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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로 춤추지만 /우리 어머니/겨울눈도 뿌리는데
 /...... /꿈 같이 꿈 같이 춤추는 어머니.
                              
의사이자 시인인 마종기는 어머니 박외선 여사를 생각하며 '꿈 같이 꿈 같이 춤추는 어머니'라고 애절하게 읊조렸다. 텅 비어 있어 누가 흔들어도 흔들리지 않는 대나무처럼 곧은길을 걸어갔던 현대 무용의 선구자, 박외선. 그녀는 과연 누구인가?
   
일제시대에 일본에 건너가 조선인 최초로 발레를 익힌 박외선 무용가. 그녀는 1960년대에 미국의 마사 그레이엄 현대무용 기법을 국내에 최초로 도입한 장본인이기도 했다. 한국 최초로 대학 무용과 창설을 주도했으며, 국내 최초의 무용 이론서인 '무용학 개론'을 집필해서 국내 무용학의 기틀을 다진 인물이었다. 

 포스터2
 포스터2
ⓒ 김대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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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외선 무용가는 삭풍 부는 한파 속에서도 독야청정, 고요히 푸른빛을 발하는 대나무처럼 한국 현대 무용의 선구자로 살아 왔다. 광복 후에는 오랫동안 이화여자대학교에서 후학을 양성했다. 지금 그의 제자들이 한국 현대 무용을 이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녀의 제자들 가운데 한 분인 정귀인 부산대 예술대학 무용학과 교수가 스승을 추모하며 12월 20일 부산대학교에서 의미 있는 공연을 펼쳐 보인다. 정귀인 교수는 6세 때 부터 무용을 시작해 한국무용, 발레, 현대무용을 고루 습득한 무용가이다. 1982년 뉴욕에서 정귀인 무용단을 창립해 미스 캐닝햄 극장에서 데뷔 공연을 가졌으며, 뉴욕 타임즈의 잭 앤더슨으로부터 '동양적인 아름다움을 지닌 무용가'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정 교수는 한국적 춤사위와 리듬, 민족적 정서를 바탕으로 한 독창적인 스타일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정귀인 교수 인사말
 정귀인 교수 인사말
ⓒ 김대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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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공연의 주제는 '춤의 혼과 정신'이다. 또한 흔들리는 세상에서 곧은 절개와 예술혼을 지닌 한 무용가의 아름다운 삶을 회고해보는 것이다. 그리고 그 스승의 자취를 닮아가고자 하는 무용가 정귀인의 춤 인생을 예술적 정서와 융합하는 것이다.

정귀인의 이번 공연은 총 여섯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제1장은 '시카고의 하늘'이다. 박외선 여사가 2011년 10월에 유명을 달리한 곳이 바로 미국 시카고였다. 정 교수는 스승이 돌아가시던 날, 시카고의 하늘이 유독 청명했다고 고백한다. 그 하늘빛이 스승을 처음 보던 날의 하늘빛이었다며, 인생과 춤도 처음과 끝처럼 둥글게 만나듯이 스승의 푸른 혼을 만난다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다.

 포스터1
 포스터1
ⓒ 김대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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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은 '사랑 – 그 영원한 시'를 펼쳐 보이며, 제3장은 '풀의 노래'로써 김수영 시인의 풀을 안무한 박외선 선생의 영혼을 그리는 부분이다. 제4장은 작품 제명인 '나는 춤이다'를 그대로 따왔다. 박외선 무용가의 대표작 중 하나인 '대지의 무리들'은 바로 김수영 시인의 '풀'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바람에 흔들려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는 풀처럼, 그 질긴 생명력을 표현한 스승의 작품을 반추해 보는 것이 제 5장인 '대지의 무리들'이다. 그리고 끝으로 제6장에서 스승의 꿈과 영혼을 위해 그이의 시와 같았던 삶을 회고하는 것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된다.

수없이 흔들리는 내 속에 가득한 대숲, 누가 들어와 사는지 잠시도 쉬지 않고 흔드는 바람. 그 바람 앞에서도 꿋꿋이 걸어가는 예술혼. 분명 달은 하나건만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수백 개의 달로 동시에 뜨는 스승의 달을 생각하며 정귀인 무용가는 대숲을 들락거린다. 그리고 스승의 혼을 초빙하는 제의처럼 자신의 춤을 바람 앞에, 텅 빈 대나무 앞에, 고요히 바치는 것이다.  

공연 일시 : 2012년 12월 20일 오후 5시
공연 장소 : 부산대학교 10.16 회관
안무 및 연출 : 정귀인
조연출 : 김정숙
대본 : 송유미

덧붙이는 글 | 국제신문에도 송고함



#정귀인 무용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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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스토리텔링 전문가. <영화처럼 재미있는 부산>,<토요일에 떠나는 부산의 박물관 여행>. <잃어버린 왕국, 가야를 찾아서>저자. 단편소설집, 프러시안 블루 출간. 광범위한 글쓰기에 매진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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