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책겉그림 〈여행작가 가이드북〉
책겉그림〈여행작가 가이드북〉 ⓒ 소수
루이자 피트 오닐(Louisa Peat O'neil)은 1949년 워싱턴 근교에서 태어나 13살 때 유럽 배낭여행을 계획하고 아르바이트를 시작해, 16살에 처음으로 혼자 여행을 한 이다. 그 당시 대서양을 건너고 유스호스텔에 묶으며 편지를 쓴 게, 그가 여행작가가 된 계기다.

그가 펴낸 <여행작가 가이드북>은 여행하고, 글을 써서, 작가가 되는 모든 길을 알려주는 책이다. 평소 여행을 꿈꾸고, 그 여행을 통해 자기만의 글을 남기고 싶은 이들에게, 또 훗날 여행작가가 되고픈 이들에게 참으로 소중한 지침서다. 

"열세 살이 되었을 때 유럽에 가기로 결심했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방과 후에 이런저런 일을 했다. 열심히 일하고 저축하면 출발 차비는 언제나 마련할 수 있었다. 물가는 오르지만 여행의 목표를 이루는 데는 돈보다 동기가 더 중요하다."(15쪽)

이른바 여행작가가 되는 첫 번째 길을 일러주는 내용이다. 그때 당시 그의 여행 동기는 유럽을 향한 열망 때문이었던 것이다. 보다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가고픈 바람 말이다. 16살에  홀로 여행자수표와 노트와 학생용 왕복표를 들고 아이슬란드 항공편으로 룩셈부르크에 간 것도 모두 그 때문이었다.

그것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남난희나 한비야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산을 좋아해 수많은 산들을 오르고 또 오르는 남난희나 세계를 더듬고 또 더듬고자 행군하는 한비야도 실은 낯선 곳에 대한 동경과 탐험이 크게 작용한 이유였다.

그것이 머잖아 자기만의 세계가 되고, 그것이 독자들과 공감을 이뤄 오늘날 입지전적 여행작가로 탄생케 된 것이다. 당연히 그들이 내 놓은 이색적인 산과 세계 오지는 모든 이들에게 공감과 감동을 불러왔다. 피트 오닐도 그와 같은 열망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여행을 떠나야 할 때 챙겨야 할 목록들을 일러준다. 이른바 필요한 짐만 꾸려서 떠날 준비를 할 것, 장소와 목적에 맞는 복장을 준비할 것, 안전과 보안에도 신경을 쓸 것, 여행지에 도착하여 어디로 어떻게 찾아가야 할지, 그곳의 모르는 사람에게 다가갈 것 등, 그 모든 노하우를 알려준다.

물론 그것은 단순한 여행가라도 능히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다. 다만 그것을 밑바탕에 깔아 놓는 채, 그는 좀 더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여행작가의 길을 다지도록 소개한다. 이른바 메모에서 초고까지 그리고 여행기를 어떻게 디자인 할 것인지, 자기만의 스타일과 어조를 어떻게 가꾸어 갈 것인지 등 상세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 게 그것이다.

"글을 쓰기 전에 정보를 처리하면 구조가 더 잘 짜이겠지만 새내기 작가라면 즉시 써 내려가는 게 좋다. 경험한 것은 되도록 빨리 써라. 하루에 적어도 두 번, 예를 들어 점심과 저녁에 일지를 쓰는 습관을 기르면 성공적인 여행기를 쓰는 데 필요한 정보와 일화를 질적, 양적으로 풍부하게 수집할 수 있을 것이다. 일지를 소홀히 하면 흥미롭게 써서 시장에 팔 수 있는 기회가 그만큼 줄어든다."(106쪽)

이는 나와 같은 초보자들에게 해당되는 조언이지 아닐까? 노련한 여행작가들은 미리서 구상과 첨삭을 하겠지만 초보자들에겐 그 역랑이 한참이나 딸리는 까닭에 말이다. 그것이 이 책에서 말하듯, 하루에도 틈나는 대로 몇 가지씩 혹은 몇 번씩 쓰고 또 쓰도록, 눈에 반짝이는 요소들을 빈 종이에 가득 메우도록 또 메우도록 권면하는 이유일 것이다.

"인도의 아그라에서 벅적대는 시장에 갔던 기억이 난다. 아마 그곳의 인상을 기록하거나 풍경을 스케치하면서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을 것이다. 난데없이 오토바이의 우렁찬 엔진 소리가 들렸다. 나는 지체 없이 미녹스 35밀리미터 카메라를 꺼냈다. 사이드카를 정착한 두 대의 오토바이가 부릉부릉 시내를 지나가고 있었다. 나는 셔터를 눌러대며 재빨리 쫓아갔다. 석 장의 사진을 찍었고, 한 장을 팔았다."(212쪽)

여행작가가 될 수 있는 또 하나의 요소인 '사진'을 두고 하는 이야기다. 그는 될 수 있는 한 사진을 많이 찍도록 권한다. 그것은 두 번 다시 그와 같은 현장감 있는 사진을 구하기는 힘들다는 이유 때문다. 더욱이 그 사진은 글에 걸맞는 이미지를 제공하고, 글을 쓸 때 여행 중에 일어난 일들을 기억나게 도와준다고 한다.

그처럼 이 책에는 여행작가가 되는 데 유익한 내용이 잔뜩 들어 있다. 이 책을 읽고 그대로 실행하면 나도 입지전적인 여행작가가 될 수 있을까?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라고 했듯이, 당장은 그가 조언하는 것부터 내 가슴 속에 새기고자 한다.

이른바 길든 짧은 가까운 곳이든 먼 곳이든 자주 여행을 가라는 것, 자주 쓰되 적어도 일주일에 두 번 이상은 쓸 것, 필치가 좋은 작가들의 글을 자주 읽을 것, 다른 잡지도 보면서 여행 글이 실릴 가능성을 살필 것, 어디를 가든 펜과 메모지를 준비하고 다닐 것, 틈틈이 어학도 공부할 것이 그것이다.

덧붙이는 글 | 지구별 여행자를 위한 여행작가 가이드북 ㅣ 나에게 필요한 책 840 영문학 장서 3 ㅣ루이자 피트 오닐 (지은이), 정연희 (옮긴이) | 소수출판사 | 2013년 2월



지구별 여행자를 위한 여행작가 가이드북

루이자 피트 오닐 지음, 정연희 옮김, 소수출판사(2013)


#루이자 피트 오닐#〈여행작가 가이드북〉#아그라 시장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