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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부터 세계 여러 나라를 걸으며 나무를 심은 청년이 있다. 그는 17개국을 걸어갔으며 1만2500km를 걸었고, 3천여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500여 곳의 학교를 방문하고 200여 군데의 고아원을 갔다. 한국을 비롯하여 중국, 일본, 대만, 베트남, 캄보디아, 태국, 시리아, 터키, 불가리아, 세르비아,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를 넘어 유럽으로 향했다.

혼자서 외롭고 힘든 길을 자처하고 갔던 그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그래서 만나보았다. 그는 두 달 정도의 일정으로 3월 초 한국에 왔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학교와 시민단체에서 강연을 하고 평화를 이야기하고 있다. 4월 22일 지구의 날을 기념하여 아이들과 평화와 환경을 위한 행사 준비도 하고 있다.

Earthman Yuji  나무를 심는 유지씨
Earthman Yuji 나무를 심는 유지씨 ⓒ 미야타 유지

- 유지씨, 몇 년 전에 중국, 한국을 거쳐 영국까지 걸어간다고 했는데 정말 해냈네요. 축하해요. 사실 그 긴 여정을 해낼 수 있을까 반신반의했거든요.
"감사합니다. 중국에서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친환경 올림픽(Green Olympics)으로 한다고 했어요. 저는 이 약속을 지켜달라는 마음으로 중국 대륙을 걸어서 베이징까지 갔어요. 그때 참으로 많은 것을 느꼈지요. 특히 오염이 심한 지역들을 다니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중국 일정을 마치고 나서는 2012년 런던 올림픽까지 런던으로 걸어가자고 다짐했어요. 그래서 2010년 1월에 한국에서 시작했지요. 제가 한국을 좋아하니까 한국에서 출발하고 싶었어요. 겨울이었는데 경상도에 있는 2차 세계대전 오키나와 참전 추모비 앞에서 출발했지요. 저는 어디를 가도 전쟁에 희생당한 분들에게 추모의 인사를 합니다. 런던 올림픽이 시작될 때까지 영국에 잘 도착할 수 있었어요."

- 유지씨는 언제부터 지구를 걷는 남자, Earthman이 되기로 마음 먹었나요? 연애하고 결혼하고 편안한 삶을 살아도 좋을텐데요.
"한국 분들은 저에게 특히 결혼하라고 야단을 많이 쳤어요. 하하. 이렇게 돌아다니면서 건강도 해치고 남들이 알아주지도 않는 활동을 하면서, 결혼하고 직장 다니고 할 생각은 안하니 부모님께 불효하는 거라고요. 제가 한국에서 대학원 공부할 때, 지구를 걷는 남자, 폴 콜먼씨 홈페이지를 보게 되었어요. 그는 1990년부터 지구를 걸어다니면서 4만7500km를 걸었고 1135만 그루의 나무를 심었죠. 그의 활동에 감동을 받았고 이것이야말로 내가 할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여섯살 때 공해로 오존 구멍이 뚫린다는 뉴스를 봤던 기억이 나요. 그때 내가 장차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어요. 그래서 환경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그리고 제가 스물네살 때 일이었어요. 가장 절친한 친구와 제 약혼녀를 동시에 잃는 슬픔이 있었어요. 그들의 죽음에 충격과 슬픔에 사로잡혔죠. 제 방에서 은둔하면서 오랫동안 제가 죽은 사람 같았어요. 삶과 죽음, 인간에 대해 오래 생각을 거듭했죠. 그리고는 이제 개인 유지 미야타의 삶은 끝내고, 지구와 평화를 위한 삶만 살기로 다짐했어요."  

- 왜 나무를 심으면서 걷나요? 그리고 환경과 더불어 평화 메신저가 된 이유가 무엇인가요?
"나무는 자연의 상징이에요. 나무를 심으면서 사람들은 자연을 느끼고 대지와 인간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어요. 사람들이 자연을 느끼고 평화를 느끼도록 저는 항상 사람들과 같이 나무를 심으려고 합니다. 지구 환경을 위해서도 평화가 중요합니다. 전쟁은 모든 것을 파괴해버리죠. 제가 중국에서 나무를 심으며 걸을 때였어요. 난징에서의 경험은 잊을 수가 없어요. 일본이 난징에서 행한 학살에 대해 알기 때문에 저는 일본인으로서 역사에 대해 사과하는 의미로 나무를 심었죠. 그때 한 노인이 다가와서 말씀하시더군요. '고맙소. 우리는 역사를 꼭 기억해야 합니다. 그러나 앞으로 중국과 한국, 일본은 가까운 나라들끼리 서로 돕고, 지구 평화를 위해 서로 협력해야 해요. 그러니 고맙소. 정말 고맙소.' 노인의 이 말은 제 마음을 움직였어요. 한 사람의 노력으로 세상을 바꿀 수도 있고 세상에 평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믿게 됬어요."

Earthman Yuji  캄보디아에서
Earthman Yuji 캄보디아에서 ⓒ 미야타 유지

- 건강도 그렇고 분쟁 지역을 지나려면 치안도 불안해서 많이 위험했을 텐데, 가장 힘든 일들은 무엇이었나요?
"베트남에서 간이 급격이 나빠지고 건강이 악화되어 무척 위험했어요. 마을 사람들이 도와주어서 목숨을 구했죠. 시리아에서는 아이들이 제 목숨을 구해주었어요. 그때 전쟁 중이었기 때문에, 경찰이나 군인들이 아무나 잡아갔어요. 저를 체포하려고 하자 아이들이 몰려들어서 저를 잡아가지 말라고 호소했어요. 그래서 풀려났죠."

- 돈은 어떻게 마련하나요 ? 내가 유지씨 이야기를 주변에 하면 다들 든든한 스폰서가 있는지 물어봐요.
"최근에 많은 회사들이나 비정부단체에서 저에게 스폰서가 되주고 싶다고 말하곤 해요. 그러나 저는 "어떤 돈도 받지 않습니다"라고 대답하죠. 저는 어느 단체에 속하지도 않고 회사로부터 지원을 받는 것도 아니예요. 사람들은 자기들은 지구와 평화를 위해 할 수 있는 게 없는 것 같은데, 유지는 하는 걸 보니 특별한 사람이니까 그런가 보다 하죠.

제가 하는 활동은 사람들에게 용기를 북돋아주기 위해서예요.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제 메시지를 전파하고 그들이 동참하게 하기 위해서죠. 저는 돈을 버는 것도 스스로 하려고 합니다. 제가 걸어가면서 드는 경비를 충당하는 방법은 제 경험을 나누고, 평화와 환경에 대한 메시지를 신문이나, 잡지 칼럼에 기고하고 지역을 다니며 강연회를 여는 것입니다. 제가 혼자서도 이렇게 해내는 모습을 보면 사람들도 스스로 지구와 평화를 위한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합니다."

Earthman Yuji 강연중인 유지씨
Earthman Yuji강연중인 유지씨 ⓒ 미야타 유지

- 아이들을 무척 좋아하나봐요. 왜 특히 아이들인가요 ? 어른들을 변화시키는 것이 빠르지 않나요?
"아이들은 언제나 그들의 행복을 저에게 나눠주려고 해요. 가진 것이 없어도 나눠주려고 하고 도와주려고 하죠. 아이들은 슬픈 역사와 슬픈 상황에 처해서 살아가는 경우가 많아요. 그럼에도 늘 웃고 도와주더군요. 제가 아이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들은 이런 거였어요. "배고파요?", "도와줄까요?", "무엇을 해드릴까요?" 아이들은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사람들을 대해주죠. 그들에게 희망을 돌려주는 것이 제가 할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아이들 뿐만이 아니죠. 제가 가는 곳마다 사람들은 친절했어요. 베트남을 걸을 때 감동적인 경험을 했어요. 베트남을 걷다가 거의 죽을 지경으로 병이 났어요. 제가 작은 마을에 도착했는데, 제가 간에 문제가 생겨 위중한 상태가 된 거예요. 그 마을은 무척 가난한 마을이었어요. 그런데 마을 사람들은 저를 집에 머물게 해주고 너나 할것없이 음식, 약, 여러가지 물품들을 들고 와서 제게 줬어요. 그들조차도 먹을 것이 충분하지 않은데, 저를 위해 돼지고기, 닭고기 같은 귀한 음식들을 가져다 주었어요. 눈물을 글썽이며 저를 이해해주었고 이야기를 해주더군요."

- 한국의 친구들은 어떻게 유지를 도와주면 될까요? 유지씨의 활동에 동참하는 방법은 무엇인가요?
"저를 후원해주고 도와주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여러분이 각자가 사는 곳에서 지구와 평화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거예요. 여러분이 사는 지역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해보세요. 그것이야말로 저의 활동에 대한 가장 큰 후원입니다. 저는 사람들이 지구와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 가장 큰 힘을 얻습니다. 그래서 걷는 일을 계속할 에너지를얻습니다."

- 구체적으로 지구와 평화를 위하여 어떤 일을 우리가 할 수 있죠?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자연이 우리를 도와주기 때문이고 이웃들이 우리를 도와주기 때문이죠. 이것을 안다면 사람들은 서로에서 감사하고, 자연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고 그래서 자연과 이웃에게 좋은 일을 하려는 노력을 하게 되겠죠. 그럼 서로 행복하지 않겠어요. 사람들도 행복하고 지구도 행복하고… 이런 긍정의 에너지로 세상을 바꾸어나갈 수 있어요. 저는 사람들이 아주 작은 실천을 하기를 원합니다. 만약 한 사람이 매일 쓰레기통 하나를 치운다면 일년에 365번 치울 수 있겠죠. 열명이 하면 3650번 쓰레기를 치울 수 있죠. 이런 작은 행동을 백명이, 천명이 한다고 생각해보세요. 그러면 우리가 사는 도시가 정말 아름답겠죠. 나무를 심는 것도 그렇습니다. 만약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각각 나무 한 그루를 심는다면, 이 작은 행동으로 지구 온난화를 해결할 수 있어요.

제가 프랑스에서 강연을 할 때였어요. 한 여자분이 와서 질문을 하더군요. 자기 생각에는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차갑고 이기적인데 시골에 사는 사람들은 도시 사람들보다 친절하고 더 열려있는 것 같다는 거죠. 저는 그렇게 대답했어요. 어디를 가나 차가운 사람도 있고, 어디를 가나 친절한 사람이 있게 마련이에요. 내가 어떤 마음을 가지고 사람들을 대하는 가에 많이 달려있어요. 저는 다른 사람들의 태도는 당신의 태도에 달려있다고 믿어요.

요즘 세상엔 감정이 넘치죠. 특히 증오, 분노, 괴로움, 슬픔… 감정을 가지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부정적인 감정은 문제들을 더 생기게 해요. 부정적인 감정을 긍정적인 감정으로 바꾸는 방법은 사람을 존중하는 마음을 가지는 거예요. 세상만사가 원하는 대로 되는 경우가 잘 없죠. 그러나 사람들의 다양성을 이해하고 자연의 생물다양성도 이해하고, 차이를 이해하기 시작하면 좋은 순환을 만들 수 있어요. 그러면 여러분의 마음에 평화가 생기고 이런 것들이 결국 여러분이 사는 지역의 평화, 그리고 세계 평화를 만들어 낼 거예요."

- 앞으로 계획은 뭐예요?
"저는 걸어다니면서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 절실히 느꼈어요. 이 세상엔 종교나 민족이 다르다는 이유로 전쟁이 많이 벌어지고 있잖아요. 아이들의 마음에 평화의 씨앗을 심어 놓자는 생각을 했어요. 저는 평화 교육을 위해 '평화 주간 프로젝트 (Peace Week Project)'를 할 계획이예요. 매년 9월 21은 세계 평화의 날이예요. 9월 14일부터 일주일 동안 평화 주간으로 정하고 여러 나라의 청소년들이 같이 모이는 거죠. 다양한 NGO 활동가들로부터 평화와 환경 보호에 대한 강연과 체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젊은 세대가 배울 수 있게 합니다. 학생들이 평화의 날 활동도 스스로 조직해보게 해고요. 세계의 청소년들이 모여서 활동을 하니까 음악, 미술, 스포츠 등을 통해서 서로의 문화도 배우는 재미있는 체험도 하면 좋겠죠.

2012년 10월부터 제가 시작한 다른 프로젝트는 시리아의 어린이들을 위해 도서관을 지어주는 거예요. 시리아의 어린이들에게 희망주기 프로젝트입니다. 제가 런던까지 걸어가는 동안, 시리아를 지날 때, 시리아는 2011년 2월부터 무력 분쟁이 시작됐어요. 저는 군대와 정부가 사람들을 죽이는 것을 보았어요. 나이도 성별도 상관없었죠. 학교와 교육 시설들이 파괴되어서 아이들은 공부도 할 수 없었어요. 그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려고 합니다. 저는 한국, 대만, 일본에서 무료 강연을 하러 다니면서 기부금을 모을 거예요. 이 돈으로 시리아 어린이들을 위한 도서관을 지어줄 겁니다."

- 이번에 서울환경연합에 큰돈을 기부했다고 들었어요. 태양광 발전소 프로젝트 후원이라면서요.
"제가 한국에서 대학원 공부도 했지만, 한국을 정말 좋아해요. 한국에서도 NGO들이 지구 환경과 평화를 지키기 위한 노력을 많이 하고 있어요. 저는 환경을 위한 활동을 하면서 환경운동연합을 알게 되었는데요, 이번에 서울환경연합에서 우리동네햇빛발전조합을 만들었어요. 삼각산고등학교 학생들과 교사, 주민들이 함께 하는 태양광 발전소 프로젝트예요. 젊은 세대가 함께 키워나가는 이런 환경보호 활동을 도와주고 싶었습니다. 제가 한국의 친구들에게 받는 우정을 다시 일부 돌려주는 거죠."

- 언제까지 걸을 건가요?
"저는 평생을 걸어다닐 겁니다. 평화와 환경보호를 위해 제 삶을 바칠 거예요. 당장의 계획은 2014년에는 아프리카 전역을 걸어다닐 계획이고요, 2015년에는 아시아의 평화를 위해 일본과 한국 그리고 북한까지 걸어갈 겁니다."

미야타 유지 강연 4월 1일 저녁 서울에서 열리는 유지씨 강연 포스터
미야타 유지 강연4월 1일 저녁 서울에서 열리는 유지씨 강연 포스터 ⓒ 조은미

덧붙이는 글 | 서울에서는 4월 1일 월요일 저녁 7시에 시청역 인근 레이첼 카슨 홀에서 미야타 유지씨를 초대하여서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갖습니다. 강연은 누구에게나 열려있습니다.



#미야타 유지#굿 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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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고, 산책하는 삶을 삽니다. 2011년부터 북클럽 문학의 숲을 운영하고 있으며, 강과 사람, 자연과 문화를 연결하는 사회적협동조합 한강의 공동대표이자 이사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한강'에서 환대의 공동체를 만들어나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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