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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준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이 18일 오후 서울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에 마련된 인수위에서 출입기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김용준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이 18일 오후 서울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에 마련된 인수위에서 출입기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 인수위사진기자단

지난 18일 대통령직 인수위의 김용준 위원장과 진영 부위원장은 기자들에게 거듭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이날 오후 평소 기자들이 자유로이 드나들 수 없는 인수위 대회의실에 기자들을 불러 놓고 가진 환담회 자리에서요.

'미안함'의 깊이는 김 위원장보다는 진 부위원장이 더 깊은 듯 했습니다. 기자들과 친하게 지낼 수밖에 없는 정치인으로 지내온 게 17년. 그 중에서 지금의 인수위 생활이 가장 '언론과 멀리' 지내는 때이기 때문입니다.

진 부위원장은 "정치를 쳐다본 지 17년이 지난 오늘까지 기자님들을 뵈면서 이렇게 죄송하게 생각한 적이 없었다, 식사를 하자고 하면 즐거운 마음으로 '나 같은 사람하고도 식사하자고 하는구나' 했는데 요새는 참 죄송하고 전화 한번 받기도 어렵고, 그래서 뵐 때마다 마음 속으로 죄송하다고 느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렇게 미안해 할만도 했습니다. 인수위원들을 만나 이야기라도 들으려면 아침 일찍부터 찬바람 부는 인수위 사무실 앞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출근하는 인수위원들을 붙잡거나, 회의를 마치고 나오는 인수위원들에게 달라붙는 이른바 '뻗치기' 하는 거 밖에는 달리 방법이 없었으니까요. 그렇게 해도 인수위원들의 입은 좀처럼 열리지 않았습니다. 박근혜 당선인과 김 위원장이 강조한 '철통보안' 원칙 때문이죠.

18일 열린 환담회는 이런 '미안함'을 조금이라도 덜어보려는 자리로 보였습니다. '1사 1인'이라는 원칙으로 130여명의 신청을 받아 마련한 자리이기에 참석하는 기자들도 뭔가 뉴스가 나오려나 보다 기대하기도 했습니다. 김 위원장 뿐 아니라 평소 뻗치기를 해야 볼 수 있는 인수위원들도 참석한 자리라, 궁금한 것이 많았던 기자들은 기대가 컸습니다.

 김용준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이 18일 오후 서울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에 마련된 인수위에서 출입기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강석훈 국정기획분과위원이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용준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이 18일 오후 서울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에 마련된 인수위에서 출입기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강석훈 국정기획분과위원이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인수위사진기자단

그러나 마찬가지였습니다. 행사를 시작하며 임종훈 인수위 행정실장은 "'환담'이란 말을 네이버에서 찾아보니 '정답고 즐겁게 이야기함' 이렇게 돼 있다"며 "취지를 살려서 환담해 달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모르겠다' '말할 수 없다'는 걸로 결론나는 인수위원들과의 대화 내용 때문에 기자들에게 환담회는커녕 '환장회'가 될 지경이었습니다.

김용준 위원장은 헌법재판소장을 역임했습니다. 당연히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자질 논란에 대해서 뭔가 할 말이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헌법재판소장을 지낸 분이라 여쭤보는데, 지금 논란이 많은 이동흡 후보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습니다. 김 위원장은 "그런 문제를 인수위가 다루는 것도 아니고, 내가 가타부타 할 수 있느냐"고 답했습니다.

이런 식의 대답은 다른 인수위원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아직도 풀리지 않은 인수위 최대의 미스터리인 최대석 인수위원 사퇴나, 정부조직 개편 배경, 감사원의 4대강 공사 감사 결과에 대한 인수위 기조 등 산더미 같은 질문을 쏟아내는 기자들을 맞아 철통보안 원칙을 지키며 뭔가 다른 주제로 대화를 돌리느라 힘들었을 겁니다. 인수위원들도 고생 많았습니다.

임 행정실장이 부탁했던 '정답고 즐겁게 이야기해 달라'는 건, 인수위 관련 일이 아닌, 사적인 일을 물어봐달라는 얘기였던 거죠. 임 실장이 "위원장님을 비롯해 인수위원들과 함께 사진을 찍으셔도 좋다"고 안내한 걸 보면, 이날 환담회는 그냥 과자·떡이나 먹고 사진이나 찍는 그런 자리로 기획됐던 겁니다.

떡이나 먹이고 같이 사진이나 찍어주면 된다?

 김용준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이 18일 오후 서울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에 마련된 인수위에서 출입기자들과 간담회를 가진 가운데, 위원들이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용준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이 18일 오후 서울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에 마련된 인수위에서 출입기자들과 간담회를 가진 가운데, 위원들이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인수위사진기자단

어쨌든 환담회는 30분 정도 만에 끝이 났습니다. 조금이라도 실마리가 될 만한 답변을 찾아 귀를 쫑긋 세우고 있었던 기자들은 차려진 과자에는 관심도 없었습니다. 차려진 테이블은 처음 상태와 거의 같은 모양으로 남겨졌습니다. 실망한 채 발걸음을 돌리는 기자에게 한 인수위 관계자가 말했습니다.

"이거 떡 좀 가져가".

이쯤되면 '박근혜 인수위'가 기자란 존재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감이 옵니다. '뉴스가 없다고 징징대는 기자들을 떡이나 좀 먹이고 같이 사진이나 찍어주면 될 존재'로 본 겁니다.

갑자기 기자들을 위해 마련한 '다과의 구성'에서 이날 환담회의 의미를 되짚어 봅니다. 인수위가 준비한 과자와 떡은 이런 자리에선 상투적인 것이고, 다소 특별하게 여겨지는 게 있다면, 이날 제공된 음료수가 '물'이었다는 겁니다. 드문드문 주스병이 놓여있기도 했지만, 가장 많은 것은 물병이었습니다.

기자가 '물 먹는다'는 건, 부끄러운 일입니다. 다른 기자가 특종이나 단독보도를 하는데 나만 모르고 있는 상황을 기자들은 '물 먹었다'고 표현합니다. 윤창중 대변인이 항상 얘기하는 게 "이번 인수위는 특종도, 낙종도 없다"입니다. 자신이 말한 대로만 기사를 쓰면 된다는 거죠. 그런 의미에서 이번 인수위 환담회는 '다 같이 물 먹은' 행사가 아니었나 합니다.


#인수위#환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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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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