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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인하대학교에 다니는 평범한 학생이다. 이번 학기에 졸업하기 위해서는 꼭 들어야 하는 교양필수 과목으로 '지역사회봉사'라는 강의를 택했다. 처음에는 그냥 수업을 듣는 것보다 뭔가 뜻 깊은 강의를 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또한 '지역사회봉사'는 이수만 하면 패스하게 되는 강의이기 때문에 조금 편안하게 들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택하게 됐다.

내가 봉사활동 장소로 선택한 곳은 인천시 연수구에 있는 명심원. 이곳은 중증장애인요양시설이다. 내가 이곳에서 하는 봉사활동은 바로 장애인과 함께 나들이 가기였다. 지난 23일, 인하대학생 2명과 명심원에서 생활하고 있는 중증장애인 1명이 한 조가 돼 계획을 세워 반나절 동안 장애인시설을 벗어나 바깥으로 나들이를 떠났다.

봉사활동하는모습 함께 그림을 그리고 있다.
봉사활동하는모습함께 그림을 그리고 있다. ⓒ 신미진

처음 나들이를 가기 전까지는 명심원에서 생활하는 중증장애인, 즉 내 파트너가 누가 될지 모른다. 설렘 반, 걱정 반을 갖고 처음 나들이를 가기 위한 준비를 했다. 명심원 원장은 우리 파트너에 대한 정보를 알려줬다. 우리의 파트너는 최미소(25·가명)씨였다. 정신지체장애를 갖고 있다는 설명을 듣고 걱정이 앞섰다. 그보다 더 큰 걱정은 우리 파트너가 언어장애까지 있어 우리 말을 알아들을 수만 있을 뿐 말을 할 수 없다는 것.

순간 앞이 캄캄해졌다. 그러나, 우리의 쓸데없는 걱정은 최미소씨를 본 순간 눈 녹듯 사라졌다. 우리를 보며 쑥스럽게 웃는 최미소씨를 본 순간, 나도 모르게 내 입가에는 웃음꽃이 폈다. 그녀는 명심원에서도 '천사 미소'로 소문이 나있었다. 그 미소가 우리 걱정을 녹여버린 것이다.

드디어 최미소씨와의 나들이가 시작됐다. 우리 계획에 맞춰 인하대학교 교정에 가기 위해 그녀와 버스를 탔다. 다행히도 거동이 많이 불편하지 않은 그녀와 함께 버스를 타고 창문 밖을 보면서 장난을 쳤다. 그녀는 바깥의 모든 것을 신기해했다. 바깥 세상을 이루고 있는 하나하나를 가르쳐주기 위해 노력했다.

나는 그녀 앞에서 예쁘고, 고운 말만 쓰게 됐다. 뿐만 아니라 제스쳐도 크게, 장난도 조심스럽게 치면서 그녀와 함께 웃었다. 내 모든 말이나 행동에 옹알이로 답하며 나와 소통하려고 애쓰는 그녀를 보면서 한편으로는 마음이 짠했다.

그녀와 함께한 점심시간. 그녀가 가장 좋아한다는 돈가스를 한 입에 먹기 좋게 썰어줬다. 그녀는 한 손으로 포크를 쥐고 스스로 밥을 먹으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 모습이 너무 안쓰러워서 '내가 먹여줄까'라는 어리석은 생각도 했다. 그러나 그녀가 조금은 불편한 몸에도 스스로 식사하려 했고, 스스로 잘 해냈다. 그녀는 내게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웃음을 보여줬다.

그녀는 누구보다 따뜻했습니다

나들이 중 인하대학교 생활도서관에서 DVD를 봤다.
나들이 중인하대학교 생활도서관에서 DVD를 봤다. ⓒ 신미진
그녀와 인하대학교 생활도서관에 있는 DVD 학습시설에 갔다. 그녀와 함께 고른 DVD는 바로 <라푼젤>. 대학생인 내가 이런 애니메이션은 보는 게 얼마만인가. 매일 생활에 쫓기고 이성에 쫓기던 중 그녀와 함께 여유를 부릴 수 있게 됐다는 점에 감사했다. 왕자님이 나올 때마다 소리를 지르는 그녀가 너무 귀엽게 보였다.

"미소씨도 나처럼 왕자님을 기다리고 있지?"라는 말에 격한 반응을 보였던 그녀. 그녀도 나와 같은 여자이자 꿈 많은 소녀였다.

나들이 하는 하루는 한마디로 그녀의 생활 패턴과 그녀의 눈높이에 맞춰 프로그램을 계획해야 한다. 명심원에서 나와 바깥을 구경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기 때문에 내 역할에 대한 부담도 컸다. 그러나, 실제로는 나의 역할보다 그녀의 역할이 더 컸다. 그녀가 스스로 하려는 의지와 행동을 보여줬고, 그녀의 맑고 순수한 미소가 현실에 찌들어 있는 우리를 정화했다. 그녀와 나들이를 다녀온 날이면 나의 마음 속에 부정적인 감정과 같은 검정무리들이 사라지고, 여유와 행복이 남았다. 나들이를 마치던 날, 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이 봉사활동을 기회로 삼아, 장애인들도 우리와 같은 존재라고 느꼈을 거야. 말로만 봉사하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너희는 직접 장애인과 손도 잡아보고, 나들이도 다녀오면서 그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더 잘 이해했을 거야. 너희가 말이 아닌 진심 어린 마음으로 그들을 대해준다면 이 봉사활동의 진짜 의미를 얻은 거야."

최미소씨와 함께 한 나들이는 끝났다. 그녀는 정신지체를 앓고 있는 장애인이 아닌, 순수하고 맑은 웃음을 가진 내 친구 미소씨로 영원히 남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장애인은 우리와 같은 친구'라고 말한다. 그러나, 실제적으로 장애인이라고 하면 약한 대상이나 기피의 대상으로 취급한다. 그들은 잘못한 것이 없는데도 말이다. 내가 경험한 장애인은 몸이 조금 불편하지만 우리보다 더 훌륭한 존재인 사람이었다. 손도 마음도 따뜻해 함께 있기만 해도 마음을 치유해주는, 진정으로 따뜻한 사람이었다.

장애인의 생활을 직접 경험하지 않고서야, 장애인들을 직접 만나지 않고서야 함부로 그들을 손가락질 할 수 있을까.


#지역사회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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