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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봉산 숲이다. 산은 아름답지만 속으로는 찢어지고 갈라져 골병이 들고 있다.
 호봉산 숲이다. 산은 아름답지만 속으로는 찢어지고 갈라져 골병이 들고 있다.
ⓒ 김학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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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어디를 가도 산이 푸르러 보기 좋다. 하지만 그 푸른 산이 주인을 잃은 빈 산이 되어 간다면 어떨까. 전에는 그래도 혼자 산을 걷노라면 청설모도 인사하고, 다람쥐도 인사하고, 재수가 좋으면 너구리 인사까지 받게 된다. 이런 날은 기분이 꽤 좋아진다.

지난달 31일 호봉산을 한바퀴돌면서 산이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방으로 길이 나 있어 도무지 짐승들이 쉴곳을 찾아볼 수 없다. 온통 골짜기가 훤하게 들여다보이니 짐승이 어디다 몸을 숨기겠는가. 산을 타는 사람들만 골짜기 마다 가득할 뿐이다. 자연보호가 힘들게 되었다. 

도시 변두리 산은 숲만 있지 죽은 산이다. 먹을 것도 없으니 새들이 인간들이 있는 마을을 찾는다고 해서 이상할 것도 없다. 아파트 베란다에 둥지를 틀만큼 새들은 인간과 더불어 살 수밖에 없게 되었다. 몇해전이다. 꿩이 집으로 날아 들었다. 다세태 주택이어서 먼저 발견한 사람이 잡아먹어 버렸다.

 산속은 이런 길이 여기저기 뚫여 있다. 산짐승들이 쉴 곳도 없다.
 산속은 이런 길이 여기저기 뚫여 있다. 산짐승들이 쉴 곳도 없다.
ⓒ 김학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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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악회 홍보용지가 다 뜯겨 나갔지만 끈은 그대로 있다.
 산악회 홍보용지가 다 뜯겨 나갔지만 끈은 그대로 있다.
ⓒ 김학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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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 것을 찾아 산을 내려왔다가 목숨을 잃은 것이다. 지금도 도토리 철만 되면 답답하다. 도토리나무가 몇그루 되지 않지만 사람들은 거기서 열리는 도토리까지 알뜰하게 주어간다. 산 짐승들이 먹을 것만이라도 남겨 두어야 하지만 그러지 않는다. 인간들은 인정머리가 이렇게 없는 것일까, 화가 난다.

지난해 가을 구청에다 연락을 했더니 '다람쥐 먹이니 도토리를 줍지맙시다. 하고 작은 현수막을 만들어 등산객이 많이 다니는 몇 곳에 매달아 놓지만 별 효과가 없다, 그런 방법으로는 사람들에게 씨도 안 먹힌다. 결국 그 흔하던 다람쥐조차 이제는 구경할 수 없게 되었다.

호봉산은 인천 부평구와 서구에 걸쳐 있다.  126미터의 얕은 산이지만 이제는 울창한 숲으로 덮여 있어 숲속에 들어가면 마치 큰 산에 온 기분이 든다. 하늘이 보이지 않을 만큼 숲으로 덮여 있다. 최근에는 둘레길이 생겨 소문이 나 많은 등산객들이 찾아온다.

 언제부터 철사가 감겨 있었을까. 몸을 다 먹고 있다. 그런데도 한쪽에서는 새순이 돋아난다.
 언제부터 철사가 감겨 있었을까. 몸을 다 먹고 있다. 그런데도 한쪽에서는 새순이 돋아난다.
ⓒ 김학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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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샛길을 통제하지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샛길을 통제하지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 김학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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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변두리에 이만한 산이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가. 한데 이렇게 아름다운 산이 사람에의해 망가지고 있다. 사람들이 둘레길만 다니는 것이 아니라 새길을 만들어 다니고 있기 때문이다. 산속에 곳곳에 사거리길이 만들어지고 있다. 보다 못해 구청에서 통행 제한 간판을 붙여보지만 얼마나 지킬지 걱정이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목에는 식당간판이며 산악회 안내 쪽지까지 사방에 매달려 있다. 홍보용지가 다 뜯겨나가도 줄을 철거하지 않아 그대로 나무에 묶인 채 매달려 있다. 오래 되면 그 줄이 나무 속을 파고 들어가 보기 흉한 모습도 있지만 나무의 생명까지 빼앗아가는 일이 벌어진다.  

도시 변두리 산은 잘 가꾸어야 한다. 산소 호흡기나 마찬가지다. 신선하 공기도 만들어 주지만 산 속에는 새들이 연주하는 아름다운 노래까지 있다. 나무잎스치는 바람 소리, 이름을 알 수 없는 새들의 아름다운 노래 소리를 듣으면 몸과 마음이 한결 시원해 진다. 어떤 보약을 먹는 다고 이런 기분이 될까.

 흉칙한 모습이다. 말 못하는 나무라고 하지만 고통은 없을까
 흉칙한 모습이다. 말 못하는 나무라고 하지만 고통은 없을까
ⓒ 김학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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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우리에게 귀한 생명을 주고 있다. 여기저기 새 길을 만들어 아름다운 산을 황폐화 시키고 산짐승들을 쫓아내는 죽은 산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 현재 있는 둘레길만 잘 이용해도 자연보호가 된다. 인간의 건강만을 위한 산이 아니라 자연과 함께 사는 산을 만들어야 한다.


#죽어가는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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