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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은 잘 이겨 냈지만, 어떤 사람은 잘 이겨 내지 못했지. 그 차이가 어디서 왔는지 아니?
 어떤 사람은 잘 이겨 냈지만, 어떤 사람은 잘 이겨 내지 못했지. 그 차이가 어디서 왔는지 아니?
ⓒ 류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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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손에 힘을 빼고 2분만 일상을 살아보자.

일단, 외출을 하려고 잠바의 단추 하나를 채우고 싶어도 힘이 든다. 세 개 쯤은 오른 손 엄지와 검지로 요리조리 채워볼 수 있겠지만, 네 개부터는 짜증이 인다. 아마도 책을 보며 자연스럽게 책장을 넘기는 다른 손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어느 날, 한손이 사라진다면 어떻게 일상을 살아내야 할까.

열네 살 노먼은 또래 친구들처럼 학교를 다니고, 야구를 하며 살고 있다. 그런데 어느 날, 실수로 고기를 자르는 그라인더에 왼손이 잘려나갔다. 어린 나이에 한 손이 없어지니 막막하다. 무엇보다 노먼은 더 이상 그토록 좋아하는 야구를 할 수가 없다.

"어떤 사람은 잘 이겨 냈지만, 어떤 사람은 잘 이겨 내지 못했지. 그 차이가 어디서 왔는지 아니? …"(p.37)

노먼은 야구를 하고 싶다. 공을 잡고 던질 수 없으면 한 손으로 글러브를 끼고 공을 받았다가 다시 글러브를 벗어 공을 꺼내 던졌고, 다른 사람들보다 공을 받는 속도가 느리면 더 앞으로 나와 공을 잡았다. 신발 끈이 자꾸 풀어지자 팔꿈치로 끈을 고정하고 오른손을 돌려 끈을 묶었다.

한손이 없다는 사실만으로도 힘이 드는데, 정작 힘을 보태줘야 할 친구와 아버지는 자꾸만 야구를 하지 말라고, 너는 안 된다고 한다. 친구들은 병신이 왜 운동을 하는지 알 수 없다며 야유를 보낸다.

"… 이겨 낸 사람들은 자신을 믿었어. 무슨 일이건 노력하면 해낼 수 있다고 말이야. 그리고 방법을 찾을 때까지 계속 연습했어."(p.37)

사람들에게 원래부터 타고난 재능은 분명 있다. 그러나 천재라고 불리는 이들 뒤에는(모차르트만 하더라도 다섯 살 신동이었던 그가 지금까지 이름을 알리기에는 이후 무수히 했던 연습이 있었다.) 그들이 흘린 숱한 피와 땀과 눈물이 있었을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다."(p.57)

노먼은 야구를 할 수 있다며 자신을 믿었다(물론 밤에 자주 울었지만.). '자신을 믿는다.'는 말, 시간은 금이라는 말처럼 참 흔하다. 그러나 어느 한때 '확' 하고 우리에게 간절히 다가온다. 노먼을 보며, 정말 내가 나를 믿었나, 어쩌면 가장 도움이 될 훌륭한 친구와 스승을 놔두고 다른 곳을 둘러보고 있진 않았나, 더 애쓰진 않았지 않았나, 나를 살피게 됐다.

할 수 있다는 마음은 많은 일을 좌지우지한다. 소설 <개미>의 한 구절에서만 그렇겠냐마는, 승부는 이미 싸우기 전 결정되어 있단다. 이기려고 생각한 이를 당해낼 재간이 없다 했던가.

노먼은 결국 중학교 야구팀에 들어가게 됐고, 열심히 뛴다. 10대 0의 경기를 투수로 출전해 10대 9까지 따라잡았고, 비록 경기에서 졌지만 감독에게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왼손이 없는 게 아니야. 조금 특별한 오른 손이 있을 뿐"(표지)

나는 산골에 살고 있지만 세상에 여러 일들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공부 해야지, 악기 다루어야지, 또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이 어떤가, 자꾸 다른 사람에게로 눈이 간다. 그렇다고 미래는 명확하지 않고, 확실했던 꿈들이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한다. 노먼은 내게 말한다. 무엇을 하게 되든 어디로 가든 노력하라! 열심히 실력을 쌓고 꾸준히 걷자.

최근에 읽었던 몇 권의 책들은 모두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나를 믿고, 희망을 가지고, 노력하는 청소년의 모습. 아마도 우리 청소년들에게 '세상은 희망이 있다' '살고 싶더라'고 끊임없이 격려하고 싶은 뜻이 아닐지. 사는 일이 우리들에게만 힘에 겨울까. 어른들도 읽으면 참 좋을 것 같다.

지금 삶에서 불안하고, 쫓기고, 별로 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 때, '내게 있는 것'만으로도 살고 싶게 만드는 책. 진부한 표현이지만 결코 진부하지 않은, '무슨 일이든 노력하면 할 수 있어.' 무겁지 않게 읽어볼만한 소설이다.

덧붙이는 글 | - 류옥하다 기자는 열여섯 살 학생기자입니다.
- 이 글은 월간 <라이브러리&리브로>에 실렸습니다.



태그:#한손의 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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