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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어가면서 제발 여기 저기 아프다는 소리 좀 입에 달고 살지 말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고, 나는 그러지 말아야겠다고 제법 오래 전부터 마음 먹었는데... 막상 오십 중반에 이르고 보니 친구들과 만나면 여기 저기 아프다는 이야기가 먼저 튀어나온다.

딱히 나이 듦을 거부한다거나 젊음을 지속하려고 무진 애를 쓰는 편도 아니고, 하루가 다르게 삐걱대는 몸을 보며 유난히 조급함을 느끼는 것도 아니지만, 책 제목이 <철학자처럼 느긋하게 나이 드는 법>이라니. 그럼, 철학자는 나이도 남다르게 '느긋하게' 먹는다는 말인가?

책 <철학자처럼 느긋하게 나이 드는 법>  표지
▲ 책 <철학자처럼 느긋하게 나이 드는 법> 표지
ⓒ 책읽는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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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을 전공하고 평생 글을 쓰며 살아온 75세의 저자 '대니얼 클라인'은 어느 날 치과에서 아랫니들을 빼고 인공치아를 심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시술을 하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집에 돌아와 곰곰이 따져보니 꼬박 1년이라는 시간을 써야 하고 비용도 만만찮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하여 '청춘을 이식'하느니 젊은 시절에 머문 적이 있는 그리스의 작은 섬 이드라로 떠나기로 마음 먹는다. 철학책을 한 보따리 싸들고 바다를 건너서 유난히 행복한 모습으로 늙어가는 노인들이 있는 섬으로!

'진실하고 만족스럽게 늙어가는 과정'을 알아내기 위해 저자는 에피쿠로스, 플라톤, 칸트를 비롯해 라르스 스벤젠, 에드문트 후설, 러셀 같은 철학자의 책을 인용하고 이드라섬에서 만난 노인들과 함께 한 일상을 그대로 풀어놓는다.      

이름만으로도 어렵고 거리감을 느끼는 철학자들이지만, 저자의 입을 통해 들으니 그저 우리 살아가는 이야기를 각자의 시각으로 설명하고 정리해 놓은 듯해 부담이 없다. 그래, 맞아, 철학자들도 역시 나이 듦을 고민하고 어떻게 하면 제대로 잘 늙어갈 수 있을지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했구나, 이런 느낌이다.

'즐겁게 살지 못하면 바르게도 살 수 없다, 세월은 똑같은 속도로 흐르지 않는다, 고독한 만큼 나에게 가까워진다, 아름다움은 선택이다, 살이 있음이 곧 기적이다, 능력 밖의 것들을 내려놓다, 한순간에 영원을 붙든다' 이렇게 일곱 개로 되어 있는 각 장의 제목만 모아 놓아도 나이 듦의 지침으로 손색이 없다. 또한, 본문에 나오는 인용구와 직접 쓴 구절들 역시 마음에 새길만하다.

"노인은 항구에 안전하게 정박한 배와 같다, 단순한 즐거움과 소박한 즐거움을 찾아라, 혼란 그 자체가 바로 나다, 노인은 자신의 인생 여정을 되돌아보기에 가장 적합한 단계, 내 능력이 미치지 않는 일은 그냥 흘려보낸다, 그저 살아 있는 것이 좋은 것이 아니라 잘 살아야 좋은 것이다."

'영원한 청춘'을 원하는 것은 '우리 문명이 자초한 처벌'이라는 저자의 말에 백 번 공감한다. 젊어 부대끼던 성욕에서 놓여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인 것처럼, 주름 잡히는 것이 당연한 일인 것처럼 나이 듦을 받아들임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영원한 청춘을 추구하면 결국 죽음을 부정하는 것'이라는 단호함에 대해서도 역시 동의한다. 나이 듦과 죽음이 우리 인생에 엄연히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애써 피하고 가리고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사는 일은 결코 옳지 않다고 믿는다. 

장수의 비결은 지중해의 올리브가 아니라 함께 어울려 느긋함을 즐기고 끊임 없이 소통하는 관계 속에 있었다. 그러니 철학자여서 느긋하게 나이 드는 것이 아니라 평생을 살아온 일상의 철학, 곧 나이 듦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즐기는 것에 '느긋하게' 나이 들어가는 비결이 숨어있다.

책 앞표지 윗부분에 적혀 있는 구절이 새삼 눈에 들어온다.

"늘 청춘으로 산다는 것은 얼마나 피곤한 일인가"

덧붙이는 글 | <철학자처럼 느긋하게 나이 드는 법> (대니얼 클라인 지음, 김유신 옮김 / 책읽는 수요일, 2013)



철학자처럼 느긋하게 나이 드는 법 - 늘 청춘으로 산다는 것은 얼마나 피곤한 일인가

대니얼 클라인 지음, 김유신 옮김, 책읽는수요일(2013)


#철학자처럼 느긋하게 나이 드는 법#대니얼 클라인#노년#노인#나이 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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