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죽림갯벌체험현장 이른 아침, 갯벌체험현장에서 조개를 캐는 광주의 아낙네들
▲ 죽림갯벌체험현장 이른 아침, 갯벌체험현장에서 조개를 캐는 광주의 아낙네들
ⓒ 권성권

관련사진보기


이른 아침 6시 30분이었다. 새벽기도를 마치고 교회 어르신들과 함께 진도로 향했다. 임회면 죽림리에 있는 갯벌체험장에 가고자 함이었다. 목포 옆 압해도에도 갯벌은 들판처럼 펼쳐 있다. 굳이 그곳까지 가고자 함은 죽림 갯벌체험장에서 조개를 캘 수 있다는 이유였다.

활주로처럼 길이 쫙 펼쳐 있는 목포-해남-진도. 곳곳에 서 있는 제한속도 80km 간판을 잘 통과하면 시속 100km는 거뜬히 밟을 수 있는 도로다. 그래서 그랬을까? 진도대교를 지난 뒤 꾸불꾸불한 시골길 몇 곳을 지났더니 금방 그곳에 당도하게 됐다. 그 시각이 7시 10분이었다.

죽림갯벌체험현장 우리 일행들도 금방 갯벌에 뛰어들어 조개를 캐고 있다
▲ 죽림갯벌체험현장 우리 일행들도 금방 갯벌에 뛰어들어 조개를 캐고 있다
ⓒ 권성권

관련사진보기


그런데 벌써 그 시각에 조개를 캐는 사람들이 있었다. 동네 사람들일까? 아니면 다른 곳에서 온 사람들일까? 우리 일행 7명도 장화와 고무신 비슷한 걸 갈아 신고, 대야를 준비하여 곧장 갯벌로 향했다.

나는 우리 일행이 활약하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자 열심히 쫓아다녔다. 그런데 웬걸? 한 참을 찍고 있는데 유심히 들어오는 게 있었다. 저장할 칩이 없는 것이었다. 하는 수 없이 카메라를 차에다 갔다놓고 스마트폰으로 찍어야 했다.

죽림갯벌체험현장 일행 중에 유일하게 사진을 받고 싶어하는 김말임 집사님
▲ 죽림갯벌체험현장 일행 중에 유일하게 사진을 받고 싶어하는 김말임 집사님
ⓒ 권성권

관련사진보기


"길말임 집사님. 여길 보세요."
"왜 자꾸 보라는 거예요."
"서영순 권사님. 한 번 웃어 보세요."
"와따매, 어째 그란다요?"

다들 사진에 나오는 걸 싫어하는 눈치였다. 나도 눈치는 백단이라 그 분들이 싫어하는 것은 더 이상 할 수 없었다. 대신에 호미와 대야를 빌려 온 걸로 조개 캐는 작업에 몰입했다. 그런데 조개가 썩 많지는 않았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는지, 10번을 긁어야 한 개 정도가 나올까 말까 했다.

죽림갯벌체험현장 일행 6명을 이른 아침부터 끌고오기가 만만치 않았던 서영순 회장님. 맛난 점심도 준비하기기 수월찮았을텐데, 너무 수고가 많았죠?
▲ 죽림갯벌체험현장 일행 6명을 이른 아침부터 끌고오기가 만만치 않았던 서영순 회장님. 맛난 점심도 준비하기기 수월찮았을텐데, 너무 수고가 많았죠?
ⓒ 권성권

관련사진보기


"벌써 물이 드네요."
"그러게요. 물이 드니까, 더 잘 캐지는데요."
"얘네들이 물이 들면 올라오나봐요?"
"그러게요. 훨씬 많은데요."

정말로 물이 들 때 더 잘 나오는 걸까? 녀석들이 물때에 맞춰 올라오는 걸까? 너무나도 궁금하여 광주에서 온 사람들에게 물어봤다. 그랬더니 정말로 그렇다고 답을 해 줬다. 그 분들은 광주에서 새벽 5시에 출발했다고 한다.

죽림갯벌체험현장 새벽5시에 광주에서 왔다는 아주머니. 많이도 캔 것 같다. 대야를 끈으로 연결하여 끌고 가고 있으니 어느 정도 익숙한 분이지 싶다.
▲ 죽림갯벌체험현장 새벽5시에 광주에서 왔다는 아주머니. 많이도 캔 것 같다. 대야를 끈으로 연결하여 끌고 가고 있으니 어느 정도 익숙한 분이지 싶다.
ⓒ 권성권

관련사진보기


얼마나 캤을까? 물이 동네 턱밑까지 차오르자, 더 이상 캘 수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지금껏 캔 조개들을 그물망에 씻어서 차에 실어야 했다. 영차, 영차, 얼마 되지 않지만, 서로들 열심히 캔 조개 뭉치들을 씻어서 차로 옮겼다.

교회로 돌아오는 길목. 진도대교 아래 자갈밭에서 점심을 먹었다. 삼겹살 비슷한 것을 상추에다 된장과 마늘을 넣어서 한 입에 넣었다. 와우, 그 입맛을 무엇에 비할 수 있으랴. 없는 조개를 캐느라 얼마나 허기가 졌을까? 다들 배부르게 밥을 먹었다. 밥을 다 먹고 난 뒤에 먹은 수박 맛도 일품이었다.

죽림갯벌체험현장 6명이서 캔 조개다. 이것 말고도 대야 하나가 더 있다. 그래도 점심값과 수박값은 한 것 같아, 뿌듯하다. 이것으로 주일날 교회에 온 식구들과 함께 나누어 먹을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기쁨이 돈다.
▲ 죽림갯벌체험현장 6명이서 캔 조개다. 이것 말고도 대야 하나가 더 있다. 그래도 점심값과 수박값은 한 것 같아, 뿌듯하다. 이것으로 주일날 교회에 온 식구들과 함께 나누어 먹을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기쁨이 돈다.
ⓒ 권성권

관련사진보기


다시 차에 올라 시동을 걸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가? 중간에 튀밥 한 봉지를 산 뒤에는 모두들 잠에 취해 있었다. 피곤에 얼룩져 있고, 또 점심으로 배가 부른 탓일까? 아니다. 내일 모레 교회에 오는 식구들과 함께 점심으로 조개국을 끓여 먹을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기쁨이 일어 그러는 걸꺼다. 뿌듯한 하루였다.


#조개캐기#죽림 갯벌체험장#호미와 대야#서영순 권사#김말임 집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