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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 여객기 사고 불똥이 여승무원 복장 문제로 번졌다. 지난 7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발생한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착륙 사고 당시 탑승객 구조에 앞장섰던 여승무원들 복장이 모두 치마 차림이어서 '안전 업무 수행'에 부적합 하다는 여론이 일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아시아나항공은 타 항공사들과 달리 여승무원 유니폼으로 치마 차림만 고집하다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 지적까지 받은 전례가 있어 더 큰 비난을 사고 있다.

"여승무원에게 바지와 운동화를 허하라"  

 아시아나 착륙 사고 당시 탑승객인 유진 앤서니 라가 촬영해 SNS에 올린 사진. 승객을 구조한 승무원들이 치마에 맨발 차림으로 탑승객 옆에 서 있다.
아시아나 착륙 사고 당시 탑승객인 유진 앤서니 라가 촬영해 SNS에 올린 사진. 승객을 구조한 승무원들이 치마에 맨발 차림으로 탑승객 옆에 서 있다. ⓒ 유진 앤서니 라

사고 당시 기내에 남아있던 일부 승무원들은 부상까지 감수하며 탑승객을 구해낸 사실이 알려져 큰 찬사를 받았다. 입사 19년 차 최선임 승무원인 이윤혜씨가 탑승객을 구조하느라 '꼬리뼈 골절상'도 뒤늦게 안 사실을 두고, <월스트리트저널>를 비롯한 국내외 언론은 이들을 '영웅'으로 추켜세웠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당시 여성 승무원들 복장이 탑승객 안전을 책임지기에는 불편하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실제로 사고 여객기에 탑승했던 유진 앤서니 라(46)씨가 사고 직후 촬영해 SNS에 공개한 사진에서 여성 승무원들은 모두 치마 차림이고 구두를 벗은 맨발로 풀밭에 서 있다.

이를 두고 김조광수 영화감독과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 등을 비롯한 누리꾼들은 SNS를 통해 "도대체 누구를 위한 치마냐", "승무원에게도 바지와 운동화를 허용하라"고 말했다.

실제로 항공법에 정의되어 있는 '객실승무원'이란, 항공기에 탑승해 비상시 승객을 탈출시키는 등 안전업무를 수행하는 승무원을 말한다. 그러나 이번 아시아나 사건과 같은 응급 상황에서 빠르고 안전하게 구조 활동을 하기에는 현재 복장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시 북가좌동에 사는 직장인 김종현(41)씨도 사고 당시 복장에 대해 "목에 건 스카프를 빼고는 승객 안전을 위해 (승무원이) 도무지 뭘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승무원 복장을 규제해 놓고 승객의 안전함을 말하는 것이 오히려 승객을 모독하는 행위 같다"고 말했다.  

 누리꾼들은 사고를 수습하는 승무원들에게 '바지와 운동화를 허용하라'고 지적했다.
누리꾼들은 사고를 수습하는 승무원들에게 '바지와 운동화를 허용하라'고 지적했다. ⓒ 화면캡쳐

인권위 "치마만 입게 하는 복장 규정은 성차별"  

사실 아시아나항공 승무원 복장 문제가 도마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6월 아시아나항공 승무원 노조는 치마만 강요하는 복장 규정이 인권침해일 뿐 아니라 기내 비상 상황이 발생하면 안전업무 수행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이에 아시아나 측은 "(치마는) 한국의 아름다움이라는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글로벌시대 회사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필수적인 수단이고 기내 안전업무 수행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치마만 입게 하는 것은 성차별에 해당한다'며 올해 1월 아시아나에 바지 착용 허용을 권고했고 사측은 4월 초부터 신청자들에 한해 유니폼 바지를 지급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최근까지도 바지를 입고 근무하는 아시아나 여승무원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고, 회사에서 바지를 신청한 승무원들에게 전화 등을 통해 '취소하라'고 압력을 넣은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

이에 아시아나항공 홍보팀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압력을 넣은 사실을 부인하고 "나중에 조항을 개정해 바지도 입을 수 있게 했지만 비용 문제도 있고 나중에 추가로 만든 것이어서 신청자에게만 지급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여성주간, 노조 관계자가 아시아나 승무원의 지나친 외모 규정에 반발해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여성주간, 노조 관계자가 아시아나 승무원의 지나친 외모 규정에 반발해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 아시아나 공공운수 노조

'우리 파트는 다리 예쁘니까 필요 없지?' 

한 아시아나항공 승무원은 당시 "위에서 '입지 말라'고 강요하진 않았지만, 담당자들이 '우리 파트는 다리 예쁘니까 필요 없지?' 이런 식으로 했다"며 "후배들이 (취소하라고) 메일과 전화를 받았다고 듣긴 했는데 회사는 부인하더라"고 말했다.

대한항공에 근무했던 승무원 이아무개(30)씨 또한 "아시아나에서 바지를 입으면 인사상 불이익이 있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확인한 바에 따르면 4월 접수 당시 바지 유니폼 신청자는 승무원 약 3700명 중 80명으로 전체의 2% 정도에 불과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1월 인권위 권고 후에도 치마 유니폼 조항을 고집하다가 올해 4월에서야 착용 기준을 선택 조항으로 바꿨다. 사진은 올해 1월 당시 착용기준.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1월 인권위 권고 후에도 치마 유니폼 조항을 고집하다가 올해 4월에서야 착용 기준을 선택 조항으로 바꿨다. 사진은 올해 1월 당시 착용기준. ⓒ 인권위

아시아나 복장 관련 진정을 담당했던 오영택 인권위 차별조사관은 "아시아나가 형식적으로는 권고를 수용했지만, 내부 문화상 바지를 착용하는 분위기가 되지 않는 것 같다"며 "복장 관련한 문제가 계속 불거지고 있어서 주의 깊게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윤현 운수노조 아시아나항공 사무국장도 "승무원들이 바지를 입는다면 확실히 승객 구조에 편했을 것"이라며 "이번 아시아나 사건에서 복장을 지적하는 사람이 많았다. 현재는 바지 유니폼을 희망자에 한해서만 지급하는데 앞으로는 모두에게 지급하도록 노조가 나서서 사측과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승무원#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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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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