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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외과에서 상담실장으로 오래 일한 G씨는 얼굴이 자주 바뀌는 편이다. 처음 만났을 무렵에는 주로 눈, 코수술을 여러 번 받으면서 얼굴이 바뀌었다. 최근에는 얼굴형에 관심을 가지고 갸름한 얼굴이 되기 위해 다양한 리프팅시술을 받았다. 얼마 전에는 사각턱수술을 받아서 귀밑에서 턱끝까지 거의 일자로 쭉 뻗을 정도로 턱이 갸름해졌다. 본인은 얼굴이 작아지고 있다며 좋아했지만 필자의 눈에는 그리 좋아보이지 않았다.

얼굴에서 턱부위는 가장 늦게 발달한다. 13세에서 15세 사이에 보통 영구치가 난다. 그리고 사춘기 시기에 2차성징이 일어날 때 비로소 턱의 성장이 마무리된다. 그래서 턱이 발달한 얼굴은 더 성숙해 보인다.

얼굴에서 가장 늦게 발달하는 부위라 그런지 관상학에서는 턱부위가 말년운을 나타낸다고 본다. 부하나 자녀와의 관계를 나타내기 때문에 노복궁이라는 이름으로도 부른다. 그래서 턱이 두텁고 넓을수록 많은 부하나 자녀를 두고 여유로운 말년을 보낸다고 본다.

심지어는 턱이 발달하면 추진력과 지구력이 강하다고 보기도 한다. 이를 음식의 기호와 연관지어서 보기도 한다. 공격적이고 인내심이 강한 사람은 딱딱한 음식도 '어디 한 번 붙어보자'는 식으로 끈질기게 씹어 먹는다는 것이다.

반대로 턱이 갸름하고 짧을수록 어려보인다. 턱이 발달하기 이전 얼굴의 특성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갸름한 얼굴을 미인으로 여기는 현상은 동안을 선호하는 분위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어린 시절의 비율과 유사한 얼굴을 선호하는 것이다.

1970년대 이후 출생자, 턱 급격히 작아져

예전에 비해 갸름한 얼굴을 요즘은 더 선호하기도 하지만, 실제로도 그렇게 변해가고 있다. 조용진 얼굴연구소의 연구에 따르면, 1950년대~1960년대 출생자까지는 체격과 더불어 전체적으로 커지는 변화를 보였으나, 1970년대 이후 출생자부터는 턱이 급격히 작아지고 있다고 한다.

두개골 전체가 커지면서 하안의 비율이 줄어들기도 했지만, 턱의 용적이 15% 이상 줄어들었다고 한다. 가장 큰 원인은 식습관의 변화로 보고 있다. 부드러운 음식을 선호하면서 조선시대에 비하면 씹는 힘이 3분 1정도로 줄어들어 턱뼈가 훨씬 덜 발달하게 되었다고 본다. 이런 현상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여겨진다.

한국인은 북방계 몽골족의 얼굴 특징을 많이 가지고 있는데, 그 중의 하나가 발달된 턱이다. 상대적으로 하관이 발달했는데, 이는 얼굴을 성숙해 보이게 한다. 요즘은 갸름한 얼굴을 많이 추구하다 보니 G씨처럼 턱뼈를 깎는 수술을 감행하기도 한다. 이때 깎는 부위는 귀밑아래로 나온 하악각 부분이다. 관상학에서는 장벽이라고 부르는 부분이다.

턱뼈를 깎으면서 절단면의 경계가 두드러지는 이차각 현상이나 신경손상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턱뼈를 깎으면서 절단면의 경계가 두드러지는 이차각 현상이나 신경손상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 권용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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턱뼈를 깎는 수술은 많은 부작용의 위험이 있다. 평생 음식을 씹어야 할 아랫턱뼈가 너무 약해져서 씹는 힘이 떨어지고 식사에 불편을 끼치기도 하고, 신경을 절단하기도 한다. 가장 흔한 부작용은 이차각이라 하여 절단된 모서리부분이 계단처럼 두드러져 보이는 현상이다.

이차각 현상을 방지하고자 길게 곡선형으로 턱뼈를 많이 깎아내기도 한다. 안타깝게도 이렇게 턱뼈를 길게 깎으면 건강상의 우려도 있을 뿐더러 외관상 어색해 보인다.

과하게 턱뼈를 깎으면 아래로 튀어나온 하악각이 없어지게 된다.
 과하게 턱뼈를 깎으면 아래로 튀어나온 하악각이 없어지게 된다.
ⓒ 권용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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턱뼈 깎으면 어색해 보이는 이유

이처럼 턱뼈를 깎으면 어색해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이 아닌 다른 동물의 특징에 가까워진다. 마치 개나 고양이처럼 보이는 것이다. 사람이나 유인원의 경우에는 턱이 차지하는 공간이 줄어들면서 턱뼈가 아래쪽으로 발달했다.

그런데 이를 깎아서 마치 귀에서 턱선이 일자로 연결된 것처럼 보이면 어색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인지 지나치게 턱뼈를 깎은 모습을 일명 '개턱', 혹은 '빗살무늬토기턱'이라고 부른다.
다른 동물에 비해서 사람의 턱은 앞뒤로 짧고 위아래로 길어지면서 하악각이 발달했다.
 다른 동물에 비해서 사람의 턱은 앞뒤로 짧고 위아래로 길어지면서 하악각이 발달했다.
ⓒ 권용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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갸름한 턱선을 추구하다가 인간의 모습을 포기한 꼴이 된 것이다. 이 역시 초정상자극의 한 현상이다. 한 부분에 집착할 때는 그 부분만 보이는데, 한 발짝 멀리 떨어져서 전체를 보게 되면 당연히 조화가 깨져보인다. 일시적인 충동과 욕심으로 이렇게 턱뼈를 지나치게 깎았던 사람들이 이제는 턱뼈를 재건하고 복원하는 수술을 받는다고 한다.

갸름하고 어려보이는 얼굴도 나름의 매력이 있다. 하지만 그 정도가 지나치면 인위적이고 부자연스러운 느낌을 준다. 부자연스러운 느낌은 호감보다는 비호감에 가깝다. 적어도 인간 본연의 타고난 모습에서 벗어나지 않는 게 자연스럽고 보편적인 아름다움에 가깝다.


태그:#브이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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