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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고형마트 회원카드를 해지했다.
창고형마트 회원카드를 해지했다. ⓒ sxc

"회원 카드 해지하려고요."
"11월이 가입 1년인데…. 아직 많이 남았으니까 조금 더 사용해보시다가 해지하시면 안 되나요?"
"그냥 해지해주세요."
"왜 해지하시려고 하는데요?"
"사람이 너무 많고, 주차하기도 힘들어요."

창고형 마트 고객센터의 직원은 "약관에 의해서 1년 안에 해지하면 회비를 돌려드리고 있어요"라며 연회비를 돌려줬다. 회원카드를 만든 지 5개월 만에 해지를 하게 됐다. 연회비를 돌려받으니 해지하기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더 들었다. 직원에게는 사람이 너무 많고 주차하기도 힘들다고 말했지만, 속 뜻은 또 있었다. 집에서 거리가 멀기도 하고, 나도 모르게 과소비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망설이다가 한 창고형 마트 회원 가입

내가 사는 광명시에 지난해 창고형 마트가 생겼다. 다른 곳에도 창고형 마트가 있지만 일부러 그곳을 찾아다니지는 않았다. 하지만 내가 사는 곳에 창고형 마트가 생긴다기에 약간의 호기심이 생긴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그곳에 그렇게 싼 물건이 많다기에 망설이다가 지난해 11월 회원가입을 하고 회원카드도 발급받았다. 아들 아이도 괜찮다고 몇 번이나 말했기에 연회비를 내면서까지. 솔직히 나는 연회비를 낸다는 것도 좋게 생각하지 않았다. 소비자가 매장에 가서 자기네 물건 팔아주는데 왜 연회비를 내야 하는 건지 몰랐다. 누구는 물건을 싸게 팔아서 그런다고는 하지만 잘 이해되지 않았다.

그래도 창고형 마트가 어떤 곳인지 알고 싶기도 했고, 싼 물건을 싸고 싶은 마음도 있어 회원카드를 발급받게 된 것이다. 그리고 창고형 마트는 지난해 12월에 정식적으로 영업을 시작했다. 창고형 마트가 문을 열고 나서 며칠 뒤 나도 친구와 함께 그곳에 갔다.

커다란 카트는 쉽게 채워지지 않았다

 쇼핑카트
쇼핑카트 ⓒ sxc

가히 창고형 마트란 말이 맞았다. 카트는 일반 대형마트의 두 배 정도는 큰 것 같았고 엘리베이터도 얼마나 넓은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 순간 친구와 나는 얼굴을 마주 보고 웃었다. 그런 게 모두 과소비를 유도하는 상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드디어 매장 안으로 들어갔다. 대부분 물품들이 대형으로 포장돼 있었다. 마치 내가 도매상에서 물건을 떼다 파는 사람같이 느껴졌다. 가격이 싼 것은 싸고, 그렇지 않은 것도 더러 있었다. 다른 대형 할인매장과 비슷한 것도 있었다.

주부들이 자주 사는 것은 눈에 띄게 가격이 쌌다. 대신 대형 포장이다 보니 빠른 시일 안에 소비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다시 한 번 생각해보면 그것이 과연 싼 것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소스가 필요해서 소스를 골랐지만 3개씩 포장돼 있어서 망설여졌다. 똑같은 소스를 3개씩이나 사서 언제 다 먹을 수 있을는지…. 마침 친구도 그 소스가 필요하다기에 카트에 담았다. 이번에는 친구가 레몬을 사고 싶어 했다.

하지만 레몬도 한 봉지에 13~14개 정도 포장돼 있었다. 가정집에서 레몬을 사용하는 음식을 얼마나 자주 해먹을까. 그것도 사서 친구와 나누기로 했다. 난 사실 레몬이 그다지 필요하지 않았다. 친구가 소스를 나누자는 편리를 봐줬으니 나도 레몬을 나눠 사는 게 공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참 동안 물건을 골라 카트에 담았지만, 좀처럼 카트는 채워지지 않았다. 창고형 마트가 바로 이런 심리를 노린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더 살 것도 없지만 매장을 돌고 또 돌았다. 마치 내가 뭔가에 홀린 기분이 들었다. 오픈한 지 얼마 안 되는 매장이라 사람은 또 왜 그렇게 많은지.

내가 꼭 필요한 것을 산다고 해도 대부분의 상품이 크게 크게 포장돼 있으니 저절로 과소비를 했다. 한꺼번에 많이 사게 되니 남겼다가 먹을 수밖에 없었고, 자연스레 음식 본연의 맛을 잃을 게 빤했다. 식용유도 작은 것을 찾아봤지만 작은 것은 없었다. 결국 큰 것을 사오고 말았다.

할인쿠폰 날짜 맞춰 찾은 창고형 마트... '이건 아니다'

그날 내가 장본 것을 합쳐보니 모두 28만 원 어치나 됐다. 집에 와서 장바구니를 풀어보니 모두 필요한 것이긴 했지만 종류는 그리 다양하지 않았다. 대부분 대량 포장돼 있는 제품들이라 양만 많지 다양하진 않았던 것.

한 달에 창고형 마트에 두 번 정도 가니 50~60만 원은 기본으로 지출했다. 또 날짜별로 할인쿠폰을 발급하니, 그걸 사용하려고 일부러 날짜에 맞춰 창고형 마트를 가곤 했다.

창고형 마트의 회원카드를 아예 만들지 않은 친구가 하던 말이 생각났다. 그는 "내가 창고형 마트를 몇 번 가봤더니 안 되겠더라고요, 대량포장이기도 하고 다른 곳보다 싸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지 당장 필요하지 않은 것도 사게 돼 난 안 만들었어요"라고 말했다.

연회비를 받아들고 고객센터에서 나오는 길. 30대 젊은 주부도 회원카드를 해지하러 왔단다. 나는 그에게 왜 해지했는지 물었다. 그 젊은 주부는 "주말에 여기 왔다가 몇 번이나 되돌아갔는지 몰라요"라며 "자동차가 매장에 아예 들어가지도 못했어요, 과소비도 하는 것 같고…"라고 말했다.

'사람 마음은 비슷비슷한가 보다'라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회원카드를 해지하고 돌아오는 길, 발걸음이 한결 가벼웠다.


#카드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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