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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너무 차가워~."

밖에서 들어와 손이 무척 차가우면, 간혹 아내 등속에 손을 집어넣을 때 보이는 아내의 반응입니다. 부부 사이, 이런 경우가 있을 겁니다. 없다고요? 너무 재미없는 부부네요. 부부지간, 때로는 적당한 수준의 장난도 필요합니다.

부부는 하늘이 맺어준 인연이라 합니다. 이 경우를 천생연분이라 합니다. 하지만 맞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악연이라 할 수 있죠. 이는 될 수 있는 한 피해야 합니다. 그래서 어른들이 결혼 적령기 남자와 여자에게 두고두고 강조했던 말이 있습니다.

"남녀 사이는 궁합이 맞아야 한다."

이를 핑계로 어머님들이 찾는 곳이 바로 점집입니다. 청춘 남녀가 어렵사리 결혼에 골인해 신혼을 거쳐 부부로 사는 동안 좋지 않는 경우보다 좋은 경우의 수가 많기를 바라는 겁니다. 또한 '돌다리도 두들기며 건넌다'고 매사에 조심하자는 이유입니다.

여하튼 결혼한 부부는 집안과 사회가 인정한 공식 파트너입니다. 그속에는 부부가 아이를 낳아 길러 사회 구성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공동 의무까지 포함돼 있습니다. 하여, 부부는 서로가 지켜야 할 선이 있습니다. '부부 사이 장난 수위 어디까지 적당할까'를 살펴보겠습니다.

처용가에서 배우는 부부 사이 경계의 선

 아내와 저의 발입니다. 발을 녹여주고 있습니다.
아내와 저의 발입니다. 발을 녹여주고 있습니다. ⓒ 임현철

"동경 밝은 달에
밤드리 노닐다가
들어와 자리 보니
다리가 넷이어라
둘은 내 것이런만
둘은 뉘 것인고
본디 내 것이다만
빼앗긴 걸 어찌하릿고."

일연스님이 지은 <삼국유사>에 나오는 처용가(處容歌·양주동 역)입니다. <처용가>는 자신의 아내가 다른 사내와 동침하는 걸 본 처용이 지은 노래로 간통 장면을 다리 수를 세는 것으로 묘사한 향가입니다. 이 설화를 간략하게 풀면 이렇습니다.

"처용이 밤에 외출했다 집에 들어와 보니, 아내의 잠자리에 두 사람이 누워 있었다. 처용은 '두 다리는 내 아내 것인데, 두 다리는 누구의 다리냐?'며 한탄하며 노래를 부르며 물러났다. 처용의 아내를 법한 역신이 감복해 처용의 얼굴을 그린 화상만 있어도 들어가지 않을 것을 맹세했다."

이처럼 순간에 바뀌는 게 부부입니다. 부부는 흔한 말로 '님'이라 합니다. 여기에 점을 찍으면 '남'이 됩니다. 대수롭지 않은 점인 것 같으나 이 점 하나에는 운명을 좌우하는 엄청난 힘이 숨어 있는 셈입니다. 그래서 매사에 조심하라는 것입니다.

장난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부가 웃으며 시작한 장난이 큰 싸움으로 번져 결국 헤어지는 경우까지 있습니다. 이는 부부간 넘지 말아야 할 경계의 선을 넘어섰기 때문입니다.

"내 각시, 손발이 왜 이렇게 차갑데?"

"으으으으~, 너무 찹다."

아내가 제 다리나 등에 차가운 손과 발을 넣을 때 보이는 남편의 반응입니다. 차가운 손과 발이 따뜻한 몸에 닿을 때의 기분이란 정말 싫습니다. 그렇지만 제 얼굴에는 웃음 가득 합니다. 왜냐하면 아내가 장난기 가득한 웃음을 실실 흘리고 넣기 때문입니다. 장난이라는 선전포고죠. 하지만 제 몸은 움츠러들고 배배 꼬입니다. 이즈음에 한 마디 더 건넵니다.

"내 각시, 손발이 왜 이렇게 차갑데?"

이 따뜻한 말 한 마디면 만사형통입니다. 그리고 아내의 손과 발을 꼭 잡고 녹여줍니다. 그러면 아내의 장난기 가득한 얼굴은 사랑 가득한 행복한 얼굴로 바뀝니다. 손발이 찬 저도 간혹 아내에게 이런 장난을 칩니다. 부창부수지요.

처음에는 이러지 않았습니다. 장난을 치면 "그만 하세요"라는 부드러우면서도 따끔한 일침이 돌아왔습니다. 그뒤에도 멈추지 않으면 "그만하라니깐"라는 격한 어투가 새나왔습니다. 이때 그만둬야 하는데, 선을 넘어 계속하다가 결국 싸움으로 번지기도 했습니다.

부부로 살다 보니 삶의 지혜가 생기더군요. 장난이 과하면 안 된다는 걸 몸으로 배운 겁니다. <처용가>처럼 내 다리가 남의 다리가 되지 않으려면 적당한 노력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오늘 밤, 아내를 혹은 남편을 가슴으로 '꼬~옥' 안아주는 건 어떨까요? 여기서 명심할 건 '가슴'으로 안아주는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제 블로그에도 올립니다.



#다리#발#부부#장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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