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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정거래위원장에 내정된 한만수 이화여자대학교 법대 교수가 14일 오전 학교 연구실에서 대화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장에 내정된 한만수 이화여자대학교 법대 교수가 14일 오전 학교 연구실에서 대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

[기사대체 : 25일 오전 11시 5분]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25일 사의를 전격 표명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 지 한 달만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인선한 고위급 인사 중 김용준 전 국무총리 후보자, 김종훈 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 황철주 전 중소기업청장 후보자, 김학의 법무부차관, 김병관 전 국방장관 후보자에 이은 6번째 낙마자다. 특히, 한 후보자가 이날 수십억 원대의 해외 비자금 계좌 운용 의혹이 보도된 뒤 사의를 표명한 만큼 박근혜 정부의 인사 검증시스템 부실 논란은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한 후보자는 이날 사퇴의 변을 통해 "저의 공정거래위원장직 수행의 적합성을 놓고 논란이 제기돼 국회 청문회 일정조차 잡히지 않은 채 장시간이 경과하고 있고 이로 인하여 정부의 순조로운 출범에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며 "이 시간부로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의 지위를 사퇴하고 본업인 학교로 돌아간다"고 밝혔다. 사실상 박근혜 정부의 부담을 덜기 위해 물러나겠단 뜻이다.

그러나 한 후보자는 지명 당시부터 거센 자격논란에 휘말렸다. 23년간 대형로펌인 김앤장·율촌 등에서 근무하며 국세청·공정위 등을 상대로 한 대기업의 소송을 대리한 한 후보자가 '경제민주화'의 총대를 메야 할 공정위 수장으로 걸맞은가 하는 논란이 대표적이다. 그가 박 대통령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 출신이라는 점이 부각되면서 '코드인사' 논란도 일었다.

조세전문가인데다 108억 원의 자산가인 그가 1억 원이 넘는 세금을 탈루한 사실까지 나왔다. 김영주 민주통합당 의원에 따르면, 한 후보자는 2002~2005년 발생한 소득에 대한 종합소득세 2950만여 원을 2008년에 납부하고, 2006~2009년 발생한 종합소득세 1억6800여만 원은 2011년 7월에 일시 납부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김병관 전 국방장관 후보자에 이어 다음 낙마 대상자로 그를 꼽고 있었다.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는 그에 대한 인사청문회 일정도 합의되지 않았다.

박기춘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4일 기자간담회에서 "재벌변호사·탈세반칙왕인 한 내정자를 공정거래위원장에 임명하겠다고 고집하고 있는데 그는 삼성그룹 계열사 및 이건희 회장 일가의 세금경감 소송에서 맹활약했던 사람"이라며 "그에게 공정거래위를 맡기려는 것은 경제민주화 포기 선언이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지하경제 양성화' 약속한 대통령, '역외 탈세' 의혹 후보자 골랐나?

무엇보다 한 후보자가 수년 간 수십억 원에 이르는 거액의 비자금 계좌를 해외에서 운용하며 역외 탈세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은 치명적이었다. 김기식 민주당 의원은 지난 24일 "한 후보자가 해외에 비자금 계좌를 운용하며 관련 세금을 탈루해온 혐의가 짙다"며 "국세청에 한 후보자의 해외 금융계좌 신고여부, 계좌 규모, 계좌 개설 시점 및 개설 국가 등 관련자료 제출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앞서 논란이 됐던 세금 탈루 역시 해외 비자금 계좌와 관련됐을 가능성도 높다. 국세청은 지난 2011년 국외 금융계좌 잔액의 한계가 10억 원이 넘으면 관할 세무서에 신고하도록 의무화 했다. 한 후보자는 2006~2010년에 발생한 종합소득세 1억7767만 원을 2011년 7월 11일에 납부했다. 해외 비자금 계좌의 이자소득세를 뒤늦게 납부했을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청와대 역시 한 후보자의 세금탈루 사실이 불거지자 민정라인을 가동, 관련 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위공직 후보자가 해외 비자금 계좌를 개설하고 수억 원 대의 '역외 탈세'를 한 점은 박근혜 정부에서도 용인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박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조세 정의의 확립'을 대선 공약으로 내걸고 "소득의 탈루, 세금 체납에 강력 대응하고 정보화 시스템의 체계적 연계로 지하경제 규모를 축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지명 후 10일간 벌어진 자격 시비 논란에도 꿈쩍않던 한 후보자가 박근혜 정부의 기조와 정면 배치되는 탈세 의혹까지 불거지자 자리를 내놓은 셈이다.

청와대로서도 상황은 긍정적이지 않다. '조세 정의'를 주장한 정부가 '역외 탈세' 의혹이 있는 후보자를 사전 검증하지 못한 셈이기 때문이다.

문희상 "이 정도 되면 박근혜 직접 나서서 수습해야"

야권은 박근혜 대통령의 '결자해지'를 촉구하고 나섰다. 박 대통령의 '수첩 인사'가 역대 최악의 인사사고를 일으키고 있다는 비판이다.

문희상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비대위 회의에서 한 후보자의 '역외 탈세' 의혹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 뒤, "박근혜 대통령의 지하경제 양성화 공약 실천에 적합한 사람을 국민 눈높이에 맞게 지명하라"고 촉구했다.

또 "인수위부터 지금까지 낙마한 인사(청와대 비서관까지 포함)가 12명이다, 역대 정부에서 찾아볼 수 없는 인사실패다"며 "이 정도 되면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수습해야 한다, 부실인사 책임은 최종 임명권자인 박근혜 대통령에게 있다"고 질타했다.

특히, 문 위원장은 "박 대통령이 인사참사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고 실패한 인사라인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이명박 정부의 총체적 국정운영 실패 근본원인이 바로 인사다, 이명박 정부를 반면교사 삼아 인사가 망사(亡事) 되는 일을 철저히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병호 비대위원은 "박근혜 대통령은 단독 플레이 그만하라"며 "지난 번에 대통령 수첩만 보지 말고 '국민 수첩'도 보라고 했는데 그까지는 기대 안 해도 참모 수첩이나 여당 수첩도 좀 봐라"고 꼬집었다.

이정미 진보정의당 대변인도 "한 후보자는 '김앤장'에서 근무하며 재벌과 해외투기자본의 편에 섰던 것만으로도 이미 '공정'과는 거리가 먼 인사였다"며 "그것도 모자라 수억 원의 탈세를 저지르는 파렴치한 인사를 공정거래위원장이라고 내세운 청와대는 과연 제 정신인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는 이제 '인사'가 아니라 '참사'다"면서 "박 대통령은 이런 파렴치한 인사를 내세운 것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병수 "공직 내정자 스스로 결함 많다면 제안 수용하지 말았어야"

새누리당은 고개를 숙였다. 특히 줄 잇는 인사사고에 더 이상 침묵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서병수 새누리당 사무총장은 이날 한 후보자 사퇴에 대해 "과연 진실이 무엇인지는 앞으로 밝혀지겠지만 사실관계 여부를 떠나서 집권당의 책임있는 정치인으로서 국민들께 죄송하단 말씀 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제도개선은 물론, 필요하다면 관계자들의 적절 조치도 있어야 할 것"이라면서도 "그보다 더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공직 내정자 스스로 결함이 많다면 공직제안을 수용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결함을 결함으로 인정조차 하지 않을 정도로 법과 윤리에 둔감한 사람이라면 고위공직을 감당할 자질이나 능력이 없다고 하는 귀중한 경험과 선례가 되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이상일 새누리당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을 통해 "대통령의 인사에 자꾸 흠결이 생기는 것에 대해 여당도 책임을 느끼며 국민께 죄송하다"며 "국정수행능력과 전문성 뿐만 아니라 높은 도덕성도 갖춰야 한다는 것은 인사의 기본"이라고 지적했다.

또 "청와대는 이번 줄사퇴 현상이 왜 일어났는지 철저히 검증해서 허술하거나 잘못된 것은 즉각 시정해야 한다"며 "인사시스템을 강화하고 부실 검증 책임이 있는 관계자에 대해서도 문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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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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