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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TV에서 방영된 현대자동차 '기프트카' 캠페인 광고의 주인공 '별이네 튀김' 한영수씨
최근 TV에서 방영된 현대자동차 '기프트카' 캠페인 광고의 주인공 '별이네 튀김' 한영수씨 ⓒ 현대자동차

따스함이 더욱 그리워지는 요즘이라 그럴까. 최근 유독 시선을 잡아끄는 TV 광고가 있다. 지글지글 튀김에 모락모락 오뎅 국물, 그 뒤로 들리는 도마 위 칼질 소리... 아주 친숙한 풍경이다. 그와 함께 들리는 아빠의 목소리 또한 바로 우리 일상에서 마주할 수 있는 이야기다.

"묵묵히 잘 커준 우리 삼남매, 이제 기프트카로 아빠 노릇 제대로 해 줄 겁니다. 별이네 튀김, 꼭 한 번 맛보러 오세요."

현대자동차그룹 '기프트카' 캠페인 광고의 한 장면이다. '기프트카'는 현대자동차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과 함께 펼치고 있는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 창업 의지가 있는 저소득층 이웃을 대상으로 차량과 창업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기프트카' 시즌3 10월 주인공 중 한 명인 한영수씨를 주인공으로 한 이 광고의 분량은 약 36초.

이 짧은 시간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꽤 많은 듯 하다. 블로그나 까페에 '별이네 튀김'을 다녀온 소감이나 맛 또는 가격에 대한 평을 올려놓은 글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이런 반응에 민감하기 마련인 언론 보도도 잇따라 한영수씨 인터뷰 기사도 금방 검색이 가능하다. '기프트카' 첫 번째 연관 검색어로 '별이네 튀김'이 뜰 정도다.

뜻밖의 소감 "재기에 인색한 우리사회 현실 실감"

 기프트카 시즌3 11월 주인공 중 한 명인 구순애씨. 암 투병 중에도 이동식 분식점 '우짜우짜'를 개업한 그의 사연에 많은 사람들이 기프트카 홈페이지를 통해 댓글로 응원을 보내고 있다
기프트카 시즌3 11월 주인공 중 한 명인 구순애씨. 암 투병 중에도 이동식 분식점 '우짜우짜'를 개업한 그의 사연에 많은 사람들이 기프트카 홈페이지를 통해 댓글로 응원을 보내고 있다 ⓒ gift-car.kr

그럼 캠페인 담당자들은 이러한 반응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한영수씨' 입으로가 아니라 정작 자신들이 전하고 싶은 이야기들도 있지 않을까. 지난 29일 서울 양재동에 있는 현대자동차 본사에서 사회문화팀 허현숙 차장과 어호선 대리를 만났다.

그들은 소비자들의 호의적인 반응이 "다소 의외였다"고 전했다. 예상만큼 '경쟁률'이 높지 않다거나 서류 합격 후 면접에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있다는 이야기 역시 '의외'였다. 이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재기에 인색한 우리 사회 현실을 실감했다"는 말도 뜻밖의 소감이었다.

- 먼저 사회문화팀이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 소개해주시죠.
허현숙 : "그룹 전체 CSR 방향과 전략을 수립하고 사업들을 진행하는 부서예요. 사실 처음에는 '기프트카' 캠페인이 CSR 차원에서는 그다지 바람직한 방향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차 만드는 회사에서 필요한 사람에게 차를 나눠주는 것은 뭐랄까... 주는 입장이나 받는 입장이나 다소 쉽게 생각할 여지가 있다고 할까요.

그런데 소비자 반응이 굉장히 호의적이어서 우리도 의외였어요. '기프트카'라는 게 정말 필요한 사람들한테 가는 거구나, 그리고 자동차 만드는 회사가 자동차 필요로 하는 사람한테 주는 자체가 뭔가 (손뼉을 치며) 딱 맞는구나, 이런 걸 느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우리의 메시지는 차가 아니라 희망"

 현대자동차 사회문화팀 허현숙 차장(사진 오른쪽)과 어호선 대리
현대자동차 사회문화팀 허현숙 차장(사진 오른쪽)과 어호선 대리 ⓒ 이정환

돌아보면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에서 방영됐던 '러브 하우스'도 그랬다. IMF라는 혹독한 시대상과 맞물려 인기를 끌었던 프로그램, '기프트카'에 대한 호의적인 반응 역시 어쩌면 지금 우리가 그만큼 상생이 고픈 사회에 살고 있다는 '반증'일 수 있다. 지금 이들이 특히 의미를 두는 '지점'은 어디일까.

허현숙 : "좋은 사업이란 반응도 중요하죠. 하지만 그보다는 실제 수혜자들이 자립하느냐가 굉장히 중요해요. 대부분 기초생활 수급권자 등 생활이 어려운 분들이잖아요. 그렇다 보니 이 캠페인에 참여하면 정부 혜택이 없어지거나 줄어들지 않을까, 이런 부분들을 많이 우려하세요. 서류 합격 후 면접에 안 나타나는 경우도 있거든요.

그런데 지난해 수혜자들 주변에 계신 분들이 올해 지원한 경우가 많아요. 가까이 이웃 사례를 보면서 '나도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도전하는 자체가 굉장히 고무적인 거죠. 어려운 상황에 있는 사람들도 뭔가 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거든요. 선물은 차가 아니라 희망이란 것, 이게 우리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입니다."

그래서 '기프트카'는 간단한 선물이 아니다. 지원 동기·재산 상황·사업 계획 등에 대한 서류심사, 이어 사회복지나 창업 전문가들의 면접이 이뤄진다. 이 단계를 거치면 창업 교육이 실시되며 최종 선발된 지원자들에게는 차량·취등록세·자동차보험·창업 컨설팅 등이 지원된다.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작용하는 변수는 역시 '의지'와 '준비'다.

어호선 : "무조건 가정 형편이 어렵다고 지원하지 않아요. 어려운 사람에게 가중치를 줘서 지원하는 형태는 지양하고 있어요. '의지'도 중요합니다만, 사업성을 평가 안 할 수 없죠. '기프트카'의 기본 취지는 창업과 자립 지원이니까요. 우리 스스로도 거듭 다짐하는 취지이기도 하고요."

'별이네 튀김' 아빠에게 정말 놀랐던 것은...

 기프트카 시즌3 10월 주인공 5인의 창업교육 수료 기념 사진. 사진 왼쪽부터 '별이네 튀김' 한영수씨, '푸른 수산' 이종수씨, '러블리 하우스' 양경애씨, '늘푸른 하우스' 김대원씨, 농부 김관중씨.
기프트카 시즌3 10월 주인공 5인의 창업교육 수료 기념 사진. 사진 왼쪽부터 '별이네 튀김' 한영수씨, '푸른 수산' 이종수씨, '러블리 하우스' 양경애씨, '늘푸른 하우스' 김대원씨, 농부 김관중씨. ⓒ gift-car.kr

이런 그들도 '별이네 튀김' 주인공 한영수씨 면접 과정에서는 정말 놀랐다고 한다. 뛰어난 요리 실력으로 호텔 주방장을 거쳐 갈비집 사장으로도 성공했지만, 그 후 '실패'와 이혼. 그 뒤 삼남매를 홀로 키우면서 오토바이 배달을 했다는 사연, 그 때문이 아니었다고 한다.

허현숙 : "면접 과정에서 어떤 질문에도 대답이 막힘 없이 '술술술술' 나오는 거예요. 그냥 오토바이 배달을 하신 게 아니었어요. 그 5년 동안 배달 일을 하면서 메뉴부터 상권 분석까지 사업 계획을 '너무나 너무나' 철저하게 '짜셨더라고요'. 이런 분은 지원해드릴 수밖에 없다, 또 성공하겠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2010년 그룹 광고에서 출발해 CSR 사업도 어느덧 '시즌3', 물론 안타까운 적도 있었다. 특히 사후 관리 과정에서 사업 아이템이나 차량 변경 등 지원이 이뤄졌음에도 끝내 '잠적'을 택할 때나, '정부의 울타리'를 잃을 수 있다는 두려움에 '모두 놔 버리는 경우'가 그랬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허 차장은 "우리 사회가 재기에 인색하다는 것을 실감했다"고 전했다.

"한 번 실패했다가 다시 일어서는 데 관대한 나라가 아니란 생각이 들어요. 복지 정책적 측면에서 이런 이야기 많이 하잖아요. 고기를 그냥 나눠주지 말고 잡는 법을 가르쳐주라고요. 그러려면 스스로 일어서고자 하는 데 뭔가 인센티브를 줘야 하는데, 스스로 노력하면 뭔가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이 있어야 하는데, 요즘 우리 사회에서 그런 게 많이 무너졌구나 하는 걸 현장에서 많이 느껴요."

상생에 인색한 사회, 그로 인한 뜻밖의 '경쟁률'

 '별이네 튀김' 한영수씨와 함께 '기프트카' 시즌3 주인공 중 한 명인 도배장인 김대원씨 가족 모습. 김씨는 자신의 이름으로 '기프트카'를 다른 사람에게 선물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현재 그는 틈틈이 사이버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공부하며 사회복지기관을 설립하겠다는 꿈도 키우고 있다.
'별이네 튀김' 한영수씨와 함께 '기프트카' 시즌3 주인공 중 한 명인 도배장인 김대원씨 가족 모습. 김씨는 자신의 이름으로 '기프트카'를 다른 사람에게 선물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현재 그는 틈틈이 사이버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공부하며 사회복지기관을 설립하겠다는 꿈도 키우고 있다. ⓒ gift-car.kr

그래서일까. 광고를 보면서 떠올렸던 수백 또는 수천 대 일 경쟁률의 환상은 깨졌다. 그런 '환상'에 비하면 놀라울 정도로 경쟁률은 높지 않다고 했다. 상생에 인색한 사회, 그에 대한 불신의 일면이 '뜻밖의 경쟁률'로 나타나는 셈이다.

어호선 : "면접에서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하시라고 청하면, 거의 같은 말씀들을 하세요. '도움을 받아 자립하고 싶다, 그리고 나 같은 사람을 도와주고 싶다.' 그저 빈말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지원 받은 분 중에 실제 봉사 활동하는 분들이 굉장히 많아요."

허현숙 : "그동안 살아오면서 아쉬웠던 부분을 말씀하시는 거라고 봐요. 누군가, 잠깐, 내게나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줬으면 했다는 것. 그래서 나는 누군가 손을 잡아주고 싶다는 것."

허현숙 차장과 어호선 대리, 끝으로 그들의 '당부'는 이랬다. "서류 심사 응모에 어려움이 있으면, 주변 사회복지기관에 도움을 요청하면 된다"고 했다. 그리고 "사업계획서 작성이나 컴퓨터 활용 등 이런 부분에도 도와줄 준비가 돼 있는 곳이 의외로 많다"고, "두려움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말이다.


#기프트카#CSR#현대자동차#별이네 튀김#사회공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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