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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대 대통령 선거에서 패한 야권 앞에는 '진보 진영의 재구성'이라는 과제가 놓여있다. 보수 대 진보의 양자 대결로 치러진 이번 대선에서 강력한 보수의 벽 앞에 무너진 야권으로서는 백지 상태에서의 새 판짜기가 불가피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가장 주목 받고 있는 것은 민주통합당의 진로다. 현재 민주당 내에서는 '리모델링론'과 '신당론'이 충돌하고 있다. 리모델링론은 외연 확대를 통한 재창당 방식이다. 박지원 원내대표의 사퇴로 생긴 지도부 공백을 메우기 위해 비상대책위원회 체체로 전환하고 외부 인사 수혈을 거친 뒤 새 지도부를 선출해 당의 면모를 일신하자는 것이다.

신당론은 안철수 전 무소속 후보와 진보정의당, 시민사회 인사 등을 중심으로 한 통합신당을 만들자는 구상이다. 이는 민주당이 당권 등 기득권을 대폭 포기해야만 가능한 방식이다.

문재인 "민주당, 더 큰 국민정당 만드는 데 역할할 것"

 민주통합당 문재인 전 대선 후보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동화빌딩에서 열린 시민사회 출신 인사들로 구성된 선대위 시민캠프 해단식에서 참석자들을 일일이 악수한뒤 포옹하고 있다. 문 후보는 인사말에서 "제가 부족했고 송구하다"고 밝힌 뒤 "그러나 새 정치를 바랐던 1500만 국민의 꿈이 좌절된 것은 아니다"라며 "5년 뒤에는 제대로 된 정권교체, 새로운 민주주의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2.12.21
 민주통합당 문재인 전 대선 후보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동화빌딩에서 열린 시민사회 출신 인사들로 구성된 선대위 시민캠프 해단식에서 참석자들을 일일이 악수한뒤 포옹하고 있다. 문 후보는 인사말에서 "제가 부족했고 송구하다"고 밝힌 뒤 "그러나 새 정치를 바랐던 1500만 국민의 꿈이 좌절된 것은 아니다"라며 "5년 뒤에는 제대로 된 정권교체, 새로운 민주주의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2.12.21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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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내 주류인 친노(친노무현) 그룹은 문재인 전 후보가 약속한 국민정당 방식의 재창당을 바라는 눈치다. 대선 전 범야권의 대선공조기구 역할을 했던 '정권교체와 새정치를 위한 국민연대'(국민연대)에 참여했던 세력을 민주당에 결합시켜 당 쇄신에 나서고 외연 확장을 이뤄야 한다는 것이다.

문 후보는 이날 시민캠프 해단식 당시 "민주당 힘만 가지고는 새 정치를 제대로 하기 어렵고 정권교체도 어렵다는 게 이번 선거 과정에서 다같이 확인하고 절실히 느낀 바"라며 "새 정치를 만들어 나가는 노력, 그리고 민주당을 보다 더 큰 국민정당으로 만들어가는 데 저도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면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도로 민주당'이 아닌 실질적인 변화를 담보하기 위해서는 민주당의 발전적 해체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민주당 중심주의에서 벗어나 안철수 전 후보는 물론, 진보정당과 시민사회 세력까지 아우르는 큰 판을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한 중진의원은 "지금 이 상황에서 민주당만의 쇄신, 그리고 새 지도부를 선출하기 위한 당권 경쟁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며 "민주당 내부 시각에서 벗어나 강도 높은 야권 재편 노력을 해야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비대위 체제가 과도기 리더십 공백을 막는데 그치지 말고 시간을 충분히 가지고 안철수 전 후보와 진보 정당 등을 아우를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비대위원장도 당내 인사만 고집하지 말고 야권의 혁신을 주도할 수 있는 새 인물이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의 기득권을 포기하고 전면적인 쇄신에 나서면서 안 전 후보와 진보 정당 등이 합류할 수 있는 길을 닦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21일 <오마이뉴스> 팟캐스트 '이슈털어주는남자'(이털남)에 출연해 "민주당의 역량이 새누리당의 역량에 못미쳤던 것도 패인 중 하나"라며 "민주당은 박근혜 당선자를 지지하지 않는 나머지 유권자들을 담아내기에는 참 작은 그릇"이라고 평했다.

"민주당은 작은 그릇"... 발전적 해체 주장도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퇴의사를 밝힌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도중 취재기자들을 만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퇴의사를 밝힌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도중 취재기자들을 만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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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발전적 해체를 주장하는 목소리는 다른 정당 내에서도 흘러나온다.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는 평화방송 라디오에 출연해 "민주당은 이제 역사적 시효를 다한 것 아닌가 생각된다"며 "(민주)당내에서 주류와 비주류가 바뀌는 정도로는 새로운 변화의 열망을 받아안기 힘들다"고 말했다.

노 공동대표는 "민주당과 진보정의당도 근본적인 변화를 모색하지 않는다면 물살에 휩쓸려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며 "진보정의당은 당 내부 정비에 그치지 않고 진보 세력과의 폭넓은 교감을 통해 제2창당에 박차를 가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진보정의당의 핵심관계자도 이날 21일 <오마이뉴스>와 만나 "향후 야권의 정계개편 과정에서 우리 당도 진로를 고민해야 하긴 할텐데 야권 재편 방향이 '민주당+알파' 식으로 간다면 참여할 이유가 없다"며 "안철수 전 후보든 누구든 새로운 세력, 새로운 인물들이 중심이 돼야지 민주당이 중심이 돼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야권의 재편 과정에서 가장 큰 변수는 안철수 전 후보다. 안 전 후보 측의 2013년 4월 재보선 참여가 확실시 되고 있는 가운데 안 전 후보측의 신당 창당 여부 등 향후 진로가 야권의 재편 구도를 근본적으로 결정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안 전 후보 측은 국민연대에도 참여하지 않은 상태다. 현재 안 전 후보의 미국 체류가 장기화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민주당만의 문제가 아니라 진보를 재구성해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민주당은 발전척 해체가 불가피하다"며 "지난해 서울시장 선거 과정을 보면 민주당은 새로운 야권 세력과 연대해 승리했다, 그게 민주당이 갈 길"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진보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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