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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꽃 추운 날씨에 얼음꽃이 피었습니다. 서리꽃이라고 하기엔 좀더 많이 얼었습니다.
▲ 얼음꽃 추운 날씨에 얼음꽃이 피었습니다. 서리꽃이라고 하기엔 좀더 많이 얼었습니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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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대 대선 투표일, 역대 어느 선거일보다 날씨가 춥다고 한다. 나로서는 오랜만의 휴일이라 한껏 게으름을 피워보려고 했지만 일찍 잠에서 깨었다.

이건 무슨 병인지? 대학생인 두 딸은 올해 처음으로 제 손으로 대통령을 뽑는다. 대선에 대한 많은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같은 마음이라는 것을 알았으므로. 우리에게 주어진 소중한 한 표, 그것을 행사하고 오랜만에 가족들 외식이라도 하자고 했다.

얼음꽃 지난 가을 하얀 꽃을 피웠던 참취, 다 날리지 못한 씨앗에 피어난 얼음꽃
▲ 얼음꽃 지난 가을 하얀 꽃을 피웠던 참취, 다 날리지 못한 씨앗에 피어난 얼음꽃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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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에 올라가보니 지난 해 화분에 심어두었던 참취, 하얀 꽃을 무성히 피웠던 참취에 얼음꽃이 피었다. 삭막한 도심에서 이런 일도 있구나 싶다.

나로서는 좋은 징조로 해석이 된다. 한 겨울 피어난 꽃, 저기 남도엔 비파며 수선화가 피어날 것이고, 지나 가을 피었던 꽃들의 흔적이 남아 있기도 하겠지만, 올해처럼 추위가 기승을 부린 서울하늘에서 만나는 겨울꽃이란 화원이나 꽃가게에 가지 않으면 만나지 못할 일이다. 그냥 야생의 꽃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

얼음꽃 한 송이 한 송이 작은 수증기가 모이고 모여 하나의 꽃송이를 만들었다.
▲ 얼음꽃 한 송이 한 송이 작은 수증기가 모이고 모여 하나의 꽃송이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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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피어났을까? 지난 밤 바깥으로 나온 수도꼭지 얼지 말라고 어머님이 물을 쫄쫄 틀어 놓으셨나 보다. 그리고 날씨는 춥지만 햇살이 비추자 다 얼지 않은 함주박의 물이 수증기가 되어 올라왔을 터이고, 그걸 놓치지 않고 참취의 씨앗들이 받아들였을 터이다.

그래도 그리 쉽게 피어날 수 있는 꽃이 아니기에 기적을 보는 듯하다. 시궁창에서도 똥에서도 꽃이 피어날 수 있는 것처럼, 시궁창 정치판에서도 꽃이 피어나리라는 징조를 본다.

얼음꽃 햇살이 따사롭게 비추니 이내 녹아버리는 얼음꽃, 그래도 겨울에 피어난 꽃이니 귀하고 귀하다.
▲ 얼음꽃 햇살이 따사롭게 비추니 이내 녹아버리는 얼음꽃, 그래도 겨울에 피어난 꽃이니 귀하고 귀하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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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급증 때문인지, 어머니 아버지는 기다리다 못해 먼저 다녀오셨단다.

묻지는 않았다. 식구들과 정치 이야기는 자칫하면 분란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아직 우리의 정치가 유쾌한 정치가 아니라는 뜻이기도 하다. 누구를 지지하든지 원수가 되지 않는 그런 선거가 될 수는 없을까?

왜, 자기가 아니면 이 나라가 망할 것처럼 흑색선전을 하는 것일까? 이번에는 이런 질낮은 정치판을 뒤엎어 버릴 수 있다는 징조로 피어난 얼음꽃일까?

얼음꽃 저 비썩 말라버린 것들이 다시 이렇게 꽃 피우는 날 있을 줄 알았을까?
▲ 얼음꽃 저 비썩 말라버린 것들이 다시 이렇게 꽃 피우는 날 있을 줄 알았을까?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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춥다더니만 바깥바람을 쬐고 왔는데 제법 따스하다. 이제 투표장으로 갈 준비가 다 되었단다.

국화차 한 잔만! 국화향기가 퍼진다.

조간신문을 보니 여전히 투표장에 갈 수 없는 상황에 처한 이들이 많다. 그런 상황으로 유권자들을 내모는 나쁜 사람들.

겨울에 피어난 얼음꽃. 기적같은 일이 일어나는 날, 그리하여 오늘 저녁엔 쓰린 잔이 아닌 축배의 잔을 들고 '브라보!'를 외치고 싶다. 다 그런 마음이리라.

가자, 투표장으로!!!


#얼음꽃#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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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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