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20일 오후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가진 해단식에서 울먹이는 캠프 관계자들을 다독이며 안아주고 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20일 오후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가진 해단식에서 울먹이는 캠프 관계자들을 다독이며 안아주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문재인 민주통합당 전 대선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이 20일 오후 조용하게 치러졌다. 선거운동 기간 내내 민주당을 가득 메웠던 노란색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지던 유세곡도 멈췄다. 민주당사 2, 3층 복도에 걸렸던 문 전 후보 사진도 떼어졌다.

이날 오후 3시, 해단식에 참석한 문재인 후보는 "새로운 정치, 새로운 시대를 직접 이끌어 보겠다고 생각한 개인적인 꿈은 끝났다"며 짧은 소회를 밝혔다. 그는 이어 "그렇지만 민주당이 더 발전해 다음 정부가 또 빠질지 모르는 오만이나 독선을 견제해 나가는 역할을 제대로 하며 다음에는 더 좋은 후보와 함께 세 번째 민주정부를 만드는 일을 성취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과 함께 시민사회, 국민연대, 이쪽 진영 전체가 역량을 키워나가는 노력을 하게 되면 나도 거기에 늘 힘을 보태겠다"고 덧붙였다.

문 전 후보는 대선  패배 결과에 대해 "우리 나름의 노력을 기울였고 성과도 있었지만 여전히 2% 부족했다, 그 부분을 어떻게 성찰하고 해결할지가 과제"라며 "친노·민주당의 한계일 수 있고, 우리 진영 논리에 갇혀 중간층 지지를 받아내고 확장해 가는데 부족함이 있었을 수도 있다, 공중전에 의존하는 선거 역량의 한계일 수 있다"고 짚었다.

그는 "이런 부분을 제대로 성찰하고 해결해 나간다면 이번 선거 패배야말로 앞으로 새로운 희망의 출발이 되지 않을까 자평해본다"며 희망을 불어 넣으려 했다.

캠프 관계자들에 대한 고마움 표시도 이어졌다. 그는 "캠프 안팎에서 헌신적으로 도와줬다, 오히려 나를 이끌어 줬다"며 "캠프에 '우리가 해냈다'는 보람을 드려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 마지막에 분위기가 놀랄 정도로 좋아져 아쉬움이 더 클 거 같다"고 위로했다.

문 전 후보는 "어쨌든 이건 전적으로 내가 부족했기 때문이지 선대위가 부족해서가 아니다"라며 "투표율도 최대한 끌어올렸고 (내가 얻은) 1460만 표는 우리가 그동안 받아온 지지보다 훨씬 많은 지지였다, 선대위는 크게 성공을 거두었다고 자평해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정말 고마웠다, 감사하다"며 말을 마친 문 후보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김대중·노무현·김근태의 술에 취해 행복...대선 패배, 국민들이 그 술 끊으라는 것"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20일 오후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가진 해단식에서 울먹이는 캠프 관계자들을 다독이며 위로하고 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20일 오후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가진 해단식에서 울먹이는 캠프 관계자들을 다독이며 위로하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해단식에는 정세균 상임고문, 김부겸·이인영·박영선 선대본부장 등 20여 명의 선대위 관계자, 50여 명의 당직자 등 150여명이 참석했다. 이미 한바탕 울음을 쏟아낸 듯 박 본부장의 눈가는 젖어있었다. 몇몇 당직자들도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정세균 상임고문은 "많은 국민이 문재인을 지지해줬는데 승리로 만들어내지 못해 큰 죄를 지었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는 "선거는 끝났지만 국민을 위해 민주당이 좋은 정치로 민생을 돌보고 국민의 삶의 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책무의 시작이 오늘 이 자리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비록 집권은 못했지만 문 후보를 통해 국민에게 드린 약속을 실천해 나가는 노력이 꼭 필요하다, 그렇게 하다보면 새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정 상임고문은 문 전 후보를 향해서도 "문 후보를 18대 대통령을 만들어서 더 좋은 대한민국으로 가고 싶었는데 우리 힘이 부족해서 성공하지 못했다, 송구하다"며 "(문 후보가) 한 달 새 흰머리가 늘고 체중도 준 거 같다, 참 수고 많으셨다"고 말했다.

이에 문 후보는 "머리도 빠졌다"고 가볍게 답하며 착 가라앉은 분위기를 전환하려 했지만 침통한 분위기는 좀체 가시지 않았다. 직접 유세 현장을 뛴 유세운영팀, 청년위원회 소속 당직자가 소회를 밝히자 해단식은 기어이 눈물바다가 되고 말았다.

유세운영팀의 김사대씨는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문재인이라는 이름을 수만 번 외친 거 같다, 그만큼 후보님을 사랑했다"며 "어제 밤새도록 울며 좀 덜 사랑할 걸, 민주당을 좀 덜 믿을 걸, 그런 부질없는 생각을 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청와대를 시민에게 개방한다는 후보님의 연설을 들으며 청와대에서 야외 결혼식을 하는 신부가 되는 상상을 했는데 말도 안 되는 꿈이 됐다"며 "발가락이 얼어도, 장대비를 맞으면서도 함께 노래하고 춤춘 자원봉사자 친구들, 이들의 힘으로 나중에 꼭 승리를 안겨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민주당 청년위원회 소속 성치훈씨는 "그동안 민주당이 김대중·노무현·김근태라는 술에만 취해 행복해 하지 않았나, 이번 선거는 국민들이 그 술 좀 끊어보라고 말씀해주신 것 같다"며 "술 끊고 맑은 정신 상태에서 국민을 생각해달라, 술잔을 내려 놓으라고 말한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 애주가들이 김대중·노무현·김근태의 술, 거기에 문재인의 술까지… 이걸 어떻게 끊겠냐만 국민들이 끊으라 하니 끊었으면 좋겠다"며 "국민들이 그 술잔을 다시 따라줄 때까지 같이 놓았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그는 울음이 잔뜩 섞인 목소리로 "다같이 힘을 합쳐 민주당이 기득권을 깨는 계란이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20일 오후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캠프 해단식을 마친뒤 지지자들의 배웅을 받으며 당사를 떠나고 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20일 오후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캠프 해단식을 마친뒤 지지자들의 배웅을 받으며 당사를 떠나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이에 해단식 사회를 맡은 우원식 의원이 끝내 어깨를 떨궜다. 박영선 의원 눈에도 눈물이 다시 맺혔다. 김사대씨와 성치훈씨의 얘기가 끝난 후 이들을 안아준 문 후보는 해단식을 마치고 나서면서도 눈물 흘리는 당직자, 선대위 관계자들의 어깨를 한 명씩 다독이며 위로했다.

한편, 패배의 충격에서 쉽사리 벗어나지 못하고 민주당은 비대위 체제로 전환해 당 수습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해찬 전 대표 등 지도부 총 사퇴로 전권을 위임 받았던 문 전 후보는 빠른 시일 내에 권한을 비대위에 넘겨줄 예정이다. 김부겸 선대본부장은 "비대위 체제를 꾸리기 위해 3선 이상 중진들과 회의 중"이라며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로 꾸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태그:#문재인, #해단식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2,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