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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50대 중반에 접어든 월급쟁이다. 거제도의 한 조선소가 내 일터다.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새벽녘, 얼굴을 찌르는 겨울 바닷바람을 뚫고 달리는 출근버스에 실려 일터에 던져진다. 새벽에 만난 어둠을 다시 안고 집에 돌아와 널부러지는 일상을 되풀이 한다.

두 아들을 뒀다. 큰 녀석은 대학을 다니다 군입대를 앞두고 있고, 작은 녀석은 올해 수능시험을 치렀다. 먹고 사는 게 힘들어 온 나라가 아우성 치는 이 때, 눈 뜨고 일어나 밥벌이할 일터에 나갈 수 있다는 것만도  얼마나 고맙고, 또 고마운 일인가. 베이비붐 세대라는 우리 또래는 유난히 삶의 고비고비를 참 힘겹게 넘어왔다. 가쁜 숨을 조금은 가눌만한 나이 50을 훌쩍 넘어선 지금도 사는게 늘 '헐레벌떡'이다.

대통령 선거가 코 앞이다. 남의 일이다. 당장 먹고 살기 바쁜데 '언놈'(어느 사람)이 되던 나와 무슨 상관이랴. 새 정치를 한들 내 일상이 얼마나 새로워 질 것이며, 경제 민주화가 된들 내 삶이 얼마나 달라지겠는가.

"다카키 마사오가 대체 누구에요"

대선후보 TV 토론회를 보던 작은 녀석이 묻는다. 평온(?)하던 일상이 깨지는 순간이다. 우리 현대사와 역사인식이 많이 부족한 아들에게 이를 어찌 설명해 줄 것인가. 그렇다고 이제 막 사회인식에 눈 뜨려는 아이에게 평소처럼 "시험 공부나 하라"는 윽박만으로 넘길일이 아니다.

해방 뒤 뒤틀렸던 우리 현대사, 이승만·박정희에서 현 새누리당 이명박 정권으로 이어진 반민주 보수 정권, 정치권력 수구언론 독점재벌들이 한 몸으로 지켜 온 대한민국 기득권층의 무서운 동맹 구조에 대해 조곤조곤 설명한다. 아들 녀석이 고개를 끄덕이긴 하나 개념정리는 안되는 듯한 눈치다.

아들 덕에 심장이 다시 뛴다. 집안 일 바쁜 '마누라'까지 불러 앉혀 놓고 이번 선거를 왜 꼭 해야하는 가에 대해 열변을 토한다. 애비로서 지금 우리 아이들 미래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가강 쉽고 절박한 사랑과 애정은 '투표'임을. 이번 선거는 내 자신은 물론 우리 자식들을 위한 선거다. 단순, 정권 교체를 넘어 우리의 미래를 결정 짓는 일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이 탐욕스럽고, 몰상식하고, 무자비한 세상을 이대로 넘겨줄 순 없는 것 아닌가.

'다카키 마사오'.

단지 박정희의 창씨개명이 아니다. 친일, 변절, 폭압, 독재의 다른 이름이다. 해방뒤 70년이 다 되도록 미적미적 청산하지 못한 친일의 역사. 그 역사의 보복으로 지금도 대한민국 이곳저곳에서 또다른 많은 '다카키 마사오'들이 활개치고 있지 않은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아들 녀석에겐  대신 스테판 에셀의 <분노하라>라는 얇은 책 한 권을 졸업 선물로 건넨다. 대한민국의 50대들이여! 우리 아들, 딸들의 내일을 위해 저마다 분노의 '짱돌'을 다시 한번 듭시다.

오는 12월 19일. 그 분노와 희망을 투표용지에 던져주리다.


태그:#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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