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성탄절 선물로 받은 로봇. 무려 7만원입니다. 큰 아이와 막둥이가 온힘을 다해 조립하고 있습니다.
성탄절 선물로 받은 로봇. 무려 7만원입니다. 큰 아이와 막둥이가 온힘을 다해 조립하고 있습니다. ⓒ 김동수

"성탄절 선물을 꼭 사줘야해?"
"아빠가 사 준 적이 거의 없잖아요."
"뭐 아빠가 안 사줬다고?"
"아니 그런 것은 아니고."
"아니(안위)는 거창에 있어. 아빠가 정말 안 사줬어?"
"몇 번 안 사줬어요."
"아빠는 많이 사준 것 같은데. 지난 해도 사줬고."

지난 12월 성탄절을 하루 앞두고 아이들은 성탄절을 선물을 사달라며 졸랐습니다. 사실 저는 마음이 약해 왠만하면 아이들이 사달라는 것을 다 사는 버릇이 있습니다. 하지만 아내는 완고합니다. 한 번 안 되면 끝까지 안 됩니다. 그러므로 아이들은 엄마보다는 아빠에게 부탁을 합니다.

"엄마에게 부탁하면 더 안 사주잖아요."
"갖고 싶은 것 말해보렴. 책 사줄까?"
"아뇨."
"그럼 학용품?"
"아뇨.

"그럼 무엇갖고 싶은데. 000에 갈까."
"예 000에 가요."


 형아가 조립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막둥이
형아가 조립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막둥이 ⓒ 김동수

아내를 설득해 아이들과 함께 대형마트에 갔습니다. 다이어리를 갖고 싶다는 딸 아이 선물을 쉽게 끝났습니다. 그런데 아들들은 쉽게 끝나지 않았습니다. 큰 아이는 퍼즐부터 로봇조립까지 다양했습니다. 막둥이는 군함과 비행기 조립을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아빠 이번에는 비행기 조립할까요? 아니면 군함도 괜찮은 것 같아요."
"비행기와 군함을 조립한다고?"
"항공모함도 있어요."

"그런데 이런 것은 너무 쉽다. 조금 더 어려운 것은 없니?"

"뭐! 7만원?"...

공부는 별 잘하는 것은 아니지만, 공간지각력이 뛰어난 큰 아이는 퍼즐과 조립을 잘합니다. 어려운 것도 단박에 해버립니다.

"아빠 그럼, 조금 비싸지만 로봇조립을 하고 싶어요?"
"얼마인데?"
"7만원요."
"뭐 7만원?"


중2, 중1, 초등5학년인 우리 아이들에게 지금까지 성탄절 선물을 모두 합해 5만원 이상을 넘긴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하나에 7만원이라니.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이 정도 금액이면 아내 '승낙'이 떨어져야 합니다.

"여보 인헌이가 갖고 싶은 로봇이 7만원이래요."
"어떻게 7만원짜리를 사줄 수 있어요."

"그래도. 이번에 큰 마음 먹고 사주면 안 될까."
"그럼 이렇게해요. 인헌이와 체헌이 선물을 같은 것으로 해요."
"막둥아. 형아가 갖고 싶은 선물이 로봇이야. 그런데 7만원이다. 너무 비싸다. 이번에 너까지 사면 돈이 많이 들어가니까. 이번에는 형아하고 같이 받으면 안 되겠니?"

"좋아요.. 형아하고 같이 조립할게요."
"막둥이 마음은 넉넉하구니. 태평양처럼."
"형아가 갖고 싶다고하잖아요."

 막둥이도 조립을 시도하지만 형 도움 없이는 힘듭니다.
막둥이도 조립을 시도하지만 형 도움 없이는 힘듭니다. ⓒ 김동수

막둥이 마음은 넉넉해...

의외로 막둥이는 형아 선물을 자기 선물처럼 생각했습니다. 아이들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7만원짜리 선물을 받았습니다. 큰 아이는 싱글벙글입니다. 자기가 갖고 싶은, 원한 선물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큰 아이는 조금 엄격하게 키웠습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아빠를 조금 무서워합니다. 그래서 자기가 바라는 것을 아빠에게 요구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이번 성탄절은 자기가 원하는 것을 가졌으니 얼마나 좋아겠습니까?

"인헌이 좋아?"
"예. 갖고 싶은 것 가져 정말 좋아요."
"조립할 수 있겠니?"
"예. 이 정도는 쉽게할 수 있어요."
"그래 막둥이하고 잘 조립해라."

 로봇이 점점 완성되고 있습니다.
로봇이 점점 완성되고 있습니다. ⓒ 김동수

7만원 선물, 형재애가 쑥쑥...

막둥이와 큰 아이는 온힘을 다해 로봇을 조립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로봇을 조금씩 완성되어갔습니다.

"형아 어렵다."
"내가 할 수 있으니 걱정마."
"형은 잘 할 수 있을거야. 퍼즐도 잘 맞추잖아."

"그래도 체헌이 너 도움이 필요해."
"나도 도울게."
"형아는 정말 퍼즐하고, 조립을 잘해."
"너도 잘 하잖아."


 절반가량 완성된 로봇
절반가량 완성된 로봇 ⓒ 김동수

형제애가 쑥쑥입니다. 돈 7만원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막둥이는 형아 갖고 싶은 선물을 양보했고, 형은 조립 능력이 떨어지는 동생을 도왔습니다. 돈 7만원보다 더 귀한 것을 얻었습니다. 조립이 완성되자 큰 아이는 무엇보다 좋아했습니다.

"아빠 멋지죠."
"와 정말 대단하다. 너는 탁월한 능력을 갖졌어."
"기분 좋아요, 체헌이도 열심히 했어요."
"그렇지. 서로 도와가면서 조립을 하니 좋지. 앞으로도 그렇게 하려무나."
"예!"

 완전 조립된 건담
완전 조립된 건담 ⓒ 김동수



#성탄절선물#로봇조립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당신이 태어날 때 당신은 울었고, 세상은 기뻐했다. 당신이 죽을 때 세상은 울고 당신은 기쁘게 눈감을 수 있기를.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