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온통 북 미사일, 전쟁 소식으로 일손조차 뒤숭숭한 4월의 한가운데, 아침에 일어나 거실 창밖을 보니 하얀 겨울이 인사합니다. 밤새 하얀 눈이 집 마당에 3cm 이상 내렸습니다. 4월 11일에.
장독대위에, 지붕위에 지난겨울 그토록 함께 했던 하얀 눈이 무슨 미련이 그리 남았는지 다시 찾아왔습니다.
진돗개 백두도 또 다시 내린 눈이 시큰둥한 지 주인이 나와도 몸을 웅크리고 모른 척 합니다.
오늘 쯤 고추밭에 비닐도 씌워야 하고 밭골도 새로 작업해야 하는데 눈덮힌 밭은 출입을 금하고 있습니다.
밤새 눈은 내려도 4월의 태양은 불청객 눈을 녹이기 위해 동쪽에서 힘차게 떠오르고 있습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셋째 딸을 큰길까지 차로 태워줘야 하는데 혹시나 길이 미끄러울까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포장된 길은 바로 녹고 있습니다.
보름만 있으면 하얗게 꽃을 피어낼 자두나무가 미리 하얀 눈을 뒤집어쓰고 어리둥절해 하는 듯 합니다.
이제 막 꽃눈을 틔우고 있는 라일락 나무가 향기를 내기도 전에 눈을 맞고 처연히 서 있습니다.
우체통 밑에 아내가 작년에 심어 놓은 수선화가 애달프게 눈에 파묻혀 있습니다.
지난겨울 눈이 녹은 흙마당은 걸어 다니기도 힘들 정도로 질퍽거렸습니다. 빗자루를 들고 때 아닌 눈을 치우느라 아침부터 부산했습니다.
어제(10일)는 하루종일 바람에 눈보라에, 흐렸다가 갰다가, 세상에 이런 날씨가 있나 할 정도로 어수선한 하루였습니다. 어지럽고 불안한 4월에 밤새 내린 하얀 눈이 우리에게 말하는 것 같습니다.
"눈은 겨울에만 오는 게 아니야. 그러니 세상이 아무리 어지러워도 굳세게 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