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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월간에 걸친 지리 수행평가가 끝이 났다(관련기사 : 학생들이 계획 짜는 살인범 도주 여행?). 이번 지리수행은 특별한 형식이었다. 반별로 3명에서 4명으로 조를 짜서 우리나라를 가상으로 여행한 여행기를 발표하는 형식이었다. 지필평가의 한계를 벗어나 아이들에게 간접 여행을 통해 우리나라의 아름다움과 기차표 예매와 관광지 검색 등 다양한 체험꺼리를 느끼게 하고 싶었다. 결과는 대 성공, 1주일간 발표를 했고 조별로 많이 한 조는 30분가량, 발표를 적게한 조는 10분 동안 발표를 했다. 친구들 앞에서 자신이 맡은 부분을 최선을 다해 발표하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발표하는 학생
 발표하는 학생
ⓒ 김용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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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표하는 학생들
 발표하는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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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하는 방법도 색다르게 제시했다. 조원이 3명이면 2박 3일로 준비를 해야 하고 4명이면 3박 4일로 준비를 해야 한다. 그리고 발표도 자신이 맡은 날을 직접 해야 한다. 즉 모든 조원이 친구들 앞에서 발표를 하는 것이다. 많은 학생들이 부끄러워했고 어색해 했다. 하지만 발표를 모두 하고 난 후 후련해 하며 뿌듯해 하는 아이들을 보니 기분이 좋았다.

 학생들이 준비한 자료들
 학생들이 준비한 자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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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수행평가 보고서
 지리수행평가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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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발표를 열심히 준비한 조의 학생들을 만났다. 이번 지리 수행평가에 대한 느낌을 물었다.

"처음에는 당황했어요. 조원들 중에 PPT(파워포인트)를 다룰수 있는 아이가 없었어요. 그리고 시험기간도 약간 겹쳐 아이들이 의지도 없어 보였어요. 하지만 시험 후 조원들이 만나보니 모두들 PPT를 배워왔어요. 너무 뿌듯했구요. 즐겁게 준비할 수 있었죠. 마지막으로 발표할 때가 가장 재미있었고 기억에 남아요."

발표할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 이유를 물었다.

"실제로 저희가 다녀온 것 같았어요. 사실 준비할 때는 많이 불안했거든요. 하지만 발표할 때는 호흡도 잘 맞았고 저희들이 준비한 것 이상으로 발표를 잘 한 것 같아 너무 뿌듯했어요."

발표식 수행평가의 장점에 대해 물었다.

"조원들과 친해질 수 있었어요. 사실 김용만 선생님(필자)께서 조원을 인위적으로 정해주셨잖아요. 아이들의 능력치를 고려하여 낙오되는 학생이 없게 짜주셨죠. 하지만 친한 친구가 아니라 평소에 말을 많이 안 해봐서 어색한 친구들이 많았어요. 하지만 이 수행평가를 준비할 때 저희 집에 와서 같이 했는데 많이 친해졌어요.

그래서 2학기 수행평가 때에는 지금 이 친구들과 조를 그대로 유지하고 싶어요. 친구들과 친해져서 좋았고요. 다음으로 여행 준비에 대해 많은 부분 알게 됐어요. 외국인을 위한 게스트 하우스라는 것도 처음 알게 됐어요. 꼭 한번 이용해 보고 싶어요. 그리고 그 곳의 다양한 체험활동을 알게 돼 다음에 가면 꼭 체험하고 싶어요. 저희는 경기도 수도권 지역을 준비했는데 실제로 이 코스로 꼭 여행을 하고 싶어요. 전에는 여행 하면 그냥 어디가자 해서 돈만 들고 갔는데 이번에 준비해 보며 여행의 준비와 여행의 묘미에 대해 알게 됐죠. 돈이 없더라도 충분히 알찬 여행을 갈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는 것만 해도 큰 수확이었어요."

처음 과제 제출 및 발표식 수행평가를 기획했을 때는 많은 어려움이 예상됐다. 가장 큰 어려움은 '우리 아이들이 준비를 잘 할 수 있을까? 많은 학생들이 포기를 해 버리면 어쩌나, 한 반에 준비한 조가 한조뿐이라서 발표할 때 뻘쭘하면 어쩌나'라는 걱정이었다. 하지만 아이들은 해냈다. 거의 전반, 거의 모든 조가 준비를 해 왔고 발표를 잘 해냈다. 상대평가가 아니라 절대평가로써 아이들의 발표를 진지하게 들었다. 경쟁이 아닌 협동이 교육적 효과가 크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이들이 수행평가를 준비한 시간이 지필고사를 준비하는 시간보다 훨씬 많이 들었다는 것을 알고 있고 친구들과 함께 준비하며 얻은 것이 훨씬 많다고 확신하기에 점수도 가능하면 후하게 줄려고 노력했다. 충분히 보상받을 노력을 했기 때문이다.

발표를 끝낸 아이들의 표정은 다양했다. 후련한 표정과 아쉬운 표정, 어떤 학생은 제발 한번 만 더 발표를 하게 해달라고 사정을 해서 한 번 더 발표를 했던 학생들도 있었다. 이런 학생들의 하고 싶어 하는 열정은 갑자기 생겨난 게 아니다. 아이들의 마음 속에는 열정이 있다. 그 열정을 쏟는 방법과 내용을 몰라 가슴에 담고 있을 뿐이다. 아이들은 입에 떠 넣어주는 밥보다 직접 해먹는 밥에 훨씬 관심이 많고 잘 해냈다. 혼자 밥하다가 다친다며 아이들에게 밥솥 근처를 못오게 하는 것이 최선이 교육방법이 아니다. 조금 다치면 어떠랴. 다친 것에 비해 마음의 충족이 더 크다면 그 정도의 희생은 괜찮다는 생각도 든다.

2학기 수행은 세계 여행이라고 말을 했다. 많은 아이들이 놀라며 걱정스러운 말들을 쏟아내었다. 한국 여행처럼 기차 시간과 금액을 일일이 확인하는 것이 힘들 것 같다는 게 이유다. 해서 새로운 채점 기준표를 작성하기로 했다. 물론 아이들이 원하는 채점 기준도 첨부하기로 했다. 다음 주까지 괜찮은 채점 기준이 있으면 제안하라고 했다. 지금 생각으로는 비행기 표 예매방법와 환율, 그 나라의 수도·역사·종교·문화와 농업 등으로 할 것 같다. 물론 이 기준은 바뀔 수 있다.  후에 아이들이 진짜 외국을 나갈 때 꼭 알고 가면 좋을 내용들을 선별 중이다.

 채점기준표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아이들
 채점기준표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아이들
ⓒ 김용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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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교육은 한계가 있는 것 같다. 체험 교육은 한계가 없는 것 같다. 언젠가는 사회에서 직접 해봐야 할 것을 학교에서 제공해 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 아이들은 분명히 좋아했다. 그리고 내가 더 좋았다. 아이들과의 관계가 더 좋아졌음은 물론이다. 몸과 마음은 많이 힘들었지만 평가가 끝나고 나서의 후련함은 표현할 바가 없다. 아이들의 행복함에 덩달아 행복해 하는 나는 천상 행복한 교사다.


#합포고등학교#지리수행평가#교단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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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보다는 협력, 나보다는 우리의 가치를 추구합니다. 책과 사람을 좋아합니다.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내일의 걱정이 아닌 행복한 지금을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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