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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갔다 되돌아 온 키키와 쮸쮸 ...
분양갔다 되돌아 온 키키와 쮸쮸... ⓒ 정현순


"저 며칠 전 키키와 쮸쮸(앵무새) 데리고 간 사람이에요. 죄송한데요. 다시 데리고 가면 안 될까요?"

"아 네. 괜찮아요. 데리고 오세요."

"정말 감사합니다. 걔들이 밥도 안 먹고 계속 찍찍거려서...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어요."

"그래요. 얼른 데리고 오세요."

 

일요일(19일) 아침, 남편과 한가롭게 차 한 잔 마시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앵무새 새삐가  워낙 새끼들을 많이 낳아 모두 키우기 힘들었다. 하여 광명시 엄마들 카페에 '집에서 부화한 앵무새를 분양한다'는 공지를 내고 사진도 함께 올렸었다.

 

새삐가 낳은 새끼 11마리 중 한 마리는 딸아이 집에 주고 두 마리만 남긴 채 모두 분양했다. 두 마리는 엄마 아빠새들과 함께 키우려고 마음을 먹고 있었는데 카페에 누군가가 앵무새를 분양하고 싶다고 올려놔, 분양을 하게 된 것이다.

 

키키와 쮸쮸는 워낙 순하고 겁도 많은 새들이다. 새장을 열어주어도 멀리도 못 날아가고 지들 집 위에서만 왔다 갔다 하는 정도였다. 사람으로 말하자면 심하게 내성적인 새들이다.

 

그런 새들을 분양하곤 나도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외출할 때 집에 엄마 아빠 새들만 남아있는 모습도 안쓰러웠고, 집도 텅 빈 것 같았다. 괜히 분양해주었나? 하는 생각도 간간이 들었었다. 분양받으러 온 사람은 자신이 키우고 싶기보다는 아들아이가 졸라서 분양을 받게 된 것이라고 했다. 강아지를 더 키우고 싶었지만 비염이 있어 새를 택하게 된 것이라는 말도 덧붙이면서 새들을 데리고 갔다.

 

새들 중에서도 머리가 좋고 똑똑한 새가 앵무새지만 하루 이틀 지나면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새들이 며칠이 지나도록 밥도 잘 안 먹고 둥지 안에서도 잘 나오지 않고 계속 운다는 말을 듣고 마음이 더 짠했다.

 

다른 곳으로 간 새들과 마찬가지로 엄마 아빠새들도 새벽녘에 누군가를 찾는듯한 소리를 내곤 했었다. 그럼 나나 남편은 자다 말고 일어나 다시 들어가서 자라며 그런 새들을 달래곤 했었다. 그런 새들을 보면서 사람과 별반 다르지 않다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던 중 그런 전화를 받았고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데리고 오라고 했다. 드디어 새들이 우리 집에 도착했다. 그는 정말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들아이한테도 말했어요. 아무나 애완동물 키우는 것이 아닌가 보다라고..."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건 맞는 말인 것 같아요."

 

그가 돌아가자마자 집에 있던 새들과 돌아온 새들이 마치 반갑다는 듯이 아주 큰소리를 내면서 반가워했다. 정말 그건 안 겪어 본 사람은 모를 작은 감동이었다.

 

그런 새들의 모습을 보고 남편과 나는 돌아온 자식 새들을 엄마 아빠와 마주보게 해주고 새장 문을 열어주었다. 반가운 날갯짓으로 집안을 마음 놓고 날아다니는 새들을 보니 나도 마음이 편해졌다.

 

사람처럼 말은 못하지만 새들도 이곳을 무척이나 그리워했었나 보다. 마치 "엄마 아빠 우리 왔어요", "도대체 너희들 어디 갔다 이제 왔어"하는 소리 같았다.

 

잠시 새들의 만남을 확인해주고 새장 안으로 들여보냈다. 밥도 잘 안 먹는다는 키키와 쮸쮸는 정신 없이 물을 몇 모금이나 먹은 뒤 한동안 모이를 먹기 시작했다. 그리곤 나른한 낮잠에 빠져들었다. 그제야 안심이 되었나보다.

 

옆 새장에 있는 엄마 아빠새들도 돌아온 새들을 보곤 안정을 찾는 듯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나는 새들에게 "키키 쮸쮸야 미안했다. 이젠 걱정하지마라. 앞으로는 아무데도 보내지 않을 테니깐"라고 말했다.  

 

밤이 돌아오자 새들이 둥지 안에 들어갔다. 그야말로 밤새 찍소리 한마디도 내지 않고 단잠에 빠진 듯했다. 며칠 동안의 객지(?)생활에 피곤함을 달래듯이.


#돌아온 앵무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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