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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26일 오전 10시 태평로 금융위원회 브리핑룸에서 우리금융지주 민영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26일 오전 10시 태평로 금융위원회 브리핑룸에서 우리금융지주 민영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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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 26일 오후 4시 14분]

3전 4기. 박근혜 정부가 우리금융지주 매각에 사활을 걸었다. '일괄 매각' 원칙을 깨고 자회사들을 셋으로 쪼개 우리은행 몸집을 줄인 뒤 매각하기로 한 것이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공동위원장 남상구·신제윤, 아래 공자위)는 26일 오전 9시 회의를 열어 우리금융지주 민영화 추진 방안을 의결했다. 이미 언론을 통해 알려진 대로 우리금융지주 14개 자회사를 지방은행계열, 증권계열, 우리은행계열 등 3개 그룹으로 분리 매각하는 게 골자다. 공적 자금 회수 극대화보다는 조기 매각에 무게를 실은 것으로, 과거 세 차례 실패를 거울삼아 정권 초기에 민영화를 마무리하겠다는 것이다.

"비싸게 파는 것보다 빨리 파는 게 중요"... 민영화 실현에 무게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이날 "3번에 걸쳐 민영화에 실패했는데 주가가 더 오를 때까지 기다리기보다 빨리 시장에 돌려주는 게 금융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면서 "공자위는 일괄매각 방식과 분리매각 방식이 (공적자금 회수 규모에서)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렸고 전문가들도 자회사를 먼저 매각하면 시장에서 원하는 프리미엄을 얻을 수 있다고 해 이번엔 시장이 원하는 것, 실현가능성에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실제 이날 우리금융 주가도 전일대비 5.37% 오른 1만400원을 기록하는 등 이번 민영화 방안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나타났다.

우선 경남은행과 광주은행은 우리금융지주에서 분리한 뒤 예금보험공사에서 개별 매각하고, 우리금융은 '인기 매물'인 우리투자증권과 '비인기 매물'인 우리자산운용, 우리아비바생명, 우리금융저축은행을 패키지로 묶어 팔기로 했다. 개별 수요가 있는 우리F&I, 우리파이낸셜 지분도 같은 시점에 매각하기로 했다.

지방은행 계열은 당장 다음달 15일 매각 공고를 내고 매각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며 증권 계열은 우리금융 이사회 결의가 필요해 한 달 정도 늦춰 매각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우리은행은 지방은행 계열 인적분할과 증권계열 최종인수자가 결정된 뒤 내년 1월부터 매각 절차에 들어간다. 예금보험공사는 매각되지 않고 남은 증권계열 자회사와 우리카드, 우리PE, 우리FIS, 금호종금,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등을 우리은행과 합병해 내년 중으로 매각할 예정이다.

신 위원장은 "우리금융의 본체인 우리은행은 현재 매각하는 것보다 시차를 두고 매각하는 것이 매각가능성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면서 "자회사를 먼저 매각함으로써 매각 규모를 줄이고 인수자의 자금 부담을 경감시킬 수 있어 잠재 인수자 범위가 훨씬 넓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공적자금 7조 원 회수 달려... 덩치 커 '일괄매각' 부담

 우리금융지주 주주총회가 열린 서울 회현동 우리은행 본점(자료사진).
 우리금융지주 주주총회가 열린 서울 회현동 우리은행 본점(자료사진).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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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이처럼 우리금융 민영화에 사활을 거는 건 7조 원이 넘는 공적자금이 10년 넘게 묶여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2001년 4월 공적자금 12조8천억 원을 투입해 한빛·평화·경남·광주은행과 하나로종금을 묶은 우리금융지주를 출범시켰지만, 올해 5월 말까지 회수한 돈은 5조7천억 원에 불과하다. 최소한 7조 원은 더 뽑아내야 하지만 현재 예금보험공사 보유 지분 57%를 팔아도 5월 말 종가 기준 5조5천억 원 정도밖에 건질 수 없다.

문제는 총자산이 325조7천억 원으로 국내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덩치가 크다 보니 마땅한 인수 주체 찾기가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과거 이명박 정부는 2010년 7월부터 지난해까지 3차례에 걸쳐 일괄 매각을 시도했지만 마땅한 인수 주체가 나타나지 않아 결국 무산됐다.

더구나 최근 금산분리 강화로 경영권 일괄 매각이 쉽지 않다고 보고 우선 시장 수요가 있는 자회사들을 중심으로 분리 매각을 선택한 것이다. 영남권 은행뿐 아니라 시중은행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경남은행이나 증권업계 상위권인 우리투자증권이 대표적이다.

마침 교보생명이 최근 우리은행뿐 아니라 우리투자증권과 경남·광주은행 인수에도 관심을 보이면서 분리 매각에 힘을 싣고 있다.

신제윤 위원장은 "경쟁력 있고 없고를 떠나 우리투자증권은 매력적이고 아비바생명보험, 자우리자산운용을 한 묶음으로 해 매각을 쉽게 하려는 것"이라면서도 "광주은행과 경남은행을 한 묶음으로 파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신제윤 위원장은 취임 직후 우리금융 민영화에 자신의 직을 걸겠다고 했고, 지난 14일 취임한 이순우 우리금융지주 회장 역시 민영화에 걸림돌이 된다면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로선 지방은행이나 일부 자회사만 매각하더라도 성공이라는 비관적 분위기가 팽배해 실제 '민영화 성공'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총자산 266조 원으로 업계 2위인 우리은행은 여전히 큰 덩치가 큰 탓이다. 당장 우리은행 인수에 관심을 보였던 KB금융지주 역시 합병시 자산 500조 원이 넘는 '메가 뱅크' 탄생한다는 부담감에 주춤한 상태다. 이에 신 위원장은 "지방은행과 증권 계열을 매각한 뒤 상당한 이익이 발생하고 신임 회장이 추진하는 게 있어 유효 경쟁을 할 걸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우리금융지주#신제윤#금융위#민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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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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