 요구하고 "녹조의 원인은 보에 물을 가두었기 때문"이라며 수문을 상시 열어 물을 흘려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정고령보에서 4km 떨어진 문산취수장에도 강정고령보 상류보다는 약하지만 녹조류가 떠올랐다. 문산정수사업소 양봉길 소장은 "이 정도의 녹조류가 떠올라도 정수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시민이 마시는 수돗물은 안심해도 된다"고 말했다.
양 소장은 이날 문산취수장 쪽의 물을 검사한 결과 클로로필-a가 9㎎/㎥이고 남조류 세포수는 100/㎖로 측정되었다며 "강 가장자리에서 10m정도 더 깊은 곳에서 취수하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클로로필-a는 15이상, 남조류세포는 500이상일 때 예방단계에 들어가기 때문에 아직은 괜찮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수근 국장은 "낙동강 녹조현상이 지난해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수질이 그만큼 더 악화됐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금처럼 무더운 날씨가 계속되면 금방 녹조류가 강 전체를 뒤덮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구환경운동연합도 성명을 발표하고 "지금 창궐하는 녹조는 간질환을 일으키는 독성을 가진 남조류 마이크로시스티스가 대량 포함되어 있어 우리 식수원의 안전을 위협한다"며 "보의 수문을 상시적으로 열어 물이 흐르게 하고 하천환경을 빠른 시일 안에 원래대로 되돌릴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대구지방환경청 관계자는 "앞으로 상황을 지켜보면서 수돗물 공급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도록 할 것"이라며 "대구의 정수장에는 고도정수처리가 되어 있어 수돗물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아직은 안심해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