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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지역 레미콘노조 파업을 지원하기 위해 전국에서 모인 특수고용직 노동자들과 방송차량. 전국건설노조 부산울산경남타워크레인지부 전영호 지부장(오른쪽)은 "울산을 노동자의 도시라고 부르지만 실상은 노동자들이 헌법에 보장된 노조 마저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울산지역 레미콘노조 파업을 지원하기 위해 전국에서 모인 특수고용직 노동자들과 방송차량. 전국건설노조 부산울산경남타워크레인지부 전영호 지부장(오른쪽)은 "울산을 노동자의 도시라고 부르지만 실상은 노동자들이 헌법에 보장된 노조 마저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 박석철

울산지역 레미콘 노동자들이 파업을 시작한 지 오늘로 43일째를 맞았지만 회사 측이 노조를 인정하지 않아 협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레미콘은 건설의 필수인 콘크리트를 생산공장에서 건설현장으로 실어나르는 차량이라 혁신도시와 신항만공사 등 대형 건설사업이 즐비한 지역의 공사가 마비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13일 레미콘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 실상을 알리고 파업을 지원하기 위해 전국의 건설기계노동자 수천여 명이 울산에 집결, 회사 측이 협상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전국에서 모인 건설노조 소속 노동자들은 차량 300여 대를 동원해 울산 전역에서 대 시민 홍보를 하는 한편 집회를 열고 유독 울산에서만 회사 측이 노조를 인정하지 않는 것을 성토했다.

울산에는 16개 레미콘 업체의 일을 하는 400여 대의 레미콘(특수고용직노동자)이 있으며, 이중 9개 회사 260여 대, 전체 65%가량이 노조에 가입돼 있다. 이들은 장시간노동 철폐, 적정한 운송단가를 위한 표준계약서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회사 측이 노조 인정 자체를 거부하면서 협상이 불발, 파업이 장기화되고 있는 것(관련기사 : 레미콘 노동자들 "한번 운송에 3만4000원, 장가도 못가").

"산업수도? 노동자의 도시? 왜 울산만 노조를 인정하지 않는가"

수은주가 섭씨 31도를 기록한 13일 낮 12시, 울산시청 앞 차로와 인도에는 전국에서 모인 건설노조 방송(승합차) 차량과 조합원들이 집결해 있었다. 이들은 이날 오전 이곳에서 울산지역 레미콘노조의 파업을 지지하는 집회를 열었고, 이후 오전 내내 시가지를 돌며 레미콘 노동자들의 열악한 환경을 호소했다.

전국건설노조에는 굴삭기, 덤프, 레미콘, 펌프카, 크레인 노동자들이 소속돼 있다. 이날 부산, 경남, 경북, 대구 등 전국에서 모인 노동자들은 하루 일손을 멈추고 울산에 집결했다. 그들은 "그만큼 급박한 이유가 있다"고 했다.

경북지역에서 온 한 덤프 노동자는 "울산으로 오다 보니 '산업수도 울산'이라고 크게 적혀 있고, 포털사이트에는 언론사마다 '울산은 전국 최고 산업도시'라는 칭송했더라"며 "하지만 실제로 와 보니 다른 도시에서는 다 인정하고 단체협상도 하는 레미콘 노동자들의 노조 마저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국건설노조 부산울산경남타워크레인지부 전영호 지부장은 "울산을 노동자의 도시라고 부르지만 실상은 노동자들이 헌법에 보장된 노조마저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며 "레미콘 노동자들의 열악한 환경과 회사 측의 횡포를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일손을 멈추고 울산에 오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시민들이 오늘 대 시민 홍보전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는 경우도 있더라"며 "하지만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의 실상을 알고나면 깜짝 놀랄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에서 모인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레미콘, 펌프카, 크레인 등 노동자들의 노동 환경 실상이 제대로 알려져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일부에서는 이들 노동자가 많은 돈을 버는 개인사업자로 알고 있는데, 이는 왜곡돼 잘못 알려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회사 구조조정으로 외주화된 특수차량, 노동 환경 실상은?

파업을 하고 있는 레미콘을 비롯해 굴삭기, 덤프, 펌프카, 크레인, 화물차 등 건설 장비 차량들은 과거에는 회사가 직접 운영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회사들이 IMF 이후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건설차량들을 아웃소싱(외주화)했다. 인건비도 줄이고 사고에 따른 부담도 덜기 시작했다.

이후 면허를 가진 많은 노동자들이 개인사업자로 등록하면서 건설차량 특수고용직 노동자가 됐다. 하지만 이들 차량의 가격이 억대에서 수천 만원을 호가하는 고가인지라, 특수고용직 대부분이 대출을 받거나 할부로 차량을 구입하면서 매달 버는 돈에서 상당 부분이 차량구입비(감가삼각비)로 빠진다. 어차피 차량 수명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울산본부 배문석 조직 2국장은 "회사 측은 수시로 경제위기를 거론하며 운송 단가를 낮추는 등으로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을 벼랑으로 내몰았다"며 "불응하면 일감을 주지 않는 직접적인 제재가 가해지기 때문에 노동자들의 어려움이 누적돼 왔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레미콘의 경우 공사 현장에서 대기하는 시간이 많아 실제로 회사 측이 주장하는 고 수익을 올리기가 힘들다"며 "헌법에 따라 노조를 결성해 이같이 열악한 노동환경을 협상을 통해 개선하려는 것인데, 노조마저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집회 현장에서 만난 한 레미콘 노동자는 "레미콘에 실린 콘크리트는 현장 사정에 따라 수시간 씩 대기하기가 예사다"며 "하루 24시간 중 대기하는 시간이 만만찮다. 밤늦게 퇴근했다 새벽에 일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이와는 달리 울산지역 레미콘 회사 측은 "자신들이 부지런히만 일하면 레미콘에는 월 500~600만 원이 지급된다"며 "회사 측은 개별 사업자와 계약하기 때문에 단체교섭은 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지역 야권 "회사 측 협상에 임하고 울산시장이 중재 나서라"

이날 울산시청 주변에는 통합진보당 지방의원들이 울산시의 중재를 요청하는 피켓을 들고 동조 1인 시위를 벌이는 모습도 보였다. 파업이 장기화되자 민주당도 레미콘 노동자 지지에 나섰다.

민주당 울산시당은 13일 논평을 내고 "회사 측이 하루빨리 협상 테이블에 나와 진지한 대화를 통해 해결의 실마리를 푸는데 앞장설 것"을 요구하는 한편 "울산시와 박맹우 시장은 노사가 대화와 협상을 할 수 있도록 즉각 중재에 나설 것"을 아울러 촉구했다.

민주당 울산시당은 "이들 노동자들도 시민의 한 구성원이며, 파업 장기화는 울산혁신도시 및 신항만 공사 등 지역 건설공사와 경제에 미치는 파급이 크다"며 이같이 요구했다.

특히 민주당은 "레미콘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야권과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조사단을 구성해 그 실태를 파악하고, 이를 통한 파업사태 해결책을 마련하자"며 "단 한사람의 억울한 시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함께 할 것"을 제안했다.

민주당 울산시당 심규명 시당위원장은 "한국의 노조 조직률은 10%대에 머물러 있고, 단체협약 적용률도 12% 수준으로 매우 낮은 수준으로, 90% 가까운 노동자가 사실상 노동3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구직자와 실직자(해고자), 화물운송 노동자, 장비기사, 간병인, 골프장캐디, 학습지 교사, 보험 모집인, 대리운전기사, 퀵서비스기사 등 특수고용노동자 등에게도 헌법이 부여한 노동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노조법을 개정하고 노동자와 사용자의 개념 확대를 중앙당에 강력히 주문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오후 2시 현재 울산시청 주변에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경찰 차량과 병력이 대기하고 있다.


#울산 레미콘 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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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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