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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초반의 S양은 정말 나무랄데 없는 미인이었다. 미인을 보는 일은 즐거운 일이다. 하지만,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운 이 여인이 자신의 얼굴에 불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그 당시는 개원 초창기라서 매우 당혹스러웠다. 내가 과연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충분히 아름다운데 말이다.

S양은 원래도 아름다웠지만, 여러 차례 시술과 수술을 해오고 있었다. 연예인 지망생이었기 때문에 미에 대한 관심이 남다르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관심은 그때 그때 유행하는 연예인들이었다. 누군가의 코가 예쁘다고 하면, 따라하고 싶어하고, 누군가의 눈이 예쁘다고 하면 역시 따라하고 싶어했다. 나와의 인연도 그런 식으로 시작이 되었다. 다른 누군가의 얼굴을 보고, 시술한 의사를 찾아온 것이다. 아쉽게도 그 당시에 S양이 원했던 시술은 나의 판단으로는 그에게 어울리지 않았다. 그의 기대는 나의 반대에 부딪혔고, 당분간 그를 볼 수 없었다.

고대 그리스 화가인 제욱시스는 크로톤에 헤라의 신전을 위한 헬레나 상을 그릴 때 그 지방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섯 명의 처녀를 뽑았다고 한다. 그리고 그들의 신체 중에 가장 아름다운 부분만 골라서 조합하려고 했다고 한다. 과연 그 결과는 어땠을까? 다섯 명의 모델들을 뛰어넘는 이상적인 미인을 창조했을까? 꼭 그렇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아름다움은 부분의 합, 그 이상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여러 얼굴들에서 개별적인 부분들을 인지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로서의 형상을 인지한다.

현대에 이르러서도 그런 시도를 한다. 이따금씩 부위별 합성미인이 등장한다. 미인스타들의 가장 아름다운 부위만을 모아 합성한 것이다. 영국에서 '완벽한 얼굴'이라는 제목으로 5명의 유명 연예인의 얼굴의 특정 부위들을 조합해서 만든 것이다. 1500여 명의 뷰티 전문가에게 물어보아서 각 부위에 해당하는 연예인을 선정했다고 한다. 헤어스타일과 눈은 셰릴 콜 (Cheryl Cole), 이마는 카일리 미노그(Kylie Minugue), 광대뼈 부위는 케이트 모스(Kate Moss), 입술은 안젤리나 졸리(Angelina Jolie), 피부색은 케이티 프라이스(Katie Price)의 것이라고 한다.

안타깝게도 이런 경우에 어색해보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안젤리나 졸리의 도톰한 입술이 아름다워 보이는 이유는 일차적으로 얼굴 전체적으로 균형이 잡히고 부위별로 조화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도톰한 입술이 잘 자리잡을 수 있게 하관이 발달한 편이고, 이목구비가 뚜렷해서 큰 입술이 과해보이지 않는다. 갸름한 턱에 이목구비가 뚜렷하지 않는 얼굴형에 안젤리나 졸리의 입술이 있다면, 입술만 두드러지게 보여서 이상할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제 2, 제 3의 S양을 만나게 되었다.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답지만, 자신의 얼굴에 만족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이 되고 싶어하는 그들. 돈을 벌고자 하면 유리한 기회일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이 자신의 얼굴이 아닌 다른 사람의 얼굴을 따라하고자 한다면, 어색해질 수밖에 없다.

원래 얼굴형을 고려하지 않고, 누구의 코처럼, 혹은 누구의 눈처럼 성형한다면,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루지 못하게 될 것이다. 게다가 성형수술을 받게 되면 받은 주위만 한정적으로 변화하는데 그치지 않고, 얼굴 전체에 미세한 변화를 가져다준다. 예를 들면 코를 높이는 수술을 하게 되면, 상대적으로 이마, 턱 등 다른 부위가 낮아보이게 된다. 그리고 눈이 가운데로 조금 몰려보이기도 한다.

그럼 원래 코의 높이에 맞게 주변 구조물들이 어울려 보이던 것이 달라져 보이게 된다. 이 때 느끼는 괴리감이 심하면 막연한 불안감을 가지게 된다. 좋은 결과로 인해 더 예뻐졌다 하더라도, 거울 속에 비치는 얼굴이 그동안 보아온 자신의 얼굴이 아닌 것이다.
이런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재수술을 하게 되거나 다른 부위를 고쳐서 조화를 이루려고 하게 된다.

수 년의 시간이 흘러서 S양을 다시 보게 되었다. 그 사이에 그는 많이 변해 있었다. 오똑했던 코는 더 높아져서 강단있어 보이던 인상을 더 강해보이게 했다. 홑꺼풀에 긴 눈꼬리가 매력적이던 눈은 마치 놀란 것처럼 동그래 보였다. 몇 년 전에 본인이 가지고 있던 인상과 매력이 없어져 있었다. 묘한 상실감이 들었다. 마치 내가 알고 있던 사람이 없어진 듯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는 아직 방황중이었다. 자신의 얼굴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그 방황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성형#미인#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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